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등 공급과잉 15개 기업 정부 승인
"타 업종 활용 위해 적용범위 확대 필요해"
[미디어펜=김세헌기자]LG화학과 조선기자재 업체 4곳이 사업재편을 지원하는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 승인을 받으면서 관련 업계의 구조조정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 한화케미칼 울산공장 전경. / 한화케미칼 제공

일본의 산업경쟁력강화법을 모델로 한 기업활력법은 일명 '원샷법'으로 불린다. 정상 기업의 자율적 사업재편을 돕는 법으로, 정부 승인을 받으면 절차 간소화, 세제 혜택 등 다양한 지원을 받는 것이 가능해진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날 '제5차 사업재편계획 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LG화학, 삼영기계, 유일, 쓰리에스, 벤투스 등 5건의 사업재편 계획을 승인했다.

LG화학은 공급과잉 품목을 줄이고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사업재편에 나선다. 이로써 기존 폴리스타이렌(PS) 생산설비를 고급 플라스틱 소재인 ABS 생산설비로 전환하는 데 집중하게 된다. 

조선기자재 업체 4곳은 조선산업 불황으로 인한 경영악화를 극복하는 힘을 쏟을 계획이다. 삼영기계는 선박용 엔진 설비와 공장을 매각하고 발전용 엔진부품에 신규 투자할 예정이다.

유일과 쓰리에스도 선박블럭 공장·설비를 매각하거나 조선기자재 생산을 축소하는 대신 발전용 엔진부품이나 알루미늄 고속선처럼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벤투스는 선박용 강관 생산을 일부 축소하고 라디에이터에 새로 투자할 방침이다.

기업활력법이 시행된 이후 이번에 추가 승인된 5건을 포함해 현재까지 누적 승인 건수는 모두 15건이다. 기업활력법 승인 기업 중 80%에 해당하는 12개는 공급과잉 대표 업종인 석유화학·조선·철강기업이다.

지금까지 한화케미칼, 유니드,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10개 기업이 기업활력법을 통해 사업재편 승인을 받았다. 석유화학업계 맏형격인 LG화학의 사업재편이 이번에 승인됨에 따라 관련 업계의 구조조정은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석유화학업체들은 공급과잉 품목으로 지목된 PS·가성소다 등을 감축하고 ABS·가성 칼륨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조선업계는 연관 유망 분야로 새로이 진출하는 방향으로 사업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철강업종은 후판·강관 등 공급과잉 품목과 전기로 등 경쟁 열위 설비를 줄이고 고부가가치 제품에 대한 투자로 전환하는 데 중점을 뒀다.

   
▲ 철강, 조선업계는 세계적인 경기 부진 등으로 실적 악화가 계속되고 있다. 사진은 부산항의 감만부두 모습. / 연합뉴스

올해 승인된 사업재편 계획에 따른 신규 투자액은 1조4285억원으로, 내년 상반기엔 2조원 규모의 전력신산업펀드가 본격적으로 운영되면서 에너지 신산업 분야로 진출하려는 기업에 대한 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세법 개정에 따라 세제 지원도 대폭 강화될 전망이다. 기업활력법 승인을 받으면 적격합병 기준이 완화되고 계열사 간 주식교환을 하는 경우에는 양도차익에 대한 법인세 과세이연 특례가 적용된다.

공급과잉 업종에 대해서는 신청요건을 완화해 특별한 인수자가 없더라도 위탁매매계약, 매각공고 등을 통해 기업활력법을 신청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대한상의 한 관계자는 "기업활력법 시행 초기애매한 부분이 있었는데 실시지침과 금융 세제 지원안 등이 구체화되면서 기업의 문의도 크게 늘고 있는 추세"라며 "문의를 하는 기업의 경우 대기업, 중소기업 등 규모도 다양하고 업종도 기계, 조선, 철강, 화학 등 골고루 분포하는 편"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기업활력법이 더욱 성과를 내려면 적용대상 업종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문이 재계 등 관계자를 중심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기업활력법을 경제회복의 새로운 기반이라 보고 이를 개선,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기업활력법은 현행 법령상 과잉공급업종에 한정됐다. 하지만 이 같은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사업재편이 필요한 기업은 언제든 활용할 수 있도록 적용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상법과 공정거래법상 추가 규제 완화를 통해 실직적인 혜택을 늘려 사업재편이 불가피한 기업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일각에서는 전기차·태양광 등 신사업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일부 기업들이 기업활력법을 적극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으므로, 제조업종은 물론 서비스업으로도 기업활력법 활용이 확산할 수 있도록 그 범위가 넓어져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우리 경제가 주력산업의 과잉공급 등으로 구조적 불황이 지속되며 한계기업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사업재편을 미루면 경제위기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며 "기업활력법으로 어려운 기업들에 대한 사업재편과 구조조정이 원활해지면 눈덩이처럼 확산할 수 있는 경제적 피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