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권력 정치적 도구화로 퇴락…밥그릇 지키기 위한 구호로 전락
   
▲ 최공재 영화감독·대문예인 사무총장
문화계 블랙리스트 논쟁으로 문화계가 다시 시끄럽습니다. 더불어 그 리스트에 올라가면 영광이라는 충격적인 말이 들려 이렇게 문화인들께 편지를 씁니다. 아마도 공개적으로 이런 편지를 보내는 것이 세 번째라고 생각됩니다.

예전 모 영진위원장 해임 때, 그리고 제 책 '한국영화에 침을 뱉어라'의 마지막 에필로그에 이은 세 번째 공개편지이자, 늘 그렇듯 이게 마지막이기를 기원하면서 쓰는 편지이기도 합니다. 또 늘 그렇듯 그 편지에 엄청난 욕을 먹었지만 저는 또 이렇게 편지를 씁니다. 늘 그렇듯 언젠가 진심 어린 이 마음을 알아주시길 바라면서….

이번에 문화계 블랙리스트 논쟁으로 인해 많은 문화인들이 화를 내고 계십니다. 하지만,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고 조금만 자세히 내용을 확인해보면 그 자체가 얼마나 허구인지에 대해 아시게 되실 겁니다. 또한, 그로 인해 이익을 보는 자들과 달리 대부분의 문화인들에게는 아무런 변화가 없을 거란 것도 이미 아시고 계실 겁니다.

이 문제는 사실 문화인 전반의 문제가 아닌 다분히 정치적인 문화권력의 싸움일 뿐입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을 거치면서 상상할 수 없는 자금이 문화계에 투입됐지만 대다수 문화인들의 삶에는 여전히 변화가 없습니다.

여전히 가난하고 여전히 배고프고 여전히 작품활동을 하는데 힘이 듭니다. 자유시장경제의 측면에서 우리의 현실인 이 부분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긴 합니다. 문화예술인들은 넘쳐나고 실력이 뛰어난 소수만이 우리의 열정과는 상관없이 성공하기 때문이죠. 그건 당연한 겁니다. 실력이 있다면 국가지원 없이도 그렇게 살아가게 됩니다.

문제는, 국가의 지원금들은 그런 당연한 것에서 소외되거나 시장경제와는 상관없이 순수예술을 하고자 하는 문화예술인들을 위해 그 지원의 목적이 있는 것입니다. 풍성한 문화예술은 결국 국민들의 수준 높은 삶의 질을 제공해주니 말입니다. 그런데 지금의 이 나라는 그것을 소수의 문화권력들이 정치권에 빌붙어 독식을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가져가야 할 소수의 국가적 보호장치(지원금)를 그들이 장악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의 생각과 반하거나 자신들의 아래로 들어오지 않는 문화인들에게는 아무런 배려도 하지 않습니다. 여러분들의 다른 생각과 다른 의식의 관점으로 작품을 만들면 그들은 그 어디에도 공간을 내어주지 않으며 어떠한 지원도 하지 않습니다.

   
▲ 지난 29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박근혜퇴진과 시민정부 구성을 위한 예술행동위원회' 기자회견에 참가한 문화예술인들이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과 관련,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사퇴를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좌파적 사고를 가진 영화가 아니고서는 독립영화전용관이나 서울독립영화제 같은 곳에 영화가 걸리지 않기 때문에 젊은 영화인들은 그런 영화를 찍어야만 되는 현실입니다. 여러분들이 그렇게 욕을 해대는 군사정부는 형식을 검열했지만, 말만 그럴싸한 민주정부의 부역자들은 그렇게 여러분의 의식을 검열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스스로가 생각해 보십시오. 창작자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국가는 과거 정부던 현 정부던 똑같이 문화인들을 지원하고 있고, 오히려 현 정부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예산을 늘렸습니다. 그 만큼 여러분들에게 지원되는 세금은 많아졌음에도 왜 우리는 이렇게 힘든지 고민해 봅시다.

한 예로, 이번 블랙리스트의 논쟁에서 눈에 띄는 분은 연극계의 이윤택씨입니다. 그는 직접적으로 수억 원대의 지원금을 받았고, 이윤택 사단이라 불리는 그의 제자들이나 후배들이 속한 단체나 집단 역시도 지원금들을 받았습니다. 그는 연극계의 문화권력이고, 그걸 떠나서 그는 네임밸류만으로도 귝가 지원을 받지 않아도 되는 연극인 중 한 명입니다.

연극인이라면 다 알 정도로 그는 분명 실력이 있으신 분이고, 국가지원이 아니라도 지방 자치단체나 여러 경로 등을 통해 자신의 작품활동을 할 수 있는 분이라는 것은 다 아실 겁니다. 왜 그런 사람에게 국가는 수억 원의 지원금을 주고, 그의 사단까지도 챙겨줘야 하는 걸까요? 그 세금들은 국민들이 자신들의 다양한 문화향유를 위해 여러분들에게 제공되는 것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실력 있는 자들은 그렇게 자생력으로 살아갈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하는 곳이 바로 대한민국이고, 다수의 문화인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국가의 할 일입니다. 당연히 그런 국가의 자금은 열심히 노력하고 도전하는 新문화인들에게 제공되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자신들의 권력유지를 위해 그 자금들을 거머쥐고 권력확장을 위해 사용합니다. 연극계는 그나마 낫습니다만, 영화계는 처참할 정도입니다.

한국독립영화협회(한독협)은 태생 자체부터가 정치적으로 탄생되었고, 한국 독립영화계를 좌파운동권 문화로 바꾸는데 혁명적으로 앞장섰습니다. 웃기게도 이미 수십 년 전에 미국에서 만들어진 '독립영화'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도 자신들의 목적에 사용하다 보니 이제는 독립영화의 의미는 무한하다는 어거지를 쓰는 단체로 전락했습니다.

국고지원으로 미디어센터를 운영하면서 어린 학생들에게 맑시즘을 가르치고, 독립영화전용관에는 반국가적이고 반사회적인 영화만을 상영하며 그 무엇보다 다양한 형식을 시도해야 할 독립영화계를 획일화하고 정치화 하는데 그 역할을 다하고 있습니다.

상업영화계는 문성근과 명계남으로 얘기되는 문화권력이 영화를 정치적 도구로 퇴락시켰습니다. 이제 문화계는 스스로 선택한 이념이나 자신의 생각을 다르다고 자신 있게 말하고 표현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와 문화의 다양성을 상실할 위기에 놓였습니다. 저 문화권력들이 얘기하는 표현의 자유와 문화의 다양성은 그저 자신들의 권력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 지 오래입니다.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말라는 말은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구호로 전락했습니다. 지금 여러분들의 다양한 의식과 표현을 정치적으로 재단하고 의식적으로 검열을 하는 것들은 현 정부도 아니고 바로 여러분들이 따르려는 저 문화권력들입니다. 저들이 국가의 모든 자금들과 정치권과 결탁된 더러운 돈으로 여러분들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는 것입니다.

노무현 정부에서 스크린쿼터 논란 당시 풀었던 4000억 중 1원이라도 받으셨습니까? 용산사태나 세월호 관련 다큐 등 반사회적 이슈를 다룬 작품을 만든 사람을 빼고, 일반서민들을 등쳤던 '바다이야기'로 셀 수 없는 자금을 관리한다는 명계남에게 혜택 받은 사람 빼고! 받았다면 여러분들은 나쁜 사람들이고, 안받았다면 여러분들은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그런데 그들이 만든 이 블랙리스트 논란을 가지고 싸우고 싶으십니까? 여러분 스스로가 이번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확인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 드립니다.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리스트가 여러분들을 추운 광장으로 내몰고 있는지를 이해하게 된다면 저의 진심을 조금은 이해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문화는, 문화인은 그 무엇으로부터도 자유로워야 합니다. 하지만, 한국의 문화계는 이미 99%라는 이념편향적인 정치판으로 변해 버렸고, 그것이 우리가, 여러분들이 여전히 힘들고, 여전히 배고프고, 여전히 작품활동이 어려운 이유입니다. 하나의 이념으로만 만들어져야 할 문화판에서 각자 다양한 작품활동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우리 모두 새로운 시선으로 대중들과 소통하고 그 기회로 자신의 작품이 성공할 수 있는 기회가 차단되어 버리게 된다는 걸 아셔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필요한 것이 표현의 자유와 문화의 다양성인 것입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이 보십시오. 저들이 외치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인지. 정치적 수단으로 문화를 이용하는 문화계의 부역자들이 과연 그 말을 할 자격이 있겠습니까? 그들에겐 어쩌면 표현의 자유와 문화의 다양성이 가장 무서운 말일지도 모릅니다.

좌파는 집단적 성격을 갖기에 저런 용어 자체가 좌파와는 상관없는 단어들임을 아셔야 합니다. 문화는 현실을 넘어 새로운 세계를 펼쳐야 할 공간입니다. 여러분들의 상상력 하나 하나가 새로운 세계가 되어야 하고 그것이 결국 이 나라의 문화계를 발전시키고, 여러분들이 자신들의 작품과 열정으로 먹고 살며 성공할 수 있는 무기가 됩니다. 제 말에 동의하신다면 블랙리스트를 다시 한번 봐주시길 부탁 드립니다.

그 명단은 문재인이나 박원순을 지지했던, 이미 인터넷상으로도 충분히 확인 가능한 명단입니다. 그리고, 그건 블랙리스트가 아니라 정치적으로 변질된 문화권력과 그 부역자들의 이름입니다. 여러분들도 그런 문화권력의 부역자들이 되고 싶어 영광스럽게 그곳에 이름을 올리고 싶으십니까? 받은 자는 가만히 뒤에 숨어있는데, 뭐라도 그들에게 잘 보여 뭐라도 얻어먹기 위해 그렇게 광장으로 나가고 싶습니까?

그렇게 그들의 홍위병으로, 부역자로 사는 것이 여러분들이 원하는 문화인의 삶입니까? 문화계가 진정으로 표현의 자유와 문화의 다양성을 지키려면 우리는 지금 당장 문화계를 정치판으로 오염시킨 정치부역자들을 몰아내야만 합니다. 다양한 의식이 숨쉬고, 다양한 창작자들의 상상력이 발현되어야만 합니다. 그것이 수준 낮은 한국정치계의 문화부역자들에서 벗어나 그 무엇으로부터도 자유로운 문화인들의 길이라고 전 확신합니다.

문화권력이 두려우십니까? 연락 주십시오. 언제라도 같이 싸워드리겠습니다. 저를 괴물이라고 하는데 저들이 사라지면 저도 사라질 운명이니 너무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들의 블랙리스트(부역자) 명단에 들어가지 않는 문화인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십시오. 여러분 모두 자기 의식의 자유를 택하길 바랍니다. 뭐, 저 부패한 문화권력자들의 블랙리스트에는 올라가겠지만요. /최공재 영화감독·대문예인 사무총장
[최공재]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