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경제민주화 살험 실패로 끝나…정치실패를 경제로 돌리는 국회
   
▲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
국회는 기업을 옥죄는 상법 개악 시도를 중단해야

국회가 기업 경영을 옥죄는 상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어 정치실패로 움츠려든 우리 경제가 더욱 침체될 것으로 우려된다.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전자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강제, 집중투표제 의무화, 사외이사 선임 규제 강화, 자사주 규제 등은 모두 기업과 시장의 원리를 왜곡하는 규제들이다.

입법 활동을 통해 경제성장에 기여해야 할 국회가 기업경영을 무력화시키는 규제를 강화하려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경제활성화를 위해 기업 규제를 해소하기는커녕 국회가 오히려 규제를 늘려 기업경영을 옥죄고 일자리를 줄이려는 것은 무책임한 정치일 뿐이다. 국회는 반기업적인 입법 활동을 중단하고 기업 활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입법활동을 전환하여야 한다. 국회가 반시장적 정치를 이어간다면 경제활력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기업을 정치실패의 희생양으로 삼지 말아야

우리 사회에 다시 기업때리기 열풍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유력한 대선 후보들도 반기업정서를 앞세우며 기업규제 강화를 외치고 있으며, 국회는 대선 전에 기업규제 법안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

정치권은 이번 최순실 사태의 희생양으로 ‘기업’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 기회를 놓치지 말자는 분위기다. 정치실패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모든 잘못을 기업에 전가시키는 것은 우리 정치의 오랜 습성인 듯하다. 정치인들은 늘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고 잘못된 점을 고쳐나가기 보다 경제를 희생시키는 우를 범하곤 했다. 또 다시 ‘기승전 기업때리기’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최순실 사태의 책임은 정치 시스템의 후진성과 정치인들의 무능에 있다. 그 책임을 기업에게 돌리면서 정치 실패의 희생양을 찾는 것은 정치권이 문제의 본질을 회피하고 정치 리더십 부재를 감추는 일이다. 정치인들이 기업 탓을 하며 권력만을 추구하려는 것은 결코 미래를 위한 길이 아니다.

이번 최순실 사태의 본질은 정치권력을 둘러싼 측근비리이다. 기업 규제를 강화하자고 할 일이 아니다. 과거 정부에서도 늘 있었던 고질병이 다시 나온 것이다. 경제논리에서 벗어난 정치논리, 권력자들의 임의적인 판단에 의해 경제가 휘둘린 정치실패이다. 즉 권력 지상주의에 빠진 정치권이 기업 돈을 마치 자기 돈 인양 가져다 쓴 사건이다.

우리 사회처럼 정치만능주의 사회에서 기업은 공권력에 의해 생존권과 자율성을 위협받는 기업은 정치권력 앞에서 무력한 존재이다. 기업인들은 정치권의 요청을 뿌리치지 못하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리고 그로 인해 다시 정치적 압박을 받게 된다. 이번에도 기업은 문화와 스포츠 분야 등을 지원해 달라는 정부의 요구를 따랐고 그에 대한 사회적 질책을 받고 있는 것이다.

정치논리와 권력만을 추구하는 우리 정치권은 시장논리를 무시하고 기업의 경영권을 다시 무력화시키는 규제를 강화하려 하고 있다. 기업에게 자유로운 경영환경을 제공하려 하기보다 기업을 더 옥죄어 기업경영까지 자신들의 입맛대로 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정치권력만 있으면 기업을 아무렇게나 해도 된다는 ‘권력 만능주의’에 불과하다. 기업의 돈을 권력 의지에 따라 가져다 쓰겠다는 것과 기업 경영을 권력의 입맛대로 통제하겠다는 것이나, 권력의 오만과 횡포라는 점에서 차이가 없다.

권력 지상주의에 빠진 사회에서 기업은 늘 권력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꼴을 당하기 마련이다. 이는 후진국 정치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이런 정치 실패는 그 부담이 모두 국민에게 귀결되기 마련이다.

그 통로는 ‘반(反)기업정서’다. 반기업정서는 반시장적 법률과 기업규제를 양산하기 마련이다. 우리 사회는 재벌개혁, 경제민주화 등 지난 30년 동안 기업규제를 계속 늘려왔다. 재벌 해체를 지향하는 기업때리기가 성공한 만큼 우리경제의 성장동력은 그만큼 줄어들었다.

반기업정서를 앞세운 정치적 해법이 좋은 결과를 가져올 리 없다. 세계 선진 국가들의 정치는 지금 경제 살리기와 기업부담 줄이기, 일자리 늘리기에 여념이 없다. 하지만 우리 정치만 이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정치만 계속 후진하고 있어 안타깝다.

우리 경제는 경제민주화 법들로 인해 고통을 받아왔다. 법안들이 통과되면서 기업들은 규제에 발목이 잡혀 경영을 제대로 펼칠 수 없었다. 그 결과로 일자리가 늘지 않고 그나마 경쟁력 있는 기업들은 국내투자를 외면해왔다.

반기업정서에 매몰된 경제민주화 규제들이 기업환경에 제도적으로 축적되다 보니 우리 기업들에서 활기를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그 피해가 경제침체와 청년실업으로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경제 활력을 죽여 온 경제민주화 정책실패를 외면한 채 정치인들이 정치적 이익을 위해 경제민주화를 다시 주장하고 있는 것은 인기영합적 정치이며 ‘표퓰리즘’이라 할 수 있다.

   
▲ 국회가 기업 경영을 옥죄는 상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어 정치실패로 움츠려든 우리 경제가 더욱 침체될 것으로 우려된다./사진=미디어펜


기업 때리기로 인기 얻자는 후진정치

정치인들은 흔히 대기업을 규제하면 경제가 좋아 질 것처럼 말한다. 심지어 기업들을 거대악으로 몰아가는 망언도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이는 인기에 영합하여 경제를 파괴하는 정치선동일뿐이다.

대기업은 시장에서 수많은 소비자로부터 선택 받아 규모의 경제를 이룬 기업들이다. 기업의 규모가 크다는 것은 순간순간 소비자가 선택한 결과가 쌓인 경영성과일 뿐이다. 정치권력처럼 나라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다.

더군다나 우리나라에서 대기업 비중이 너무 낮은 것은 오히려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대기업의 비중이 선진국의 절반 수준도 안되는 현실은 우리 경제의 불안정성을 높이는 부작용을 야기한다. 대기업의 비중이 너무 낮다보니 우리경제에서 기업들의 사업 안정성이 낮고 고임금의 질 좋은 일자리의 비중도 낮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대기업 비중이 낮은 것은 오랜 기간 대기업을 억제하는 경제민주화 정책을 실행하면서 그 부작용이 누적된 결과다. 그러나보니 우리 경제에서 대기업이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수준의 큰 기업을 새롭게 만드는 일은 어렵다. 대부분의 나라가 못하는 일이다. 그 어려운 일을 우리나라는 산업혁명을 이루면서 성취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과거의 성공에서 배우지는 못할망정 그나마 과거에 만들어 놓은 좋은 기업을 억누르려는 경제민주화 규제들을 쏟아내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 창조와 혁신은 어렵고 파괴는 쉽다. 정치인들이 어려운 일을 피하고 쉽게 인기를 얻으려는 것은 후진정치의 전형이다.

반기업정서를 앞세우는 세력은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을 민주화’하자고 주장한다. 그야말로 사회적 권력을 이용해 기업의 경영과정을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기업은 주주와 여러 이해당사자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법인일 뿐이다. 이를 사회적으로 통제해서 무력화시키는 것은 반시장적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을 민주화의 대상으로 삼아 정치공세를 펴는 것은 스스로 경제를 무너뜨리는 일이다. 경제에는 경제논리가 있고 정치에는 정치논리가 있다. 정치논리인 민주화를 기업에 접목하려는 것은 경제를 정치화하자는 억지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가 이룬 문명의 발전을 역행하는 일이다.

기업경영을 무력화시키려는 국회의 상법 개악 시도

국회의 상법 개정안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 19대 국회에서도 개악을 추진했다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이번에 다시 제기된 개정안도 그와 유사하다. 기업이 경쟁력을 높이는 항목은 없고 모두 규제를 강화하고 기업 경영을 어렵게 하는 것들이다. 마땅히 모두 폐기되어야 할 것들이다.

기업에 대한 규제가 경제를 어렵게 만들었다면 그것을 폐지해야 함에도 오히려 강화하려는 것은 방향이 잘못된 것이다. 이번에 논의되고 있는 것들은 주주의 재산권을 위협하고 기업경영의 자율성을 떨어뜨리는 것들이라 그 부작용이 클 것이다.

다중대표소송제는 모회사 지분 1% 이상 소유한 주주가 자회사 경영진의 불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제를 포함한다. 이는 모자 회사의 법인격의 독립성을 훼손한다. 또한 자회사 주주의 주주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 소송 남발 가능성도 크며 이로 인한 투자위축의 부작용도 예상된다.

전자투표제 의무화는 인터넷 등 온라인 방식을 통해 주총 현장에 가지 않고 전자투표로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의무화하자는 규제이다. 이미 기업들이 전자투표를 선택할 수 있음에도 이를 강제화하는 것은 기업의 자율권을 침해하는 일이다. 또한 이 강제 조항은 기업의 주총이 해킹과 보안의 위험성에 노출되도록 만들 가능성이 있으며 악의적 루머에 의해 주주 의사결정 과정이 혼란에 빠질 우려가 있다. 기업을 정치판으로 만들 수 있는 ‘트로이의 목마’로 비유할 수 있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은 주총에서 감사위원(이사)을 다른 이사와 분리해서 선임해야 한다는 규제와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지분이 많은 대주주라도 의결권을 3%로 제한하려는 규제를 포함한다. 이는 대주주 의결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기업경영 시스템의 근간을 훼손할 우려가 크다.

집중투표제 의무화는 이사 선출시 1주 1표를 기본원리로 하여 기업이 다양한 투표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자율성을 제한하려는 일이다. 정부가 지정한 특정한 방식을 규제로 만들어 강제화 하자는 것이다. 두 명 이상의 이사를 선임할 때 특정 후보에게 의결권을 몰아 줄 수 있도록 하는 의도를 갖고 있다. 집중투표제는 지금도 기업이 선택할 수 투표방식이다. 다른 방식을 차단하고 하나의 방식을 강제화하는 것은 자유로운 의결권 원리를 위협하는 잘못된 규제이다. 개별 기업의 경영 사정을 무시한 채 특정 투표방식을 강제하는 것은 자유시장원리에 위배하는 것으로 몇몇 기업들의 경영권이 쉽게 흔들리도록 유도하는 결과만을 초래할 것이다.

   
▲ 표. 상법개정안 주요 내용과 문제점


사외이사 선임 규제 강화는 우리사주조합이나 소액주주들이 추천한 사외이사를 선임하도록 특권을 부여하는 규제이다. 근로자이사제를 강제하는 것은 특정 주주에 대한 특혜이며 이는 우리나라의 이념적 노동문화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기업을 정치화하여 이념 투쟁의 장으로 만들 우려가 있다.

자사주 처분규제는 기업의 인적분할시 지주회사가 보유하게 되는 자사주에 분할회사의 신주배정을 금지하는 규제이다. 인적분할시 지주사 전환 등에서 주주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규제이다. 이는 경영권 방어를 무리하게 제한하는 규제로 그 부작용이 클 것으로 보인다. 법인이 보유한 자사주는 상법상 의결권이 없다. 인적분할을 하면 기존회사 주주들은 분할된 회사의 신주를 지분 비율만큼 배정받는다. 지주사는 자사주 비율대로 자회사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하게 된다.

이처럼 상법 개정안은 기업의 경영권을 위협하고 지배구조의 자율성을 제한하는 규제 강화를 내용으로 하고 있다. 오랜 기간 경제민주화 법안들이 기업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입법화되었다. 많은 규제로 기업경영권의 재산권과 자율권이 훼손되었다. 이는 기업경영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 기업계에서 반대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부작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번에 추진된 규제 강화도 대기업의 대주주가 가지고 있는 경영권을 무력화하려는 것에 있다. 하지만 대주주가 경영에서 힘을 못 쓰도록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잘못된 정책방향이다. 1980년 후반부터 이루어져온 재벌해체 입법의 또 하나의 변이인 셈이다. 반기업 규제 항목이 추가될수록 경제는 그만큼 활기를 잃게 된다.

이미 전 세계에 있는 규제들을 모아 대기업의 발목에 채웠고, 또한 다른 나라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규제까지 만들어 족쇄를 채웠다. 이러한 대기업 규제를 통해 기업경영을 무력화하면 대기업을 해체하는 반자본주의적 성과는 얻겠지만, 그로 인해 우리 사회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막대하다. 우리 경제를 지탱해 주는 경제 버팀목을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는 우리 기업의 신속하고 빠른 의사결정 시스템을 배우려 하는데, 정착 우리 사회는 해체하려 하고 있으니 답답한 일이다.

   
▲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전자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강제, 집중투표제 의무화, 사외이사 선임 규제 강화, 자사주 규제 등은 모두 기업과 시장의 원리를 왜곡하는 규제들이다./사진=연합뉴스

대기업을 줄이기보다 대기업이 나오는 기업환경 만들어야

가치 있는 것을 없애기는 쉬워도 유지하거나 새로운 것을 만들기는 쉽지 않은 법이다. 하지만 정치인들은 늘 착각에 빠진다. 자신이 권력을 잡기만 하면 일자리가 쉽게 만들어지고 경제성장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자신한다. 권력욕에 빠져 아무 말이나 하는 것이지만 유권자 입장에서는 심각한 문제다. 국민은 말로 하는 경제성장이 아닌 실제 현실에서의 경제성장과 일자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실제로 수많은 나라 대부분은 현상 유지에 급급한 것이 사실이다. 잠시 고도성장을 누리다가도 허망한 정치실험에 빠져 내리막길을 걷기 다반사다. 정치실패로 고통을 받는 나라의 국민은 고성장의 혜택을 누리는 나라의 훌륭한 리더를 그저 부러운 눈으로 바라만 볼 뿐이다.

실패한 나라들의 정치인들은 이런 저런 변명을 늘어놓기 일쑤다. 세계경제가 어렵다며 핑계거리를 찾기도 하고 기업들이 잘못해서 그렇다며 이유를 대기도 한다. 정치실패에 빠진 나라의 언론들도 정치논리에 빠져 기업 때리기에 혈안이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심지어 기업을 마녀사냥의 대상으로 삼기도 한다.

악조건 속에서도 올바른 정치로 고도성장을 실현하는 승자는 있기 마련이다. 우리나라가 1960년대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 수많은 대기업이 주도하는 고도성장세를 누린 것처럼 말이다. 지금도 세계에는 높은 성장세로 번영을 누리는 나라가 여럿 있다. 시장원리를 받아들이면서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몇몇 나라들은 10%를 넘는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선진국 가운데에도 여전히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는 나라들이 나온다. 심지어 최대 부국인 미국은 세계 경제를 이끄는 대기업이 연이어 나오며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불행하게도 1980년대 후반부터 성장세가 멈췄다. 이러한 저성장의 흐름은 민주화를 앞세우며 자유시장원리를 훼손했기 때문이다. 경제민주화 조항이 헌법에 포함되면서 대기업에 대한 각종 규제가 만들어졌다. 기업경영환경은 반기업정서로 채워졌고 경쟁을 억제하는 사회분위기가 기업을 무력화시켜온 결과가 바로 저성장인 셈이다. 전체 일자리가 늘지 않는 상황에서 수많은 대기업이 사라지다 보니 좋은 일자리는 오히려 크게 줄어든 상태다.

반기업정서가 팽배한 사회에서 경쟁력 있는 대기업은 공격의 대상이 된다. 반면 적자에 허덕이는 무기력한 기업은 사회가 온정의 시각으로 돌봐주는 대상이 된다. 그러다 보니 성장을 주도하는 대기업은 사라지고 힘들어 죽겠다고 하소연하는 부실한 기업들만 넘쳐난다. 경쟁을 외면한 기업들은 좀비기업으로 추락하거나 심지어 정부에 기대는 이익단체로 전락하기도 한다. 정치가 타락하는 나라에서는 기업들도 온전하기 힘들다.

가치를 창출하고 수익을 내는 대기업들을 파괴하는 일은 쉽지만 만들기는 어렵다. 파괴의 정치가 30년 동안 이루어지다 보니 우리 사회에는 새로운 대기업을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수많은 대기업이 정치리스크에 발목이 잡혀 망했다. 대기업 귀한 줄 모르는 후진정치가 우리 사회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정치실패를 감추고 경제 분야에 그 부담을 떠넘기는 것은 낙후된 정치 방식이다. 기업을 정치의 희생물로 삼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반대로 만들기는 쉬워도 없애기는 어려운 것들이 있다. 바로 정치적 영향력을 무기로 해서 기업이 창출한 가치를 빼앗아 나누려는 이익단체들이다. 이들은 기업에 기생하거나 정치권력을 이용해 세금에 의존하는 정치 생명력을 과시한다. 민주화 열기를 타고 만들어진 인기 영합적 산물들이기도 하다. 대부분 가치를 창출하기보다 가치파괴적인 존재들이다. 문제는 정치인들이 이들과의 공생관계를 넓혀가면서 자신들의 정치 생명력을 유지하려 한다는 점이다.

민주화는 정치 분야에 국한되어야 한다. 경제를 민주화하고 기업을 민주화하는 것은 파괴정치일 뿐이다. 이제는 30년 경제민주화 실험을 중단해야 한다. 파괴의 논리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치있는 것을 만들 줄 아는 혁신의 정치로 가야 한다.

   
▲ 기업때리기 열풍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유력한 대선 후보들도 반기업정서를 앞세우며 기업규제 강화를 외치고 있으며, 국회는 대선 전에 기업규제 법안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정치실패로 끝난 30년 경제민주화 실험

정치실패는 혼돈을 부르고 국민을 가난의 길로 이끈다. 우리나라 경제는 1980년대 후반부터 성장을 멈추고 하락하기 시작했다. 30년을 이어온 정치실패는 결국 저성장의 흐름으로 귀결되었다. 지금의 장기적 경제침체는 방향을 잘못 잡은 정치실패에 따른 결과다. 가장 중요한 요인은 바로 경제민주화 정책이다.

경제민주화 정책은 1987년 개헌 헌법에 경제민주화 조항이 들어가면서 시작되었다. 헌법 119조 제1항은 경제적 자유와 창의를 존중하는 원칙을 담고 있다. 문제는 제2항이다. 제2항은 경제민주화를 위하여 정부에 규제하고 조정할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이 경제민주화 조항을 바탕으로 해서 공정거래법 등 수많은 법률들이 만들어졌고 대기업 규제 정책들이 추가되었다. 이후 기업에 대한 규제는 다시 반(反)기업정서를 조장하는 바탕이 되었으며, 이는 다시 기업에 대한 추가적인 규제로 이어졌다.

우리 경제의 숨통을 틀어막게 된 경제민주화 조항은 개헌 당시 김종인의 권유를 받아들여 전두환 대통령의 결정에 의해 포함되었다고 전해진다. 당시 전두환 정부는 물가안정을 이루는 큰 성과를 달성한 바 있다. 물가안정은 국민의 재산을 지키는 기본적인 덕목이다. 이를 통해 선진국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본적인 바탕을 마련한 것이다. 이 외에도 시장경제를 확장하여 경제자유를 높인 결과 높은 경제성장세를 이루기도 했다. 이러한 많은 치적에도 불구하고 전두환 대통령은 1987년 헌법에 경제민주화 조항을 넣으면서 후세에 저성장의 기조를 제도적으로 남기는 우를 범했다.

이후 30년의 경제민주화 실험은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업은 활력을 잃었고 새로운 기업은 나오지 않았다. 새로운 투자도 결실을 보지 못하는 무기력증을 보였다. 수많은 기업이 망하고 활력을 잃었다. 그 이전에 만들어진 몇몇 기업만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을 통해 명맥을 유지하며 활로를 찾고 있을 뿐이다. 한 마디로 우리 경제 환경은 암흑기에 들어간 상태다. 글로벌 시장에 연결되어 있는 기업들조차 숨쉬기 쉽지 않은 기업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경제민주화 정책은 기업을 적대시하는 정치공세와 함께 기업을 옥죄어 왔다. 참여연대의 소액주주운동이 그 대표적인 일이었다. 기업을 민중에 의한 통제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라서 그 본질이 경제민주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에는 정부 기관에 의해 기업을 통제의 대상으로 삼는 정치적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기업의 주인을 없애면서 정부와 사회세력이 실질적인 주인행세를 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또 주인이 있더라도 국민연금을 통해 기업을 압박하고 통제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정치공세는 모든 기업이 공기업처럼 행동하도록 만드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기업은 환경 변화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고 스스로를 바꾸어 나가는 혁신하는 존재여야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기업의 주인을 없애는 공기업화 현상은 기업의 순발력과 유연성을 빼앗는 일이다. 기업의 관료화, 공기업화는 경제의 체질을 약화시킨다. 그런 환경에서는 기업들은 변화에 대응하여 경쟁력을 키우기보다 정부의 보조금에 의존하고 정치적 특권을 쫓는 존재로 타락하게 된다. 최근 몇몇 대기업들조차 정부에 의존하는 경영을 하면서 부실의 함정에 빠지고 있는 것은 우리 기업환경의 타락상을 잘 보여주는 일이다.

민주화는 정치 분야에 국한되어야 한다. 민주화는 정치적 자유를 지키는 원리이다. 경제에는 경제적 자유를 지키는 시장경제가 원리이다. 이를 무시하고 경제를 민주화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경제를 파괴하고 기업을 무력화시키는 일이다. 경제를 민주화의 대상으로 삼아온 30년 경제민주화 실험은 이제 중단돼야 한다. 정치가 올바른 방향으로 갈 때 경제가 풍요로워지고 정치에서도 민주주의가 꽃피울 수 있다.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


(이 글은 자유경제원이 15일 개최한 국회 반기업법 동향 세미나, 『기업 파괴하는 상법 개정안: 개혁 내세워 기업경쟁력 훼손하는 정치권의 표퓰리즘』에서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이 발표한 발제문 전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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