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73인 리스트' 작년10월과 동일·존재여부 물증 無…관련 진술 엇박
소수 전락 與 위원들 "특검법 위반" 반대의견…이완영→이채익 사보임
[미디어펜=한기호 기자]새누리당 분당으로 야권에 완전히 주도권이 넘어간 국회 '최순실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3일 김종덕·조윤선 두 전·현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청문회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대상자만 9473명에 이른다는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이 불거진 지 2달 넘게 지난 시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일부 명단을 확보했다"며 국조특위에 고발 요청을 한 데 따른 것이다. 

일각에서 블랙리스트 작성 주도자로 지목한 이후, 지난달 자진 사퇴하고 특검에 참고인 조사를 받은 정관주 전 문체부 제1차관도 같은 혐의로 고발 대상이 됐다.

그러나 문제의 '9473인 블랙리스트'가 석달 전 논란이 된 것과 동일한지, 존재하는지를 입증할 물증이 공개되지 않은 가운데 거대야당의 '힘의 논리'에 따라 도출된 결과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관계자 진술 간 모순점이 발견된 사례도 있다.

국조특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조윤선 장관, 김종덕 전 장관, 정관주 전 1차관을 위증 혐의로 고발하기로 의결했다. 비박계 집단 탈당으로 절대적 소수로 전락한 새누리당 소속 위원들은 현행 특검법상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들어 의결에 반대하는 '소수의견'을 남겼다.

   
▲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가운데)은 지난해 10월13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하루 전 한국일보 보도로 불거진 '문화계 블랙리스트' 개입 의혹을 전면 부인한 바 있다./사진=미디어펜


앞서 조 장관과 김 전 장관은 국회 상임위나 국조 청문회에 출석해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적도, 지시한 적도, 본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조 장관은 지난달 28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명단에 오른 예술인에 대한 정부 지원사례가 600여건에 달한다고 항변했다.

특히 그는 한 야당 위원이 특검이 입수한 블랙리스트라며 보인 사진에 대해, 지난 10월12일 '한국일보'가 익명의 제보를 통해 보도한 '9473인 블랙리스트'와 다르다는 의문을 제기했으나 묵살됐다.

같은날 SBS가 익명의 '문체부 고위관계자'의 언급을 인용해 "블랙리스트를 청와대 정무수석실이 주도해서 작성한 정황이 담긴 증거를 입수했다"고 보도한 것과 관련, 유성엽 교문위원장(국민의당)은 전체회의에 출석한 문체부 직원들을 일일이 일으켜 세워 블랙리스트 연루 여부를 물었으나 전부 '모른다'는 반응을 보인 일이 있었다.

실제로 특검은 문체부 관계자 자택 등 10여곳 압수수색을 통해 블랙리스트 관여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 누구로부터 확보한 것인지 명확히 밝힌 바 없고 압수수색을 당한 쪽도 고개를 갸웃한 셈이다.

또 한국일보는 지난해 보도에서 한 예술계 인사가 "2015년 5월 흔히 말하는 '블랙리스트'가 청와대에서 내려왔고 이에 따라 행동할 수밖에 없다는 문체부 공무원들의 푸념을 들었다"며 "문건은 A4용지로 100장이 넘어간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블랙리스트의 표지를 찍었다는 사진 한장과 함께 6367명의 명단만 연관 기사로 간접 공개했다.

이 중 '청와대 지시가 2015년 5월하달됐다'는 대목은 2014년 7월까지 문체부 장관을 역임한 유진룡 전 장관이 지난달 26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블랙리스트를 직접 본 것은 퇴임 직전인 2014년 6월경으로 기억한다"고 한 것과 엇박자를 냈다는 지적이다.

유 전 장관은 "굉장히 허접스럽게 A4용지에 몇백명 정도 이름을 적은 문서"라면서 리스트 작성 이전 구두로 김기춘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 지시를 하달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최근엔 조 장관 등의 진술을 "명백한 위증"이라고 맹비난했다.

하지만 조 장관은 지난 2015년 5월18일 당시 최대 현안 중 하나인 공무원연금개혁안 변질에 책임감을 느낀다며 정무수석직을 내려놓은 바 있어, 블랙리스트 작성을 집중 주도하거나 문체부에 하달했을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아울러 그동안 문체부가 블랙리스트 거명 인사에 대해 지원한 사례가 600여건에 달하며 7억원대 지원을 받은 예술인도 존재한다는 점, 한국일보가 공개한 6367명의 예술인 중 고은 시인이나 한강 작가, 이윤택·박근형 연출가 등이 정작 포함되지 않은 점도 의문이 들게 한다. 공개된 리스트 내 인적사항도 '문재인·박원순 후보 지지선언', '세월호 시국선언' 관련 보도에 기재된 것과 동일한 수준이며 일부는 허수 의혹도 있다.

이와 관련 사실상 '깜깜이 수사'를 진행 중인 '야당 추천' 특검은 구속영장 청구 등 신병 확보에도 자신이 있다는 뜻까지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국조특위는 이달 9일 열릴 마지막 청문회에서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부정입학 의혹과 관련 최경희 전 이대 총장, 김경숙 이대 체육과학부 교수, 최씨 조카 장시호씨, 조여옥 대위 등 위증 혐의가 있다고 본 증인들을 고발하고 청문회에서 의혹이 제기된 사안은 특검에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새누리당은 야당 위원들과 일부 증인의 엇갈린 진술로 위증교사 의혹 공세에 시달린 이완영 의원을 간사직에서 사임시키고 정유섭 의원으로 교체했다. 이 의원은 위원직도 사퇴했으며 이채익 의원으로 보임됐다.

특위는 새누리당을 탈당한 이혜훈·장제원·하태경·황영철·김성태 의원 등의 경우 특위 활동의 연속성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변경하지 않고 기존 위원즉을 유지토록 했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