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한기호 기자]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선주자들 간 자질 검증의 단골메뉴인 안보 문제를 놓고 공방이 치열하다.

최순실 파문 이전 불거진 '유엔 북한 인권결의안 대북 결재사건' 논란을 두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에 대한 정치권의 추궁이 지금까지 이어질 정도로, 안보와 대북관은 명실상부한 주요 이슈라고 할 수 있다.

각종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30%대 안팎의 지지율로 독주 중인 문재인 전 대표는 대표적 안보 이슈인 종말단계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에 대해 "차기 정부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거나,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다만 당내 사드 반대 기조를 수수방관해온 점에 비춰 반대 입장으로 봐도 무방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문 전 대표는 31일 여의도 한 카페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안보 불안이 약점'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저는 특전사 공수부대에서 당당히 군복무를 마쳤다"며 "군 복무를 하지 않고는 제대로 군대를 알 수 없고 군 통수권을 행사하기 어렵다"는 '단골 답변'을 꺼냈다. 

그러나 그는 1975년 경희대학교 총학생회 간부 시절 대규모 시위를 주도하다가 공수부대로 강제 징집돼 '특전병'으로 복무했다는 점에서, 흔히 떠올리는 특전사(부사관 계급) 이미지와 괴리가 있으며 불안한 안보관 해명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도지사./사진=연합뉴스

문 전 대표는 "우리쪽이 안보가 약하다는 프레임이 지속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불만을 제기한 뒤 "당당히 말하는데 이명박·박근혜 정부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안보능력, 안보성적이 훨씬 나았다"고 주장했으나 뚜렷한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앞서 16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는 "북핵 해결에 도움이 된다"며 개성공단 재개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등 주요 '친북 반미' 노선으로 꼽히는 주장을 반복했다. 전작권 환수는 한미연합사령부 해체나 다름없다는 비판은 이미 제기된 바 있다.

그는 17일 발간한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는 현행 21개월인 군 복무기간을 적어도 18개월로 줄이겠다고 공약했다. 나아가 12개월로까지 단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순실 사태 이후 3위 후보로 급부상한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은 문 전 대표와 비슷한 시기 저서 '이재명, 대한민국 혁명하라'를 발간, 선택적 모병제를 통해 군 복무기간을 10개월까지 줄이겠다고 나서 군 복무 단축 경쟁을 벌였다.

병력을 현재보다 13만명 줄여 50만명으로 축소하고, 그 중 10만명을 전문전투병으로 모집해 연봉 3000만원을 주는 가운데 군복무 기간을 10개월로, 의무복무자도 현행 43만명에서 20만명으로 각각 줄여간다는 구상이다. 다만 구체적·전문적 분석에 기반한 공약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시장은 31일 더민주 경선 예비후보로 공식 등록, 서울 국립현충원을 참배한 뒤 사드 배치 전면 철회를 주장했다. 사드 배치를 "대한민국의 안보와 미래에 심대한 위해를 가하는 조치"이자, "한미동맹의 이름으로 한국과 미국이 사실상 종속관계임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40~150km라는 높은 요격 고도를 지닌 사드가 북한의 장거리탄도미사일의 고각발사에 대응 가능한 최선의 수단으로서, 북한 정권에 최대 위협인 한반도 주둔 미군의 작전수행 위협요소를 줄일 수 있다는 점 등 기술적인 면은 거론하지 않았다. 

지난 23일 공식 출마선언을 통해 "한미관계는 발전시킨다"고 공언했지만, 이때도 사드를 철회하고 한국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축소를 역제안하자는 등 반미노선을 천명하는 모순점을 남겼다. 대표적 대북제재인 5·24 조치 해제와 개성공단 재개도 주장하고 있다.

5위권 후보로 부상 중인 같은당 친노계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22일 출마 선언 당시 "힘찬 국방의 시작"이라며 전작권 환수를, "당찬 외교"라며 중국과의 경제·사회·인문·정치·안보 제반 협력을, "활기찬 남북관계"라며 '선(先) 대화재개-후(後) 비핵화'를 주장했다. 

사드가 국론 분열을 초래했다는 견해를 내면서도 합의 번복에는 거리를 뒀다. 찬반 여부를 직접 밝히는 대신 '국가외교안보전략회의' 구성을 제안했다.

   
▲ 왼쪽부터 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대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사진=연합뉴스


오랜 기간 3위를 달렸으나 최순실 사태 이후 지지율 침체를 보이고 있는 중도성향 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대표는 사드 배치에 "완전 없던 것으로 뒤집는 건 힘들다"고 기존의 반대 입장에서 물러섰고, 군 복무 단축 공약에도 "선거 때만 되면 이런 주장이 나오는 진의가 의심스럽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남북관계에 대해 '제재 국면 속 대화'를 주장하며 "제재의 끝엔 대화 테이블이 있다. 가능하면 우리가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조건으로 대화 테이블을 만드는 노력을 우리가 주도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자간 2위이자 여권 유력 대선주자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사드에 대해서만큼은 "(종전되지 않은) 한반도 현실이 거의 준(準)전시 같은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 조치는 마땅하다"고 못박으며 보수 주자로서의 이미지를 굳혀가고 있다.

반기문 전 총장은 15일 평택 해군 2함대 천안함 기념관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언급하고 "결국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탄도미사일 기술을 축적하기 때문에 그 방어 목적으로 배치된 것"이라며 북한 핵·미사일 고도화에 대한 문제의식도 피력했다.

과장된 사드 레이더 전자파 논란 등에 기인한 지역민 일부의 반발에도 "좁은 국토에서 어디는 되고 어디는 안된다는 지역이기주의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중국 등 주변국과의 갈등에 대해서는 "외교적으로 잘 해결해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개성공단 폐쇄 조치에 대해서도 25일 "하지 않았다면 북한이 공단 근무자를 인질로 잡을 수 있었다"며 "국민 안전차원에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평가했다.

공단이 남북간 긴장을 해소하는 데 일부 기여했다는 호평을 내놨으나, 앞으로 북한이 진지한 핵 포기 자세와 행동을 보이지 않는 한 재개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서울 용산 백범기념관에서 김형오 전 국회의장을 만난 자리에서도 '준전시'라는 용어를 거듭 사용하며 "우리가 안보불감증 비슷한 것에 걸려 있다"며 "70년을 이렇게 살다보니 별로 관심도 없이 '계속 이렇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불감증이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사진=연합뉴스


바른정당에서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유승민 의원은 사드 배치를 가장 먼저 강경하게 주장해왔다며 경제 문제와 연관시키는 야권의 논리를 배격했다. 더민주 의원단의 사드 방중을 "매국 행위"라고 맹비난하는 등 안보 문제에 있어 선명성을 다지고 있다.

군 복무 축소 공약에는 "(대선 때마다) 이런 식으로 복무 기간을 줄이면 군대가 유지될 수 없다"고 일축, "병역법에 줄일 수 없게 못박자"고 징병제 유지에 무게를 뒀다. 한미동맹의 경우 "우리 안보의 초석"이라며 반 전 총장과 마찬가지로 강한 지지를 보냈다.

보수 주자로 각인되는 데에 거부감을 보이고 있는 같은당 남경필 경기지사는 사드 배치에 "북핵이 해결되면 없앨 수 있다"고 밝혀뒀다. 2022년까지 사병 월급을 약 5배로 인상한 뒤 모병제 전환과 전작권 환수, 핵무장 준비단계를 추진하는 '한국형 자주국방'을 공약하고 있다.

   
▲ 왼쪽부터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 남경필 경기도지사/사진=미디어펜


한편 다자간 4위권, 여권 2위로 급부상 중인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경우 박근혜 정부의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 대북강경노선을 변함없이 수행한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에서는 '그 어느때보다도 확고한' 사드 배치를 비롯한 한미동맹과 대북공조 강화에 강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등, 확고한 안보보수로서의 역할을 '현재진행형'으로 수행하면서 국민적 관심이 자연스레 쏠리는 모양새다.

당면 현안인 중국의 '사드 보복'에는 16일 동북아·한반도 정세 점검 및 대책회의에서 세계무역기구(WTO)에서 무역 보복 금지조항을 근거로 대(對)중·대국제사회 설득에 나선다는 방침을 세워 대응키로 했다. 이후에도 31일 국무위원 간담회에서 미국·중국의 통상정책 변화에 따른 리스크 대비에 부처별 역량을 집중키로 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제45대 대통령(왼쪽)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전날(30일) 약 30분간 전화통화를 갖고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에서는 '그 어느때보다도 확고한' 사드 배치를 비롯한 한미동맹과 대북공조 강화에 강한 공감대를 형성했다./사진=총리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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