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여파 저소득층에게 밀어닥쳐…빈곤층의 분배 요구 커져
   
▲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
경제체제는 자본주의 시장경제, 사회주의 사회시장경제, 공산주의 계획경제로 대별해 볼 수 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시장원리에 의해 기업가가 생산하고 가계가 소비하는 경제체제다. 사유재산권 보장. 법치준수, 기업활동의 자유가 중요한 요소다. 반면 공산주의 계획경제는 사유재산을 인정하지 않고 생산수단을 공유해 계획적으로 공동생산하고 분배하는 경제체제다. 

자본가 노동자 계급 구분 없이 모두가 평등하게 살고자 했던 공산주의 계획경제체제는 1989년 베를린장벽 붕괴와 1991년 구소련의 몰락으로 그 유효성이 없음이 역사적으로 증명되었다. 자본가 노동자 계급 구분 없이 모두가 평등한 삶을 주장해 겉으로 보기에는 유토피아처럼 보이기도 해 러시아혁명 이후 20세기 초 많은 신생국가들의 혁명가들을 열광케 했던 공산주의 계획경제가 몰락한 가장 중요한 원인은 무엇보다도 열심히 일한 대가로 주어지는 사유재산이 인정될 때 비로소 열심히 일을 하게 되는 인간의 본성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 결과 생산성은 계속 하락해 빈곤국으로 추락하자 종주국인 구소련은 물론 동구도 몰락하게 된 것이다. 중국과 베트남은 진작 개혁 개방을 했고 최근에는 쿠바도 개방의 길로 들어서게 되어 사실상 지구상에는 북한정도만 남아 있는 실정이다.

서구유럽의 사회주의 사회시장경제는 독일의 사회민주당처럼 시장경제를 원칙으로 하되 과도한 분배의 불평등을 시정하기 위해 근로자대표를 기업의 감독이사회에 참여시키는 방식으로 기업공동경영을 제한적으로 추구하는 제도와 노동조합운동을 바탕으로 노동당이 정치에 참여하는 영국 방식으로 대별된다. 한 때 공산주의 계획경제와 자본주의 시장경제 사이에서 두 제도의 문제점을 시정할 수 있는 균형 잡힌 제도로 인식되어 많은 서구국가들이 채택하기도 했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경제가 침체하면서 독일 사회민주당의 슈뢰더 총리와 영국 노동당의 블레어 총리는 1999년 런던에서  ‘사회적 개념’보다 ‘경제적 개념’을 강조한 유럽사회민주주의 현대화를 규정한 “슈뢰더 블레어 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동 선언 이후 노동개혁을 중심으로 사회적 개념에 치우쳤던 많은 정책들이 경제적 개념이 강조되는 방향으로 개혁되었다. 그 결과 독일과 영국 경제는 다시 부활하고 있다.

   
▲ 정치가들이 분배를 더욱 해야 한다는 인기영합적인 주장을 하게 되면서 빈곤층의 불만에 불을 지른다. 결과는 성장률이 더욱 하락하고 일자리가 줄어들어 분배는 더욱 악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자료사진=서울시 제공


이처럼 공산주의 계획경제는 물론 사회주의 사회시장경제도 퇴조하고 있는데 유독 한국에서는 ‘사회적경제’ ‘공공기관 근로이사제’ 등 사회주의적 색채가 짙은 경제정책들이 주장되거나 추진되고 있고 심지어 일각에서는 재벌해체 등 극좌적인 주장들 마저 서슴없이 대두되고 있어 글로벌 추세와는 동떨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무엇이 이미 역사적으로 그 무효성이 입증된 좌파사회주의가 한국에서는 기승을 부리게 하고 있나.

가장 중요한 배경은 1962~91년 까지 연평균 9.7%의 고성장을 하던 한국경제가 1992~2011년 중 연평균 5.4%의 중성장기로 접어 든 후 2011년부터는 2% 대의 저성장기에 진입한 점이다. 특히 1992년부터 중성장기 접어들면서 정확하게 1992년을 전환점으로 그 때 까지 하락했던 지니계수가 상승하는 등 분배가 악화되기 시작했다. 성장률 하락으로 양질의 일자리가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아서 임시직 일용직 등 비정규직과 영세자영업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1% 성장에 6~7만 명의 일자리가 창출되는데 성장률이 하락해 일자리가 줄어들어 물리적으로 갈데가 없는 실업자 비정규직 영세자영업자가 증가한 때문이다. 성장률 하락으로 일자리가 줄어들면 소득수준이 낮은 계층의 일자리와 수입이 더욱 크게 줄어든다. 이들은 대개 임시직 일용직 영세자영업자이기 때문이다. 소득분배가 악화된다는 얘기다. 실증분석 결과 실질 GDP 1% 하락시 지니계수가 0.3%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분배가 악화되면서 중산층 비율도 1992년을 전환점으로 하락하기 시작했다. 빈곤층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2016년 10월 기준으로 전체 경제활동인구 2750만 명 중 실업자는 93만 명, 취업자는 2658만 명이다. 그런데 취업자 중 상용근로자는 1306만 명 뿐이고 임시·일용직이 663만 명, 무급가족종사자 포함 자영업자가 689만 명이다. 자영업자 중 혼자서 하는 영세자영업자가 약 400만 정도다. 임시·일용직 영세자영업자 실업자 합하면 1156만 명이다. 이들의 수입은 월 100~150만 원 정도인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경제성장이 저성장기 접어들면서 파이가 적어지면서 저소득층의 일자리가 불안해 지고 수입이 급감하고 있는 것이다. 

   
▲ 1962~91년 까지 연평균 9.7%의 고성장을 하던 한국경제는 1992~2011년 중 연평균 5.4%의 중성장기로 접어 든 후 2011년부터는 2% 대의 저성장기에 진입했다./자료사진=연합뉴스

앞으로 성장률이 더욱 하락하면 이러한 현상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분배에 대한 욕구가 증가하고 사회에 대한 불만이 증가하게 된다. 이틈을 최대한 이용하여 정권을 잡으려고 하는 정당은 일자리가 없어서 악화되고 있는 분배를 적게 나눠 가져서 초래된 결과로 호도하면서 분배를 더욱 해야 한다는 인기영합적인 주장을 하게 되면서 이들 빈곤층의 불만에 불을 지른다. 결과는 성장률이 더욱 하락하고 일자리가 더욱 줄어들어 분배는 더욱 악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해결책은 기업투자환경을 개선해 투자를 증가시켜 성장률 높여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길 뿐이다. 그러나 빈곤층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이러한 목소리는 길을 잃고 우선 당장 분배를 더 해 달라는 주장만 커진다. 심할 경우에는 판을 뒤엎자는 주장도 나오면서 정치경제사회는 좌경화되어 가는 것이다. 불행히도 한국은 지금 그 변곡점을 통과하고 있는 듯이 보여 악순환이 우려된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


(이 글은 9일 자유경제원이 리버티홀에서 주최한 ‘자유주의 관점에서 본 노동’ 1차 자유노동연구회 워크샵에서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가 발표한 토론문 전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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