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체계 혁신 스피드UP…스타트업 문화 확산
이재용 부회장 스타일 접목 재계 시선 집중
[미디어펜=조한진 기자]삼성전자가 ‘스피드(Speed)’와 ‘스타트업(Start-up)’을 앞세워 조직의 체질을 바꾸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 경쟁심화’ 등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전략을 세우고 있다.

삼성전자의 변화에는 실용성과 효율성을 중시하는 이재용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10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다음달 1일부터 창의적, 수평적 조직문화 조성을 위해 기존 연공주의 중심 인사제도를 업무와 전문성을 중시하는 '직무·역할' 중심의 인사 체계를 실시한다.

   
▲ /연합

삼성전자의 새로운 인사 체계는 기존의 부장, 과장, 사원 등 수직적 직급 개념이 직무 역량 발전 정도에 따라 '경력개발 단계'로 전환된다. 직급 단계는 기존 7단계(사원1/2/3, 대리, 과장, 차장, 부장)에서 4단계(CL1~CL4)로 단순화된다.

임직원 간 공통 호칭도 'XXX 님'을 사용하게 된다. 부서 내에서는 업무 성격에 따라 '님'과 '프로'  '선후배님', 영어 이름 등 수평적인 호칭을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단, 팀장과 그룹장, 파트장, 임원은 직책으로 호칭한다.

삼성전자는 수평·창의적  조직문화 확산을 위해 회의문화·보고문화 개선, 불필요한 잔업/특근 근절, 계획형 휴가 정착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조직 전체의 의사결정 속도를 높여 빠르게 사업을 추진하고, 급변하는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스타트업’ 문화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기존의 틀로는 시장 지배력과 경쟁력을 확대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사내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C랩’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2년 12월부터 사내 스타트업 육성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임직원들의 창의적 사고와 아이디어를 발굴해 성장동력으로 연결하겠다는 취지다. 삼성전자는 사내 스타트업에 자금 지원은 물론, 분사 후 원대복귀도 보장하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의 C랩은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전시회(CES 2017)에서는 C랩에서 진행 중인 우수 과제들과 C랩에서 아이디어를 직접 사업화해 분사한 기업들이 참여했다.

이 가운데 장난감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한 어린이용 사물인터넷(IoT) 기기 '태그플러스', 피부 분석과 케어를 동시에 하는 스킨 홈케어 솔루션 '에스 스킨', 피부 속 측정을 통해 문제점을 예방해 주는 휴대용 피부 측정기기 '루미니' 등이 호평을 받았다.

   
▲ 삼성페이 사용 모습 /삼성전자

아울러 삼성전자는 해외 스타트업의 인수합병(M&A)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해당 기술을 흡수해 기술과 제품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가 지난 2015년 인수한 루프페이는 모바일 결제서비스 삼성페이의 뼈대가 됐다. 삼성페이는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특화 기능으로 경쟁력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 중국 등 전세계 10개국에서 출시된 삼성페이는 범용성과 안전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인수한 인공지능(AI) 플랫폼 스타트업 비브랩스의 기술도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킬러 아이템으로 사용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다음달 공개 예정이 갤럭시S8(가칭)에 비브랩스의 기술이 접목된 AI비서를 탑재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해외 유망 스타트업의 인수합병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이 기술들을 융화해 차별화 제품과 기술,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삼성전자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이 부회장 스타일로 재편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기 때문이다. 앞으로 진행될 사장단 인사와 조직개편을 통해 삼성전자의 변신은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삼성전자는 물론, 그룹 전체가 ‘최순실 국정농단’에 발이 묶여있지만 특별검사팀의 수사가 종료되면 쇄신안 발표 등 변화에 대한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