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구태 다 버리고 정경유착 끊겠다”…SK 등 '더 잘하겠다'
해체 위기의 전경련…70대 회장들 오랜 청문회에 병원행·조기퇴장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 1차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의 지적에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

[미디어펜=조한진·김태우 기자]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 특위 1차 청문회가 ‘삼성·이재용 청문회’가 됐다. 청문회에 나선 국회의원들은 질의 대부분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삼성에 집중했다. 이 부회장을 비롯해 증인으로 출석한 9개 그룹의 총수들은 K스포츠·미르재단 자금 지원에 대한 대가성은 전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6일 오전 10시 국회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이재용 부회장은 집중포화를 맞았다. 삼성의 최순실·정유라 지원과 지난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정당성 여부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질의에 나선 의원들의 날선 질문이 계속되면서 이 부회장은 진땀을 흘렸지만 일부 질문에서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는 등 성의 있게 임했다는 평가다.

이 부회장은 “이번 사건에 연루돼 여러 불미스러운 일로 국민께 실망감을 안겨서 저 자신도 창피하고 후회스럽다”며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최순실을 언제 알았느냐’ ‘국민연금과 사전에 합병을 조율한 것 아니냐’는 민감한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

◇청문회의 중심은 삼성과 이재용

이날 청문회의 중심은 삼성과 이 부회장이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은 물론 비선실세 부정 지원에 대한 질의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이 회장은 연신 ‘죄송하다’ ‘꾸짖어달라’ 등을 반복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이 부회장은 “합병 비율이라는 것이 임의로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정해져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정유라의 승마 지원에 대해서는 자발적이지는 않았지만 잘못된 지원이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의 ‘컨트롤 타워’격인 미래전략실 해체와 함께 전국경제인연합회 탈퇴도 언급했다. 이 때문에 향후 삼성그룹은 물론 재계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이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는 이번 청문회 이전에도 미래전략실 조직을 슬림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에서는 미래전략실 조직이 해체한 뒤 삼성전자로 흡수 통합하는 방안이 검토된 것으로 전해졌다.

청문회를 마치면서 이 부회장은  “청문회를 통해 여러 의원님의 좋은 의견을 많이 들었다. 변화 될수 있도록 노력하겠고 보여드리도록 하겠다. 구태를 다 버리고 정경유착 끊겠다”며 “여러의원님 말씀들으며 저의 책임 느꼈다. 신뢰를 잃은 것 같다. 잘못한게 많은 것 같다. 신뢰 받는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차·SK·롯데·한화 수장 ‘더 잘하겠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SK가 K스포츠재단으로부터 80억원의 기금 출연 요청을 받았지만 거절한 이유에 대해 "당시 왔던 (출연) 계획이나 얘기가 상당히 부실했고 돈을 전해달라는 방법도 좀 부적절했다"고 밝혔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조기 귀가 조치 전 "앞으로 성실한 마음가짐으로 국가와 국민 생각하는 차원에서 모든 결정 내리겠다"고 말한 뒤 청문회장에서 퇴장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청문회 자리에서 "우리(롯데그룹)는 투자를 많이 하고 싶지만 슈퍼, 쇼핑센터 출점 규제로 투자를 못하는 부분이 있다"며 "규제를 완화해 준다면 더 좋은 일자리를 젊은이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날 플레이그라운드 광고 집행과 관련해 “광고 내용은 중간에서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다. 기억 안 난다. (실무진에게) 알아는 보겠다”고 답했고 건강상의 이유로 병원에 검진을 받기 위해 조기 귀가 했다.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부터)이 6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해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연합


◇풍전등화 전경련

이번 청문회에서는 전국경제인연합회 해체에 대한 가능성이 증폭됐다. 주요 회원사인 삼성그룹와 LG그룹, SK그룹이 탈퇴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이 전경련 해체를 종용하자 "제 입장에서 해체를 꺼낼 자격이 없다. 탈퇴하겠다"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구본무 LG그룹 회장도 하 의원이 연이어 전경련 탈퇴 의사에 동의하느냐고 묻자 "네"라고 답했다.

삼성은 전경련 회원사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고 연간 회비도 가장 많이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경련 연간 운영 예산은 400억원 정도이며 삼성을 포함한 5대 그룹이 내는 회비가 약 200억원이다.

‘정경유착’ 등 부정적인 면이 강조되면서 전경련의 입지가 약화되고 있지만 재계를 대표하는 단체의 필요하다는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경련 역할과 기능 대한상공회의로 이전하거나, 미국 헤리티지재단 등과 같은 연구단체로 변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청문회가 힘든 70대 회장들

70대인 넘긴 정몽구 회장과 구본무 LG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청문회 자리를 끝까지 지키지 못했다.

정몽구 회장은 이날 오후 6시50분 쯤 청문회가 정회하자 준비된 차를 타고 인근 병원으로 이동했다. 정 회장은 국회 의무실에 들려 의료진으로부터 병원을 방문하는 게 좋겠다는 진단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진행 현대차 사장이 정몽구 회장을 대신해 대리 진술을 했다.

오후 8시30분에 재개된 청문회에서 김성태 특위 위원장은 구 회장에게 추가 질의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그에게 '마지막 발언'의 기회를 줬다. 구 회장은 "이렇게 심려를 끼쳐서 국민에게 죄송하다"며 "정말 죄송, 죄송합니다"라고 강조하고 자리를 떠났다.

이어 손경식 회장이 오후 9시쯤 귀가했다. 손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 시 이재현 회장의 사면 얘기가 없었느냐'는 마지막 질문에 "전혀 없었다"고 답했다.
[미디어펜=조한진·김태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