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수사 및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의 주요 물증으로 채택된 안종범 수첩과 관련, 특검이 위법수집한 정황이 20일 열린 최순실(61)씨 재판에서 드러났다.

안 전 수석의 보좌관 출신으로 '안종범 수첩'을 보관했던 김건훈 전 청와대 비서관은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수첩 안에 나름대로 기밀이라는 게 있을 거라고 생각해 열람만 시켜드리려고 가져갔다가 압수수색을 당했다"고 밝혔다.

김 전 비서관은 "처음에는 수첩 11권을 (보관하고 있다고) 검찰에서 얘기했다"며 "잘못하면 내가 (수첩을) 다 압수당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있어서 당시 더 소지한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 

김 전 비서관은 이어 "특검 수사 단계에서 제가 여러 가지 부담이 되고 있는 상황이었고, 특검도 나머지 수첩의 존재를 알고 있는 것 같았다"며 "부담감을 벗고 싶어서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부담감을 벗고 싶었으며 특검에게서 압수수색을 당했다'는 김 전 비서관의 이러한 진술은 안 전 수석 측 입장과 부분적으로 일치한다.

   
▲ '안종범 수첩' 특검의 위법수집…"열람 위해 가져갔다가 압수수색 당했다"./사진=연합뉴스


안 전 수석 측은 이와 관련 "특검이 김 전 보좌관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구속 수사하겠다고 강하게 압박했다고, 특검 측은 김씨에게 일단 수첩을 가지고 와보라고 한 뒤 바로 압수했다"고 지적했다.

안 전 수석 측 변호사에 따르면, 이는 법원 압수수색영장 없이 특검이 자의적으로 한 처분으로 위법하며 그에 따라 해당 수첩도 '위법수집한 증거'라는 입장이다.

재판에서 증거로 쓰려면 적법 절차를 거쳤어야 했고, 사후에라도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해 발부받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안 전 수석 측은 이러한 반박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지난 6일 특검에 제출하기도 했다.

안종범 업무수첩 39권은 삼성그룹 합병에 청와대가 개입한 정황을 담은 것으로, 특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 물증이다.

헌재에서도 채택한 '안종범 수첩'은 박 대통령 탄핵심판 쟁점 중 하나인 뇌물죄 의혹을 일정 부분 밝힐 수 있는 증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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