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사태 보는 듯…언론은 헌재 탄핵소추 인용 여부에 균형 있는 보도를
   
▲ 김규태 재산권센터 연구위원
탄핵소추안을 가결시키기 전 박근혜 대통령과 국회를 위협하던 자들이 이제는 권한대행 황교안 국무총리와 탄핵심판에 나선 헌법재판소까지 겁박하고 나섰다. "이게 나라냐." 이 나라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할 자격이 없다.

민주주의에 대한 오해부터 상당하다. 민주주의는 광장의 외침이 아니라 투표소에서의 조용한 선택이다. 현대 민주주의는 대의민주제다. 도시국가에서 병역의 의무를 다한 재산권자만이 참여했던 직접민주주의는 유권자 몇 만 명 규모의 아고라에서나 기능한다. 

탄핵소추안 가결이라는 출발점도 잘못됐다. 최순실 게이트-국정농단 의혹에 대한 규명은 이제 시작이다. 검찰 공소장에 공범이라 적시된 것 외에는 뉴스기사가 증거의 전부다. 허나 근거로 제출된 언론보도 다수는 오보며 사실관계를 제대로 밝히지 못하고 있다.

탄핵심판에 임한 헌법재판소가 고심해야 할 사실관계는 대통령의 헌법수호 의무나 중대한 위법 행위와 관련된 내용이어야 한다. 중요한 사실관계는 박 대통령이 언제 무엇을 알고 있었으며 이후 무슨 의도로 어떤 행위를 했느냐다. 그러나 탄핵소추안에는 이러한 사실관계를 확증시켜 줄만큼의 증거자료가 전무하다. 법치주의는 실종됐다. 

이러한 탄핵소추안을 헌재에서 인용한다면 대한민국은 법이 필요없는 사회가 된다. "법 없이도 민중(?)이 원하다면 살인도 가능한 사회가 올 것"이라는 식자의 평이 필자의 귀를 때린다. 누가 무엇을 잘못한지 사실관계를 명확히 따지기 보다는 어떻게든 박근혜만 끌어내리고 다음 대선에서 필승해야 한다는 정치공학만 남았다. 광우병 사태의 재림이다.

   
▲ 언론은 헌재의 탄핵소추 인용 여부에 관해 균형 있는 보도를 해야 한다. '헌재가 탄핵소추를 인용하라'는 겁박은 선동이다. 헌정을 파괴하겠다는 광기다./사진=연합뉴스


감정적인 분위기는 접어야 한다. 이제는 해결 모색의 때다. 최순실게이트에서 밝혀진 죄의 경중을 차분히 따지면서 준조세 금지-정부/국회의 '기업 기금 모금 요청' 근절 등 최순실 해법을 내놓아야 할 때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대한 헌법재판소 심판이 두달 만에 나온 이유는 선거관리위원회의 판단이 사전에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헌재는 수사기관이 아니기에 심판을 내리기 전 특검 및 법원 판결의 과정들을 지켜보아야 한다. 헌재에게 주어진 6개월의 시간을 다 쓸 수밖에 없는 이유다. 헌재 재판관들 2인의 임기가 1월과 3월까지라는 변수도 있다.

언론은 헌재의 탄핵소추 인용 여부에 관해 균형 있는 보도를 해야 한다. '헌재가 탄핵소추를 인용하라'는 겁박은 선동이다. 헌정을 파괴하겠다는 광기다. 법치주의에 입각한다면, 헌재가 6개월 뒤 어떤 결정을 내리든 이를 수용해야 한다는 메세지를 던져야 한다. 이러한 일말의 전제 없이 언론의 목소리가 계속 민중주의로 흐른다면 헌재의 향후 결정에 영향을 미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87체제 이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이미 한 세대의 경험을 축척했다. 민주주의는 충분하다. 광장에서의 외침은 일각의 의견에 그쳐야 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민주공화국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법치에 따른 통치가 필수다. /김규태 재산권센터 연구위원

   
▲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대한 헌법재판소 심판이 두달 만에 나온 이유는 선거관리위원회의 판단이 사전에 있었기에 가능했다./사진=미디어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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