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거티브 규제를 원칙으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최대한 보장해야
   
▲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
법치국가원리와 네거티브법제의 구축

Ⅰ. 들어가는 말

우리나라 현행 헌법의 기본원리는 법치국가원리이다. 헌법에는 민주공화국과 국민주권을 명문화하고 있지만, 이를 실현시키는 것은 법치국가원리이다. 우리는 법치국가원리를 법치주의 또는 법의 지배라는 표현을 혼용하여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법치국가원리는 독일에서 만들어진 헌법상 기본원리로 자의적인 정치권력을 실정법의 테두리에 끌어들여 통제하기 위한 것이다. 즉 쉽게 말하자면 인간의 행위를 규범으로 규율하여 자의적이고 주관적 통치에서 이성적이고 객관적 기준에 의한 규범적 통치로 바꾸자는 것이다.

인간의 역사는 권력을 가진 자의 지배와 지배를 받는 자로 나뉘어 발전하였다. 근대 계몽주의는 자유인에 의한 시민계급을 등장시키면서 신분계급에 의한 구체제를 붕괴시키는데 일조를 하였다. 합리적 사고와 인간의 이성에 기초한 근대 법체계는 칸트의 이성주의에 기반을 둔 독일의 법치국가원리를 탄생시키고 발전시켰다. 정치권력을 규율하는 법치국가원리는 권력에 숨어있는 폭력성으로부터 인간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공동체의 안전과 평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사회적 정의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가치는 절대화하고 자유는 상대화할 수밖에 없다.

법치국가원리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는 것을 추구하기 때문에 헌법의 기본권은 최대한 보장하고 국가의 통치 권력은 최대한 규율한다. 그래서 기본권의 해석은 폭넓게, 국가구조의 해석은 엄격하게 함으로써 국가권력의 기본권 구속성을 강화한다. 그런 점에서 최근 정치권의 책임총리제, 거국내각구성에 관한 발언은 단지 정치적 발언에 불과하고, 이를 실현시키려고 한다면 위헌으로 헌법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라 할 수 있다. 국가권력에 관한 법규는 가능한 한 명문의 규정대로 해석하는 것이 법치국가원리에 합치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법치국가의 법체계는 네거티브법제이어야 한다. 즉 헌법상 기본권은 원칙적으로 보장되고 예외적으로 제한되는 것처럼, 어떤 행위를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예외적으로 금지하는 네거티브(Negative) 규제가 법치국가에서는 원칙이다. 어떤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포지티브(Positive) 규제는 법치국가원리에서 그 자체가 예외적이어야 한다. 그런데 법적 현실은 이와 반대로 가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는 법령의 수에 있어서 거의 세계 최고의 수준이다. 국회의 통계나 법제처의 통계를 보면 법령의 수는 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1) 2000년대 오면서 입법권의 역할 강화를 외치면서 불요불급한 법률들이 시작하였다. 특히 국회의원의 입법 활동에 대한 평가가 시민단체로부터 시작되면서 건수에 집착하는 국회의원의 숫자가 갑자기 늘어났다. 행정부의 규제만능주의와 입법부의 법률만능주의가 합작하면서 급속하게 포지티브법체계가 구축되었던 것이다.

현실적으로 법령의 수가 증가하면서 포지티브법체계가 좀처럼 변화하지 않는 가운데 역대 정부는 계속해서 규제완화를 외치고 있다. 그리고 규제완화가 마치 정부의 공권력을 민주화시키는 것이라 착각하면서 업무수행의 실적으로 오인하고 있다. 그런데 규제는 법령의 형식으로 된 규정이나 규칙에 의하여 일정한 한도를 정하거나 정한 한도를 넘지 못하게 막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제한적이어야 한다. 정부가 규제완화를 외치면서 규제를 확대한 것은 통계를 보면 알 수 있다.2)

정부의 규제완화는 다양한 수식어가 붙는데, 예를 들면 부동산 규제 완화, 수도권규제완화, 그린벨트 규제완화, 농지규제완화, 산지규제완화, 금융규제완화, 중소기업규제완화, 푸드 트럭 규제완화,  건축규제완화, 오피스텔규제완화 등이다. 이렇게 행정의 영역에서 규제완화가 많은 것은 반대로 보면 그동안 규제가 많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정부의 대부분 규제는 주로 경제와 관련된 것으로 그동안 정부의 규제가 국민의 경제생활과 경제활동에 많은 제약을 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규제완화는 필요한 규제이외에는 규제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규제를 만든 이상 완화하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규제완화는 입법부의 입법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해양 신산업 창출을 위한 저해 규제 개선, 수산업 경쟁력 강화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한 규제 완화를 위하여 ‘해양심층수의 개발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여 5년간 해양심층수 관련 사용료와 부담금을 한시적으로 전액 감면한다고 하였다. 이렇게 규제완화는 규제개혁 내지 규제개선이란 용어로 현실에서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정부가 규제완화를 추구하려면 우선 법령의 방식을 네거티브규제로 바꾸어야 한다. 정부는 국민 부담을 경감하기 위하여 규제방식을 네거티브 규제로 전화하여 규제 비용 관리제와 규제 일몰제의 강화 등 규제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행정부에 의한 네거티브 방식의 규제완화가 실효를 거두려면 규제를 규정하고 있는 법령의 내용이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법률은 국회가 입법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법률을 제정하는 경우 네거티브규제를 위한 입법평가가 필요하다.

   
▲ 국가공동체에서 공익을 위한 규제는 필요하다. 그렇지만 규제는 헌법이 규정한 방식을 따라야 하고 그 내용에 있어서 사전규제나 사후규제의 경우 사후규제가 원칙이고 사전규제는 중대한 공익상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허용하는 등 헌법이 정한 원칙에 따라 규제완화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사진=연합뉴스



Ⅱ. 네거티브법제를 위한 헌법적 근거

1. 네거티브법제의 의미와 규제개혁

네거티브규제는 어떤 행위에 대하여 국가가 법규를 통하여 규제하지 않고 금지되는 행위만 규율함으로써 나머지 부분은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네거티브법제는 어떤 행위를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예외적으로 금지함으로써 금지되는 행위를 법제화하는 것이다. 네거티브규제는 국민에게 주어진 자유와 권리를 보다 확장적으로 보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규제개혁 및 규제완화와 관련하여 긍정적인 규제방식이다.

물론 이러한 방식은 법의 영역에서 보편적인 것이 아니다. 질서의 영역에서는 법령에서 일반적으로 금지되어 있는 행위를 특정의 경우에 특정인에 대하여 해제하는 행정처분으로 허가가 있다. 이러한 허가는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질서행정에서는 공익을 위하여 선택하는 방식의 일환일 뿐 포지티브규제는 아니다.

정부의 규제는 법에 근거하여 작용하는데 광범위한 파급효과를 갖는다. 이러한 규제는 국가작용에 있어서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며 국가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좋은 규제정책은 국가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며, 국가의 규제에 문제가 있다면 규제개혁을 통하여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

20세기 말 많은 국가들이 공공부문의 규제개혁의 중요성을 인식하였지만 실제로 규제개혁을 추진한 국가는 별로 없다. 규제개혁은 경제위기로 시장이 충격을 받게 되면 규제개혁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된다. 경제위기로 인하여 개인과 기업 및 시장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국가 경제성장과 경쟁력이 떨어지면,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정부는 규제개혁을  이용한다.

규제개혁을 하기 위해서는 포지티브법제를 네거티브법제로 바꾸어야 한다. 규제의 근거는 법규에 있기 때문에 법규의 개선을 통하여 규제개혁이 이루어질 수 있다. 규제개혁은 규제폐지와 완화뿐만 아니라 기존의 규제를 좋은 규제로 변화시키는 것까지를 포함한다.

우리나라는 1998년 행정규제기본법을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는데, 이 법의 목적은 행정규제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규정하여 불필요한 행정규제를 폐지하고 비효율적인 행정규제의 신설을 억제함으로써 사회·경제활동의 자율과 창의를 촉진하여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국가경쟁력이 지속적으로 향상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행정규제기본법이 행정규제에 목적을 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하고 비효율적 행정규제를 폐지하거나 억제하자는 것이기 때문에, 규제개혁을 적극적으로 선도하고 있는 OECD나 유럽연합 등에 대응한다고 볼 수 있다. 국제사회는 질적 규제개혁을 ‘스마트 규제(smart regulation)’로 표현하기도 한다.3) 아무튼 동 법은 규제의 신설에 엄격한 원칙을 적용하고 있으며, 기존규제의 정비도 포함하여 행정부의 규제개혁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2. 법치국가원리와 네거티브법제

법치국가원리는 우리 헌법을 지배하고 지도하는 기본원리이다. 법치국가는 개인의 자유를 위하여 국가의 활동이 제한되고, 명확성을 갖는 법률을 제정하며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법원을 설치하는 국가이면서, 국가와 사회생활의 형성을 위하여 헌법의 구속력·권력분립·행정의 법률적합성·권리의 절차적 보장·신뢰보호 등의 요소로 구성되어 법이란 수단과 기준으로 국가권력의 자의적 행사를 통제함으로서 정치적 통일과 법적 평화, 나아가 사회적 정의의 실현을 목표로 하는 국가를 말한다. 즉 법치국가란 법이 지배하는 국가로서, 기본권보장, 국가권력의 헌법질서에 대한 기속성과 권력분립 등의 요소를 축으로 하여 법적 평화와 통일성, 실질적인 사회정의 실현을 목표하는 국가라고 할 수 있다.

법치국가는 헌법국가를 전제로 하고 있으며, 자유에 기초하여 정의라는 이념의 실현을 목표로 한다. 법치국가원리를 구성하는 헌법규정은 국가생활에서 기준과 형태를 부여한다. 법치국가에서 법은 핵심으로서 임의적이 아닌 이성·정당성·정의의 관념에서 도출된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법우선(Primat des Rechts)의 원칙이 국가생활을 지배한다.

법의 지배나 법률의 지배는 인간의 자의적 행사를 막으며, 국가권력의 헌법과 법기속은 평등과 법적 안정성에 최소한의 기준을 세움으로서 법적 영속성을 형성시킨다.4) 국가 공권력은 궁극적으로 인간의 존엄과 가치의 대한 보장을 목표로 행사되어야 한다. 법치국가는 기본권보장과 권력분립의 두 요소에 의하여 자유와 평등, 정의를 보호한다.

법치국가의 전체적인 형태는 헌법에 직접 언급된 규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헌법의 개별적 조항으로부터 하나의 조합된 형태로 구성된다. 예를 들어 권력분립원칙은 개개의 조항이 모여서 구성된다. 헌법은 제40조에 입법권, 제66조 제4항에 행정권과 제100조 제1항에 사법권, 그리고 제111조에 헌법재판소 등 개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외에 국가권력의 법기속성은 개별 조항에 명문화되어 있다. 입법 작용의 헌법과 법기속성은 규범통제조항(제107조 제1항, 제111조 제1항 제1호)을 통하여, 사법작용은 헌법과 법률에 기속되며(제103조), 행정작용에 있어서는 행정의 법률적합성(제107조 제2항)과 국가기관의 조직과 직무에 대한 법률주의(제96조, 제102조 제2항) 등이 적용된다. 이와 함께 헌법은 국민의 기본권과 함께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사법 절차적 보장을 규정하고 있다(제12조, 제27조, 제101조, 제103조, 제109조).

법치국가에서는 행정과 사법이 헌법과 법률에 기속된다. 국민으로부터 정당성을 직접 확보하고 있지 못한 행정과 사법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작용되어야 한다. 행정의 법률기속은 법치행정의 틀 속에서 법률의 우위와 유보(Vorrang und Vorbehalt des Gesetzes)원칙의 적용으로 나타난다. 또한 사법의 법률기속은 재판에 있어서 소송법의 적용으로 구체화된다. 물론 여기서 법률은 정당성이 전제되어야 하다. 왜냐하면 민주적 법치국가에서 법률은 무조건 정당성을 획득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법률이 기본권이나 헌법에 합치되는지 여부가 문제되는 경우에는 위헌법률심판이나 법률의 개정과 폐지로 해결해야 한다.

법치국가는 기본권보장과 권력분립원칙의 명문화로만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법치국가는 권리보호를 실질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절차를 필요로 한다. 또한 국가는 법률분쟁에 있어서 법의 효력을 관철해야 할 의무를 갖는다. 흠이 없는 권리보호를 위하여 법치국가는 사법제도와 적법한 절차를 구축해야 한다. 절차적 정의에 충실한 절차야말로 정당하고 합의가 가능한 결과를 끄집어 낼 수 있다.5) 국가의 재판청구권보장, 사법절차와 행정절차의 법치국가적 기본원칙들은 절차적 정의의 구축에 기여한다.

법치국가가 추구하는 목표는 국민의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하여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다. 그런데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한다고 하는 것은 최소한의 제한을 통하여 실현되는 것이다. 헌법 제37조 제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의 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즉 기본권 제한의 방식은 최소한의 제한이고 제한의 범위는 법률에서 명문화함으로써 제한되지 않는 부분은 기본권을 보장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헌법상 법률유보원칙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방식이며, 그 제한의 방법을 법률로만 하도록 하여 국민의 대표기관에 위임하고 있다. 국회는 입법에 있어서 법치국가원리 안에서 입법재량권을 행사하지만, 기본권의 제한에 있어서는 명문으로 최소화하여 제한으로 인한 국민의 피해나 발생하는 손해를 공익의 실현 정도에서 최소화해야 한다.

국민의 기본권에 대한 제한은 원칙적으로 법률의 형식을 가진 규범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 헌법의 요구이기 때문에 헌법 제75조와 제95조에 행정부의 법규명령에 관한 규정이 있다고 하여도 어디까지나 법률의 범위 내에서 법률에 근거하여 행정입법을 해야 하는 제한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위임의 근거 없이 또는 위임의 범위를 정하지 않는 경우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이 적용된다. 오늘날 행정부의 행정행위에 있어서 자유재량은 인정될 수 없고, 모든 행정작용과 행정행위는 법률에 기속되며, 법률에 의하여 선택권이 주어지는 범위 내에서만 재량권이 행사된다.

그 다음으로 네거티브법제와 관련된 헌법의 규정은 제119조 제2항이다. 동 조항은 경제의 영역에서 국가에게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여 규제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규제와 조정의 국가권한도 헌법이 설정하고 있는 최소한의 범위를 벗어나서는 안 된다. 이는 헌법 제119조 제1항에서 언급하고 있는 것처럼 국민과 기업의 경제적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야 하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네거티브법제는 헌법이 요구하는 국민의 경제적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하여 규제를 최소화하고 예외적으로 규제하는 네거티브규제 방식을 담고 있다. 또한 기업의 자유는 헌법 제15조 직업선택의 자유로부터 도출되는 자유이기 때문에 기업의 경제적 활동을 제한하더라도 국가의 안전보장이나 질서유지 및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제한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 규제는 행정부와 입법부 그리고 사법부에 이르기까지 모든 국가권력이 동일한 기준에 따라 주어진 권한을 행사해야 평등원칙과 적법절차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사진=미디어펜


Ⅲ. 네거티브법제의 구축과 법치의 실현

네거티브규제는 헌법이 요구하는 기본권 제한의 방식을 구체화시켜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정부의 규제는 경제 영역 역시 국민의 경제적 자유와 관련되어 있다는 점에서 국가의 안전보장이나 질서유지 및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만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이미 세계 각국은 법치를 근간으로 하여 네거티브규제 방식으로 법제를 제·개정하고 있다.

국민의 자유와 권리 및 경제의 자유로운 발전을 위하여 정부가 법률을 정비하는 것은 중요한 국가의 과제이며 책무이다. 역대 정부가 규제완화를 외치면서 이에 근거가 되는 법제에 있어서는 규제완화 내지 규제철폐를 의식하지 않고 단지 사회의 현상과 사회의 필요성에 따른 법제화에만 집중하지 않았는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즉 말로만 규제완화를 외칠 것이 아니라 규제완화를 위하여 근본적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보다 심도 있는 고려가 있어야 한다.

법치국가의 관점에서 보면 포지티브규제 또는 이를 담고 있는 포지티브법제는 법치국가가 추구하는 기본권의 최대 보장원칙에 반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네거티브규제를 위한 행정규제기본법을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다. 동법은 규제의 법정주의를 채택하여 제1항에서 “규제는 법률에 근거하여야 하며, 그 내용은 알기 쉬운 용어로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규정되어야 한다.”고 하고 있다.

또한 동법은 규제의 원칙을 명문화하여 제5조에서 “국민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하여야 하며, 규제를 정하는 경우에도 그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아니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하여 헌법 제37조 제2항의 내용을 거의 답습하고 있다. 그 다음 규제를 정할 때 국민의 생명·인권·보건 및 환경 등의 보호와 식품·의약품의 안전을 위한 실효성이 있는 규제가 되어야 하고, 규제의 대상과 수단은 규제의 목적 실현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객관성·투명성 및 공정성이 확보되도록 설정되어야 한다고 규정하여, 네거티브규제의 원칙을 분명히 하고 있다.

법률은 국가공동체의 질서와 구성원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에 의하여 제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규제란 필요하다. 그런데 규제를 하더라도 법치국가원리 내에서 해야 한다는 것이고, 규제개혁이나 규제완화도 무조건 규제를 풀거나 철폐하라는 것이 아니다. 네거티브법제의 개념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것은 규제의 방식을 단순히 포지티브에서 네거티브로 바꾸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국민의 이익이나 공익을 위하여 법률로 규제를 하는 것은 헌법이 규정한 방식에 다른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지만 규제를 최소화하고 이에 따르는 국민의 피해가 최소화되지 않는다면 네거티브 규제라는 것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고 현실에서 실효성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과거 헌법재판소는 과외금지를 규정한 학원법이 국민의 기본권행사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허용하여 위헌이라고 판단하였다.

또한 헌법재판소는 집시법상 야간집회 규정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허용하여 기본권 제한의 방식이 잘못되었다고 위헌 결정을 하였다. 물론 시각장애인의 안마사 자격과 관련해서는 장애인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관점에서 일반 국민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헌법질서에 반하지 않는다는 결정도 하였다. 즉 규제에도 사회의 기본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예외가 있다.

국가공동체에서 공익을 위한 규제는 필요하다. 그렇지만 규제는 헌법이 규정한 방식을 따라야 하고 그 내용에 있어서 사전규제나 사후규제의 경우 사후규제가 원칙이고 사전규제는 중대한 공익상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허용하는 등 헌법이 정한 원칙에 따라 규제완화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규제에 있어서 법치국가원리가 적용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규제는 행정부와 입법부 그리고 사법부에 이르기까지 모든 국가권력이 동일한 기준에 따라 주어진 권한을 행사해야 평등원칙과 적법절차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

   
▲ 규제를 하더라도 법치국가원리 내에서 해야 한다는 것이고, 규제개혁이나 규제완화도 무조건 규제를 풀거나 철폐하라는 것이 아니다./사진=연합뉴스


1) 법제처 최근 5년간 법령통계에 의하면 법률의 수가 2012년 1,286에서 2016년 1,429로 143개 늘었으며, 대통령령의 수는 2012년 1,492에서 2016년 1,629로 137개 늘었고, 총리령과 부령은 2012년 1,151에서 2016년 1,268로 117개가 늘었다. 2016년 11월 말 현재 우리나라 법령의 수는 법률 1,388, 대통령령 1,625, 총리령 133, 부령 336, 국회규칙 등 기타 336, 그리고 헌법을 포함하여 4,614이다.

2) 이명박 정부에서 2008년 5186개의 규제가 2009년에는 1만1050개로 늘었다는 언론보도도 있었다(전자신문 2013. 08. 21일자(http://www.etnews.com/201308210449).

3) 최진욱, “행정부의 규제개혁 추진의 과제”, 규제연구 제23권 특집호(2014. 9), 45면 이하 참조. 이 논문에서는 OECD에서 권고하는 규제개혁의 성공을 위한 조건을 기술하고 있는데, 규제개혁의 성공을 위해서는 규제의 법적, 절차적 공정성을 검토할 수 있는 효과적인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한다.

4) 그러나 국가권력이 법에 기속된다는 의미는 그 자체의 한계를 갖는다. 특히 불법이 법의 형식으로 나타날 때 행정과 사법의 법기속은 그 역기능으로 인하여 오히려 법치국가의 이념이 무의미해진다. 이러한 모순의 시정은 법률이 제정절차의 합법성과 민주적 정당성을 가짐으로서 해결된다. 또한 입법자가 헌법과 법에 기속됨으로서 법률의 내용적 정당성을 확보하게 되며, 나아가 헌법재판을 통하여 입법권도 기본권에 기속된다.

5) Zippelius, Rechtsphilosophie, 1989, § 36.


(이 글은 13일 자유경제원이 마포 리버티홀에서 주최한 ‘법체계를 바꾸자’ 제 3차 연속세미나에서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가 발표한 발제문 전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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