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시위 왜곡 선동 대톨령 하야 투쟁 분위기 몰아
   
▲ 이철영 굿소사이어티 이사·전 경희대 객원교수
요즘 나라 돌아가는 모습을 보자면 가히 "언론 전성시대"라 할만하다.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대통령의 목줄을 조이며 나라와 국민을 뜻대로 쥐락펴락하려 하니 "언론 독재시대"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지도 모른다. 

'최순실 게이트'로 정치판은 '대통령 탄핵' 문제를 놓고 각자 이해타산에 분주하고 언론은 나라를 온통 '대통령 하야(下野)' 투쟁 분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일반 국민들은 이들이 나라를 어쩌자는 건지, 무슨 생각으로 무슨 말을 하는 건지 갈피를 잡기가 쉽지 않다. 문제는 언론들이 사회현상들을 객관적으로 보도하지 않고 자기들 생각과 의도대로 가공하여 목청을 높인다는 점이다. 

언론의 사실 왜곡과 선동

얼마 전 종편방송 '채널A'는 단독보도라며 "촛불집회시간, 사우나 즐긴 김진태"라는 등의 자막과 함께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을 맹비난했다. 당시 김 의원이 불우이웃돕기 연탄배달 봉사를 마치고 동네 사우나에 들른 사실은 싹 빼고 사우나 간 사실만 보도한 것이다. 박 대통령의 대구 서문시장 화재현장 방문을 보도하면서도 환호하는 많은 시민들은 제쳐두고 항의하는 시민 한 사람만 집중적으로 보도하여 시청자의 항의전화를 받기도 했다. 

어느 날 갑자기 출처불명(?)의 태블릿PC 덕에 유명해진 '최서원' 여인은 언론에 의해 버린 지 2년도 더 지난 '최순실'이란 이름으로 되돌아갔다. 언론이 박대통령을 비하하는데 '최순실'이라는 촌스러운 이름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모두 언론의 의도적인 '여론' 호도(糊塗), 오도(誤導), 조작(操作)의 단면들이다.

언론의 무지와 무개념

필자는 2년여 전 "도로의 먼지나 공장, 치과 등에서 흘러나온 엄청난 양의 금이 하수에서 추출된다"며, "여기서 얻는 금은 하수 1t당 2.9㎏으로 일반 금광보다 50배나 높은 농도다"라는 모 중앙일간지의 기사를 지적한 바 있다. 하수 1톤에서 요즘 금값으로 따져 약 1억 5000만원 상당의 금을 추출한다는 얘기다. '그램'을 '킬로그램'으로 잘못 쓸 수는 있겠지만, "금광의 50배"라고 부제(副題)를 단 언론사의 무지, 무개념, 무책임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오보나 망신살에도 우리 언론사들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언론 종사자들의 숫자개념이 이 수준이니 지난 11월 12일 광화문시위 참가자수를 경찰이 26만 명으로 추정했고 세계 언론들도 26만 명 또는 수십만 명으로 보도했음에도 우리 언론들만이 시위참가자수가 사상 최대로 100만 명을 넘었다고 외쳐대는 것이 크게 이상할 것도 없다. 뒤이은 19일 시위에는 서울에만 150만 명이 모였다고 떠들었다. '추정'이란 단서가 있으니 따져봐야 얻을 것도 없다.

   
▲ '최순실 게이트'로 정치판은 '대통령 탄핵' 문제를 놓고 각자 이해타산에 분주하고 언론은 나라를 온통 '대통령 하야(下野)' 투쟁 분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언론들이 사회현상들을 객관적으로 보도하지 않고 자기들 생각과 의도대로 가공하여 목청을 높인다는 점이다. /사진=연합뉴스

'기레기'들의 나라 망신

예전에 언론사 기자 명함이 암행어사 마패(馬牌) 정도의 위력을 가진 시절도 있었지만, 언론의 수준이 이런 지경에 이르면서 2010년대에 들어 '쓰레기 같은 기자'라는 뜻의 '기레기'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한쪽 귀와 한쪽 눈으로만 듣고 보며 머리도 가슴도 없이 편향된 입으로만 떠드는 무개념, 무책임 기자들과 약방의 감초처럼 아무데나 나서는 종편의 패널리스트들이 이에 해당할 것이다. 

그런 식으로 PC 자판을 두들기거나 외쳐대면서 언론 행세를 즐기다 보니 두 눈으로 보고 두 귀로 듣고 머리와 가슴을 써서 얘기해야 하는 곳에서는 입도 뻥끗하지 못한다. 그래서인지 요즘 SNS에 6년 전 사건(?) 동영상이 떠다닌다. 당시 언론에서는 자기들 치부를 드러내기 싫어 제대로 보도되지 않았던 일이다. 2010년 11월 12일 'G20 서울 정상회의' 폐막 기자회견장에서 한심하고 망신스런 일이 벌어졌다. 

'G20서울 정상회의' 폐회식을 겸한 기자회견에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계속되는 미국기자들의 질문을 중단시키고 마지막 질문 권한을 "G20 행사를 멋지게 치러낸(excellent host) 한국"의 언론에 주겠다고 말했다. "질문할 한국 기자 있느냐?"는 질문에 묵묵부답이자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어로 질문을 한다면 통역이 필요하다"며 좌중의 웃음을 이끌어내며 재차 질문을 유도했지만 한국기자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 이 때 질문에 나선 사람이 중국 CCTV의 루이청강(芮成鋼)기자였다.

루이청강 기자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자신은 중국기자이며 "아시아를 대표해 질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언론의 질문을 받겠다고 말했다"며 일차 거절했다. 이어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기자들에게 다른 질문이 없는지에 달렸다"며 계속 질문 기회를 한국기자들에게 돌렸지만 한국기자들은 끝내 침묵했다. 결국 오바마 대통령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복잡해졌다"며 난처한 웃음을 지으며 질문권을 중국 기자에게 넘길 수밖에 없었다.

오바마 대통령의 세 차례에 걸친 거절에도 불구하고 집요하게 질문을 던진 중국 기자의 무례도 상식 이하의 행동이지만, 우리 기자들이 전세계가 지켜보는 자리에서 꿀 먹은 벙어리가 된 건 뭐라 변명할 것인가? 한국 언론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나라와 우리 국민 모두에게 이 얼마나 창피하고 수치스런 일인가! 이게 우물 안 개구리 격의 우리 언론의 수준 아닌가! 세상 돌아가는 이치와 모습을 보고 듣는 게 짧고 머리와 가슴으로 글을 쓰지 않고 입으로만 떠들다 보니 국제무대에서는 아예 무용지물 신세가 된 것인가?

'침묵의 회개'가 필요한 '기레기'들

우리 언론 '기레기'들의 방약무인(傍若無人)과 경거망동을 보면서 요즘 누가 국정을 농단하고 마비시키고 있는지 다시 돌아보게 된다. '세상만사 인과응보(因果應報)'라 했던가? 오바마 대통령 앞에서 무례하게 나섰던 중국의 루이청강 기자는 스타 의식과 경거망동이 지나쳐 중국에서 '고관 사모님들의 정부(情夫)'라고 불리기까지 하다 결국 2014년 7월 뇌물 수수와 공여 혐의로 체포되어 감옥살이를 하고 있다. 얼마 전 우리 사회에 커다란 물의를 일으킨 모 신문사 주필이 떠오른다.

세계 정상들이 모인 자리에서 세계인들을 향해 '아는 것도 없고 알고 싶은 것도 없는 멍청한 집단'임을 스스로 선언한 우리 언론이 치욕적인 그날(11월12일)을 '언치일(言恥日)'로 선포하고 너절한 수다들을 하루만이라도 멈추고 '침묵의 회개'를 하면 어떨까? 답답한 마음에 별 생각이 다 드는 게 어찌 필자뿐이겠는가!

『(孟子)』에 '知者無不知也, 當務之爲急, 仁者無不愛也, 急親賢之爲務'라는 구절이 있다{제7편(篇) 〈진심장구(盡心章句)〉 상(上) 46장(章)}. "지혜로운 자(知者)는 알지 못하는 것이 없겠으나, 마땅히 해야 할 일을 급한 일로 생각해야 한다. 어진 사람(仁者)은 사랑하지 않는 것이 없겠으나 현명한 사람과 서둘러 가까이 함에 힘써야 한다."라는 뜻이다. 일의 본말(本末)과 완급경중(緩急輕重)을 헤아리지 못하고 나라를 혼란의 구렁텅이로 몰아가고 있는 언론과 정치판이 새겨들어야 할 가르침이다. 우리에게 급한 일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이다. /이철영 굿소사이어티 이사·전 경희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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