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등 주요 대기업 연말 이웃돕기성금 기탁
정치불안·경기부진 속 지난해와 동일 수준 유지
[미디어펜=김세헌기자]정국 불안에 불경기까지 겹친 어려운 상황에서도 연말을 맞아 이웃사랑을 실천하기 위한 재계의 온정이 속속 전해지고 있다.

   
▲ 서울 서초동 삼성그룹 사옥 깃발 / 미디어펜 자료사진

삼성, LG, SK 등 주요 대기업은 기업의 경영여건이 호락호락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전년과 같은 성금 규모를 유지, 나눔경영을 실천하는데는 주저하지 않고 있다. 

23일 재계와 각 그룹,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에 따르면 연말을 맞아 주요 대기업 가운데 가장 처음으로 모금회에 성금을 낸 곳은 LG그룹이다. 

LG그룹은 지난 19일 하현회 ㈜LG 사장이 이웃사랑 성금으로 지난해 기탁 액수와 같은 120억원을 전달했다. LG의 기탁으로 서울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사랑의 온도탑' 온도는 20도를 넘기게 됐다. 

'사랑의 온도탑' 온도계는 목표액의 1%가 모금될 때마다 1도씩 상승하는데 올해는 어수선한 정국이 이어지면서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해 온도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날인 20일에는 삼성그룹 윤주화 삼성사회봉사단 사장 등이 모금회에 500억원의 성금을 기탁했다. 삼성은 5년 연속 국내 대기업 중 최대 규모인 500억원을 냈다.

삼성은 1999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모금회에 이웃사랑 성금을 기탁해 왔으며 올해까지 누적 기탁금은 4700억원에 달한다. 1999년부터 2003년까지는 100억원씩, 2004년부터 2010년까지는 200억원씩, 2011년은 300억원, 2012년부터 올해까지 500억원씩 기탁했다.

삼성은 500억원의 연말 이웃사랑 성금 외에도 임직원과 회사가 함께 참여하는 '매칭 그랜트(Matching Grant)'로 올해 570억원을 조성해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추진한 바 있다. 2011년부터 올해까지 조성된 누적 금액은 2965억원에 달한다.

21일에는 GS그룹이 지난해와 같은 액수인 40억원을 모금회에 기탁했다. GS는 성금 기탁과 별도로 계열사별로 임직원 자원봉사와 다양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통해 이웃사랑을 실천해왔다.

GS칼텍스는 올해 500여명의 임직원이 전국 각지에서 소외된 이웃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진행해왔으며, GS리테일은 2012년부터 대한적십자사와 손잡고 '희망나눔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평소 "우리 사회가 어려움을 겪고 있을수록 소외받고 있는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업들이 솔선수범해야 한다"며 "나눔을 위한 노력이 모여 우리 사회가 따뜻하고 행복해질 수 있도록 사회 전체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해왔다.

   
▲ 허창수 GS그룹 회장 / 미디어펜 자료사진

같은 날 효성그룹도 조현준 사장이 모금회를 직접 방문해 연말 이웃돕기 성금으로 지난해와 같은 액수인 10억원을 전했다. 

조현준 사장은 이날 전달식에서 "소외된 이웃을 돕고 다 함께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데 보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평소 저희들의 생각"이라며 "기업과 사회단체들이 씨줄과 날줄이 되어 훈훈한 사랑이 감도는 따뜻한 사회를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2일에는 SK그룹이 120억원을 모금회에 기부했다. 지난해에도 같은 액수의 성금을 낸 바 있는 SK는 1999년 공동모금회 연말집중모금캠페인에 첫 기부를 시작한 후 매년 이웃사랑 성금을 기부해오고 있다.
 
이에 앞서 SK그룹은 어려운 이웃들의 따뜻한 겨울나기를 위해 김장 나눔을 비롯해 난방비와 난방용품 지원, 결식아동 행복도시락 제공 등 다채로운 행복나눔 활동을 실시해 각계의 관심을 모았다.

이 외에도 현대차그룹과 롯데그룹, 한화그룹 등 다른 대기업도 연말연시를 맞아 이웃돕기 성금을 기탁하며 기부 행렬은 재계 전반으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액은 전년과 같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작년에는 현대차가 250억원, 롯데가 70억원, 한화가 30억원을 기탁한 바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대기업들이 이웃돕기를 위해 내놓은 성금 액수가 객관적인 서열과 같은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지난해에도 삼성이 가장 많은 500억원을 기탁했고 SK와 LG가 각각 120억원을 낸 데 따른 것이다.

대기업들은 연말 이웃돕기 성금 뿐만 아니라 재난재해 때 내는 성금 액수에 적지않은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게 재계 관계자들의 보편적 견해다. 성금 액수가 그룹의 위상을 보여준다는 통설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삼성의 액수를 기준으로 삼고 재계 서열과 경영실적을 따져 액수를 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재난이 발생하면 그룹별로 성금 규모를 자연스럽게 조율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재계 순위와 기업이 기탁하는 성금 순위가 묘하게 일치하는 경향은 역사가 아주 오래됐다"면서 "지난 1973년~1988년까지 거둔 방위성금도 기업들이 암묵적으로 재계 서열에 걸맞게 냈는데, 서로 미리 액수를 정했다는 얘기도 나온 적이 있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대기업들은 경쟁업체나 사세가 비슷한 다른 회사의 수준에 맞춰 성금을 정하는 경향이 있다"면서도 "성금 액수는 객관적 서열과는 상관없이 세를 키워가는 기업들은 높은 수준의 성금을 내는 반면, 사업 구조조정이나 내실 위주의 경영을 펼치는 곳은 상대적으로 낮은 규모를 기탁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