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리 판단 앞서 '범죄자 집단' 취급 이미지 훼손
'반기업정서' 확산 또 하나의 불확실성 될 수도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재계에서 ‘최순실 국정농단’을 수사하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 방식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법원에서 법리적 판단이 나오기도 전에 기업과 총수에게 ‘범죄자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는 이유다.

기업들의 불안감도 다시 짙어지고 있다. ‘트럼프 노믹스’와 ‘경기 침체’ 등 대내외의 압박이 커지는 가운데 ‘최순실 게이트’ 후폭풍이 장기화될 조짐이다.

   
▲ 삼성 서초사옥 전경 /연합

1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 영장 재청구를 검토하고 있다. SK와 한화 한진 등 주요 그룹 총수들은 ‘비선실세’ 최순실 재판에 출석할 예정이다.

최근 재계는 그룹 총수와 기업의 부정적 이미지 확대를 가장 경계하고 있다. 이미 삼성과 SK, 롯데 그룹은 이미지에 치명타를 맞았다. 지난달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된 삼성은 국내와 해외 사업이 사실상 ‘올스톱’ 상태다. SK와 롯데 역시 특검의 수사 방향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과 총수의 잘못한 부분이 있으면 처벌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법원의 최종 판결에 앞서 기업들이 ‘범죄자 집단’으로 낙인찍히는 것 같아 아쉽다”며 “특검도 ‘누구를 당장 구속시켜야 한다’ 보다는 우리나라 경제와 기업들의 미래를 생각하는 큰 그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계 일부에서는 특검이 성과주의 수사를 자제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해진 기간 안에 결과물을 내놓아야 하는 특검의 밀어붙이기식 수사가 우리 경제 미래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총수 중심의 시스템을 당장 뜯어 고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자칫 기업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비관론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삼성이 긴장의 끈을 다시 조이고 있다. 특검이 이 부회장을 다시 타깃으로 삼고 있다는 정황이 속속 포착되면서다. 최근 삼성전기 전무 출신 유재경 주 미얀마 대사가 최순실 씨의 추천으로 대사가 됐다는 의혹이 불어졌고, 특검이 박근혜 대통령 대면 조사 후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재계는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재청구 보다는 법원에서 잘잘못을 가리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는 시각이다. 앞서 영장이 기각된 상황에서 다시 이 부회장이 법원을 들락거릴 경우 삼성과 우리 경제 전반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는 걱정이다.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는 올해 △국내정치 △중국경기 하방압박 △미국금리 인상 △보호무역주의 등의 ‘4대 불확실성’ 요소로 꼽고 있다. 재계에서는 국가대표 기업 삼성이 침체에 빠질 경우 경제 전방의 불확실성이 더 짙어질 수 있다는 걱정이 확산되고 있다.

   
▲ 재벌 총수들이 지난해 12월 6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서 질의를 듣고 있다. /연합

여기에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이 오는 28일 예정된 최순실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기부금을 낸 경위를 설명하기 위해서다. 황창규 KT 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등도 증인으로 채택된 상황이다. 이 부회장은 특검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증인으로 재판장에 서지 않는다.

그룹 총수가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는 것만으로도 해당 기업에게는 큰 부담이다. ‘정경유착’이라는 꼬리표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특검의 수사선상에 오른 기업은 물론 재판에 총수가 증인으로 나가는 그룹은 사실상 2월이 날아간 것이나 다름없다”라며 “사회 전반에 확산되고 있는 반기업 정서가 또 하나의 불확실성으로 대두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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