과도한 민주화가 사회발전의 발목잡아…민주주의 본질 스스로 훼손
대한민국은 1948년 8월 15일에 태어났다. 올해로 68세다. '자유민주주의'란 정체성을 가지고 태어난 다른 국가와 비교할 때, 역사가 매우 짧다. 왕권으로부터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의 역사가 인류역사다. 대한민국의 자유는 투쟁의 산물이 아니고, 주어진 선물이었다. 투쟁해서 쟁취했던, 선물로 받았던 중요한건 주어진 자유를 얼마나 잘 활용해서 좋은 나라를 만드는가이다.

대한민국은 지금 전 세계에서 10위 수준의 경제력을 자랑하고 있다. 이는 실로 대단하다. 아무런 유산과 자유쟁취를 위한 역사도 없이, 30여년 만에 세계 강대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국가를 만든 대한민국의 위대함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대한민국 성공의 역사를 함축적으로 표현한 용어가 '산업화'와 '민주화'다. 경제적 풍요와 정치적 풍요를 동시에 달성했다는 뜻이다. 경제적 풍요는 결코 간단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강력한 정치 지도자,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기업가, 자식들에 좀 더 나은 삶을 물려주려고 열심히 일한 국민, 이들의 결합체가 위대한 경제적 풍요를 낳았다. 이 과정을 우린 '산업화'로 무미건조하게 표현한다.

물론 산업화 과정에서 어려움도 많았다. 평생 배불러 보지 못한 벼락부자의 오만한 행동, 돈이 권력이고 돈이면 모든게 다 된다는 믿음이 사회 곳곳에 갈려었다. 그래서 한때 시장경제의 또 다른 표현인 우리의 '자본주의'를 '천민 자본주의'라고 폄하하고 스스로를 자책했다.

그러나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대한민국은 결과적으로 모든 사람의 경제적 삶 수준이 향상되었다. 이제 살기가 어려워 자식과 함께 연탄을 피어놓고 자살하는 가정도 없고, 가난으로 가족이 뿔뿔이 헤어지는 고통도 없다. 단지 나보다 잘 사는 사람이 너무 많아 배아픈 감정만이 있을 뿐이다.

   
▲ 광장의 외침은 존중되어야 한다. 그들은 외침을 통해 대한민국의 자유로운 체제에 감사해야 한다. 그러나 광장의 외침에 수가 더해져, 떼가 되면서 대통령를 하야 시킬수 있다고 생각하면, 민주제 본질을 훼손하게 된다. 민주주의를 외치지만, 스스로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행위가 된다. /사진=연합뉴스

인간은 배고픔이 해결되면, 사회에 대한 각자의 일정 지분 권한을 원한다. 사회를 만들어 가는 참여감과 사명감을 해결할 정치적 열려진 창구를 원한다. 그래서 우린 정치적 혼란을 겪으면서, 1987년에 현재의 헌법구조를 만들었고, 정치적 안정을 얻었다. 이른바 '민주화' 성취다. 외형적으론 민주화되었지만, 이제 민주로 인해 우리 사회가 발전하는데 장애가 되는 듯하다.

민주주의는 결코 사상이 아니다. 민주주의는 우리 사회의 의사결정 규율일 뿐이다. 그래서 민주주의 사상이란 틀린 말이며, 촛불로서 민주주의를 지킨다는 주장도 틀린 말이다. 민주주의, 용어 또한 잘못된 번역이다. democracy를 일본에서 잘못한 그대로 우리가 수입했다. 그렇게 미워하는 일본의 잘못된 번역을 바로 잡야야 할 시기도 되었는데, 우린 일본형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주의'라는 용어로 인해, 우리는 민주주의가 마치 위대한 사상인 것처럼 생각한다. democracy는 민주주의가 아니고, '민주제'일 뿐이다. 왕이 군림하는 '왕정제'가 아니고, 국민 스스로 다스린다는 '민주제'이다. 민주제의 핵심은 다수결이다. 다수결이란 수단을 통해, 국민을 다스릴 왕도 정하고, 때론 왕도 갈아치울 수 있는 제도다. 이때 국민 개개인은 1/n 지분을 가지는 제도가 민주제다.

4년 전에 우리가 뽑은 대통령에게 의혹이 생겼다. 국민들은 흥분해서 광장으로 나간다. 촛불을 들고, 목이 터져라 대통령 하야를 외친다. 그러나 외침은 외침이어야지, 광장의 떼힘으로 대통령을 하야시킬 수 있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우리는 민주제를 소수의 떼힘과 같은 선상에 놓는다. 즉 광장의 국민이 물러나라고 하면,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게 민주제인줄 안다.

그러나 광장의 국민은 국민 전체가 아니고, 국민의 일부일 뿐이다. 전체 국민 측면에서 보면, 소수다. 모든 국민이 광장에서 하야를 외친다고 해서, 하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하야해서도 안 된다. 민주제는 엄격한 형식을 요구한다. 국민의 권한은 5년에 한번 주어질 뿐이다. 광장에서 표현하는 소수의 국민도 있지만, 가만히 지켜보는 다수의 침묵하는 국민도 있다. 이들이 모두 아우러져 전체 국민의 의사를 표할수 있는 시기는 5년에 한번 뿐이다. 그게 민주제의 본질이다.

광장의 외침은 존중되어야 한다. 그들은 외침을 통해 대한민국의 자유로운 체제에 감사해야 한다. 그러나 광장의 외침에 수가 더해져, 떼가 되면서 대통령를 하야 시킬수 있다고 생각하면, 민주제 본질을 훼손하게 된다. 민주주의를 외치지만, 스스로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행위가 된다.

이런 사고와 행동은 '천민 민주주의'다. 우린 '천민 자본주의' 시대를 거치면서, 성공적 자본주의를 성취했다. 지금 민주주의로 인해 민주주의가 파괴되는 '천민 민주주의' 시대로 갈지, 성공적 민주주의 시대로 갈지에 우리 국민은 시험에 들었다. /이규선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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