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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분당, 과연 '보수 경쟁' 맞나
승인 | 제성윤 칼럼니스트 | mediapen@mediap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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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인 2016-12-22 15: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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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진짜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와 유승민 의원 등 35명이 동의한 탈당 결의서는 새누리당의 분당이 기정사실화 됐음을 보여준다. 지난 2월 공천 갈등을 앞두고 본격화된 이른바 ‘분당론’이 현실화된 것이다. 더 이상 여권에서는 나가는 이들의 미련도, 남은 자들의 애원도 없이 메말라 버렸다. 탈당, 원내교섭단체 등록, 그리고 신당 창당에 이르기까지 아직은 긴 여정이 남아있지만, 집권여당의 분당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런 가운데 최근 유행하는 표현이 하나 있다. 바로 ‘가짜 보수’다. 탈당을 결행하기로 한 비박계는 남아있는 친박계 중심 새누리당을 ‘가짜 보수’로 규정하고 결별을 선언했다. 바꿔 말하면 본인들은 진짜 보수라는 이야기가 된다. 친박계 주축 의원들이 결성했다 곧바로 해체한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이라는 조직도 진정한 보수를 지향하겠다고 선언했었다.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와 박근혜 대통령 탄핵 가결로 촉발된 분열에 ‘보수 경쟁’이라는 거창한 프레임이 끼어들 자리가 있을지 의문이지만, 어쨌든 각자 저마다 정통 보수를 자처하고 있으니 우리로서도 한번쯤 판단할 기회로 삼아도 좋을 듯싶다. 과연 어느 쪽이 진정한 의미의 보수에 가까운지 말이다. 

보수는 ‘작지만 강한 정부’를 기본 가치로 삼는다. 개인과 기업의 자유와 시장의 자율적 질서를 폭넓게 존중하는 한편, 안보 문제나 전통적 사회·도덕적 가치관 수호에 있어서는 강한 정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주로 보수의 입장이다. 우리나라의 특수한 상황을 대입하면 원칙적 대북정책, 이승만-박정희로 이어지는 산업화 시대에 대한 높은 평가 등이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비박계가 새누리당을 떠나면서 내건 그 이유들과, 앞서 설명한 보수의 가치관 및 국가관은 어째 큰 연관성이 보이지 않는다. 비박계는 친박계의 정책이나 노선, 이념, 지향성을 비판하며 당을 떠난 것이 아니라, 친박계의 최근 최순실 사건에 대한 모호한 태도를 문제 삼으며 떠난 것이다. 그렇다면 최순실씨의 국정 농단과 박 대통령의 실정(失政)이 反보수적 성격을 갖는다는 이야기인가? 그렇지도 않다. 즉, 오늘날 벌어진 분열상은 진정한 의미의 보수에 대한 탐구와 논쟁의 결과물이 아닌 셈이다.

비박계가 새누리당의 고질병으로 지목한 ‘친박 패권주의’는 사실 보수-진보, 또는 좌우의 프레임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어느 정치 진영에서나 생길 수 있는 구태이지, ‘가짜 보수’의 전유물도 아니다. 조금 더 단순하게 설명해보자면, 진정한 의미의 보수적 가치를 지향하는 정치세력이 패권주의적 구태를 갖고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늘 ‘친문 패권주의’가 문제다. 친문패권주의를 비판하는 이들이 진정한 보수라는 타이틀을 가져가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게다가 ‘진짜 보수’를 자처하며 떠난 비박계의 주요 인물들이 그간에 보여준 정치 행보나 최근 나타낸 입장을 보면, 비박계가 ‘진정한 보수’를 자처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대표적으로 유승민 의원은 사회적경제기본법을 주창하는 등 경제민주화를 부르짖고 있다. 경제민주화는 옳고 그름을 떠나 보수보다는 진보, 우보다는 좌에 더 가까운 정책임에 틀림없다. 

탈당파의 대변인격인 황영철 의원 역시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따뜻한 중도’까지 그 영역을 넓히겠다고 밝혔다. 역시나 옳고 그름을 떠나, 보수의 테두리에서 다소 벗어나는 정치를 하겠다는 선언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물론 그렇다고 친박을 진정한 보수로 평가할 그 어떤 이유도 없다. 한마디로 ‘도긴개긴’이다. 

단순 권력투쟁 쯤으로 평가절하 할 의도는 없다. 나름 중요한 정치적 결단이고 쉽지 않은 모험이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벌어지는 분열이 친박이든 비박이든 결코 반길만한 일이 아닌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분열과 갈등에 ‘보수 경쟁’이라는 거창한 표현을 쓰는 것은 맞지 않다. 그 동안 사상과 이념을 멀리하며 포퓰리즘 정치 대열에 앞장서 왔던 정치인들이, 이제 와서 보수를 논하는 것은 어쩌면 진정한 보수적 가치를 존중하는 지식인과 시민사회에 대한 모욕일 것이다./제성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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