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왜 주식 같은 걸 시작했을까 스스로 원망이 되기도 합니다. 결국엔 다 제 책임이지만요."

30대 직장인 A씨는 요즘 주식시장의 무서움을 실감하고 있다. 차곡차곡 수익률을 쌓아가는 그간의 재미가 무색하게도 지난 한 주 동안 '수익률 롤러코스터'를 경험했기 때문. 섣부르게 인맥주에 손댔다가 그간의 수익률 대부분을 까먹는 아찔한 경험을 하기도 했다. 여윳돈으로 시작한 투자였기에 결정적인 타격은 없었지만 뒷맛이 못내 씁쓸한 건 어쩔 수가 없다.

   
▲ 연합뉴스


주식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의 '수난시대'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 한 주 동안에만 반기문 불출마‧한진해운 파산‧주가조작 의혹 등이 한꺼번에 불거지면서 개인투자자들의 피해가 확대됐다. 침체된 분위기 속에서 개인투자자들의 매도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50p(0.22%) 오른 2077.66으로 장을 마쳤다. 특히 이날 장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규제 완화' 입장 표명에 따른 금융주의 강세가 돋보였다.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모두 오른 것도 국내 증시에 호재였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KB금융, 하나금융지주, 우리은행 등을 일제히 신고가를 경신했다. 증권주까지 영향을 받아 NH투자증권, SK증권도 신고가를 다시 썼다. 그 외 금융주들 대부분이 이날 장에서 저력을 보여줬다.

대형 금융주들의 신기록이 여기저기서 속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코스피지수 상승률은 소폭에 그쳤다. 거래 세부내역을 보면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33억원, 624억원어치를 순매수했지만 개인은 무려 1130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며 상승폭에 제한을 가했다. 

최근 개미(개인투자자)들의 '속사정'이 편치 않은 데에는 이유가 있다. 지난 한 주 반기문 UN 전 사무총장의 대선 불출마로 인한 정치테마주 폭락‧한진해운 파산 등의 대형 악재가 연이어 터졌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검찰이 코스닥 '큰손'으로 손꼽히던 원영식 W홀딩컴퍼니 회장의 주가조작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 관련주도 요동치고 있다.

거듭된 악재 속에 개미들의 투자심리가 악화됐다는 점은 문재인 테마주‧황교안 테마주들의 흐름조차 썩 좋지 않다는 사실로 더욱 확연해진다. 반기문 불출마에 따른 반사효과를 보는 후보들임에도 불구하고 주가 상승분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2월 둘째 주 첫 거래일인 이날 주식시장에서 '문재인 테마주'로 손꼽히는 우리들제약, 우리들휴브레인 등은 각각 1.98%, 4.19% 상승하는 데 그쳤다. 지난주 하락분을 감안하면 '대선 대세'의 인맥주 답지 않은 모습이다. 

한 대형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아무리 대선 유력후보라 해도 대선이 다가올수록 테마주 주가는 하락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하면서도 "그걸 감안해도 최근 대선주자 인맥주의 모습은 유난히 맥 빠진 모습인 게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개인투자자들의 투자심리 악화가 이들 종목 주가에 영향을 주고 있을 가능성이 존재하는 셈이다.

최근의 투자심리 악화에 대해 일각에서는 지나친 한탕주의식 주식투자가 가져온 필연적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금융당국 한 임원급 관계자는 "한진해운 파산 같은 경우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히 있었음에도 '폭탄 돌리기'식 투자를 하다가 결국 큰 피해를 입은 투자자가 속출하고 있다"면서 "대선테마주의 경우 이미 특정종목에 대해 (당국이) 면밀한 모니터링을 하고 있어 이상징후 발생시 곧장 집중조사에 들어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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