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 구체화, 신성장동력 발굴 위해 해외로
현대차 정의선 두각…출금조처 총수 불발 우려도
[미디어펜=김세헌기자]재계 주요 인사들이 연초 불투명한 대내외 경영환경 속에서 돌파구 마련을 위해 현장경영에 적극 나섰다. 올해 경영전략을 구체화하고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해서다.

   
▲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가운데)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7'에서 드론 시연을 관람하고 있다. / 현대자동차 제공

10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등 주요 인사들은 산업계에서 일고 있는 산업 간 융합, 경계 파괴의 단면을 알 수 있는 올해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먼저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최근 미국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7에서 업체의 전시장을 돌며 연관 산업과 경쟁사 동향을 파악하는 등 미래 자동차 산업을 이끌 최신 기술 파악에 전념했다.

정 부회장은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우리나라 가전업체는 물론 자동차 부품업체, 드론, 영상, 음향 업체를 모두 둘러보며 미래 성장을 이끌 산업의 주요 경향을 체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부회장이 올해 첫 해외출장으로 디트로이트 모터쇼가 아닌 CES를 선택한 것은 IT와 접목된 미래의 자동차 기술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CES는 이제 모터쇼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자동차 업체들의 참여가 늘고 있다.

특히 정 부회장은 전날 열린 현대차의 글로벌 미디어 콘퍼런스에서 발표자로 연단에 올라 미래 자동차의 이동성(mobility) 세 가지 방향을 제시해 주목을 받았다.

정 부회장은 올해까지 3년 연속 CES에 참석했지만, 직접 마이크를 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국내 재벌 오너가 CES 프레스 행사에서 직접 발표에 나선 적은 없었다. 

15분간 유창한 영어로 프리젠테이션을 직접 소화한 정 부회장의 옷차림은 정장이 아닌, 노타이 셔츠에 니트 차림이었는데, 미래와 혁신의 아이콘인 CES의 성격을 감안한 복장이었다는 평이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현대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를 소개하는 등 최근 회사의 중요한 메시지나 전략 발표를 직접 챙기며 경영 역량을 과시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그의 이번 CES 행보를 두고 현대차그룹이 이제는 '정의선 체제'로 확실히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을 위해 CES를 찾은 국내 이동통신 3사 수장들의 행보도 활발했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이동통신 3사 CEO가 일제히 CES 현장을 찾은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개방과 협력을 통한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 확산'을 강조해 온 박정호 사장은 취임 후 첫 외부 일정으로 CES를 택했다. 최진성 SK텔레콤 최고기술책임자(CTO), 차인혁 사물인터넷(IoT) 사업부문장 등 주요 임원들과 행사 기간 내내 여러 기업들과 만남을 이어갔다.

박 사장은 삼성전자·인텔·에릭슨·퀄컴 등 주요 기업들의 부스를 방문해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은 물론 인공지능(AI)·자율주행차·로보틱스 관련 강소 기업의 전시 부스를 둘러봤다.

   
▲ 'CES 2017'에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삼성전자 전시관을 방문해 기어S3를 착용해 보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CES를 찾은 황창규 KT 회장은 임직원 약 30명과 함께 커넥티드 카·AI·가상현실(VR), 사물인터넷(IoT) 등 통신 및 미디어 분야의 주요 전시품을 살펴보며 최신 트렌드를 파악했다.

KT와 5세대(5G) 이통통신 관련 기술을 공동 개발 중인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의 로웰 머캐덤 CEO와 면담도 진행했다.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전기·가스 등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바탕으로 새로운 IoT 사업 모델에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국내 가정용 IoT 사업에서 확보한 주도권을 이어가려는 의지로 보인다.

삼성전자에서는 윤부근 CE(소비자가전)부문장, 김현석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등 가전 쪽 경영진들이 총출동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우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출국금지 조처가 내려지면서 CES 참관은 이뤄지지 못했다. 

이번 CES에서는 최근 미국의 자동차 전장(전자장비)업체 하만(Harman)을 인수하기로 하면서 역할 확대가 기대되는 전장사업팀 박종환 팀장도 CES에 참석했다. 

LG전자에서도 최근 인사에서 사령탑인 CEO(최고경영자)로 승진한 조성진 부회장을 비롯해 가전을 담당하는 송대현 H&A사업본부장, 전장사업을 맡는 이우종 VC사업본부장, TV·오디오를 담당하는 권봉석 HE사업본부장 등이 일제히 CES 현장을 찾았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등 주요 대기업 최고경영자(CEO)가 참석하는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도 재계의 주요 관심사다. 미래 경제에 대한 식견을 쌓을 수 있는 자리일 뿐만 아니라 주요국 정상 또는 기업가를 자연스럽게 만나 사업 협력을 논의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우선 정 부회장은 CES에 이어 오는 17~20일(현지시간) 나흘 동안 스위스에서 열리는 다보스포럼에 참석한다. 2014년 이후 3년 만에 다보스포럼에 참석해 글로벌 경영 환경의 변화를 파악하고 세계적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지식인들과 교류할 예정이다.
 
재계에서는 정 부회장 외에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 조현상 효성 사장(산업자재PG장 겸 화학PG CMO), 등이 다보스 포럼을 찾을 예정이다.

해마다 다보스포럼에 참석했던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특검의 출국금지 조치로 참석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다보스 포럼 단골 참석자다. 작년에도 최 회장은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 등 주요 계열사 CEO들을 이끌고 다보스 포럼에 참석해 석유화학이나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글로벌 기업인들과 함께 사업 협력을 논의하기도 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업인들이 연초 사업계획이나 경영전략을 구체화하기 위해 국제적인 행사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고, 참여하는 경향이 더욱 늘어나고 있지만, 일부 그룹은 최근 출금 조치로 이같은 해외 출장에 차질을 빚을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