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금속노조 재가입 통한 '강경 투쟁' 모드 돌입
[미디어펜=백지현 기자]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의 금속노조 재가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노조는 금속노조 재가입을 통한 '강경 투쟁'으로 사측을 더욱 압박하겠다는 전략이지만, 노조 내부에서조차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의 금속노조 재가입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현대중공업 노조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노조는 20일부터 사흘간 전체 조합원 1만4000여명을 대상으로 금속노조 가입을 위한 찬반 투표를 실시한다. 조합원 과반이 투표에 참여해 3분의 2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노조가 이번에 금속노조에 가입하게 되면 지난 2004년 사내 협력사 직원의 분신 사태와 관련해 제명된 이후 12년 만에 기업 노조에서 산별 노조로 전환하게 된다

앞서 노조는 지난 15일 열린 임시 대의원대회에서 노조 대의원 170명 가운데 130명이 참석해 금속노조 가입을 위한 조직 형태 변경 안건을 만장일치로 결의했다.

노조가 금속노조 재가입 카드를 꺼내든 배경은 현재 회사가 진행 중인 구조조정과 비(非)조선 분야 분사를 저지하는데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중공업은 재무구조 개선과 사업별 경쟁력 강화를 위해 분사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현대중공업은 사업 개편을 통해 기존 차입금을 분사되는 6개사에 나눠 배정함으로써 현재 168.5%에 달하는 조선해양 부문 부채비율을 100% 미만으로 떨어뜨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노조는 최근 소식지를 통해 “노동자의 일방적인 희생만 강요하는 현실을 타개하는데 금속노조가 큰 힘이 될 것은 부인하지 못 한다”며 투쟁 강도를 높이기 위해 금속노조 재가입을 독려하고 있다.

이 같은 강경 투쟁 행보를 둘러싸고 노조 내부에서 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현대중공업 노조 내 한 현장조직은 최근 “조합원은 바보가 아닙니다”라는 제목의 유인물을 배포, 노조 집행부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미 금속노조 가입에 따른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무조건 재가입을 독려하는 것은 상황을 악화시킬 뿐 협상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업계 역시 노조를 바라보는 시각은 상당히 부정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국내 조선업계는 현대중공업 뿐 아니라 모두가 극심한 불황에 직면해 있다”며 “일정부분 희생을 감내하면서까지 자구노력에 동참하는 것은 그만큼 업계가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합원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일정부분 이해는 가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더 큰 그림을 들여다봐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