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지난 17일 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의 구속영장 심사에서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으로 다루었던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이 '보좌관의 임의제출'로 인한 위법 논란에 휩싸여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하 특검)은 지난 14일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이 부회장이 관련된 주요 의혹으로 ‘합병 이후 순환출자 고리와 청와대 압력’을 들었다. 이 때 특검이 제시한 핵심 물증이 안종범 전 수석의 업무수첩 39권이다.

이와 관련, 특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17일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안 전 수석의 수첩이 이재용 부회장 구속영장에 대해 상당히 중요한 자료 중 일부였다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안종범 수첩’들은 지난달 특검이 추가로 확보한 것으로, 위법 논란에 휩싸여 그 증거능력에 있어서 법정공방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수첩들에는 박근혜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 직후 작성된 메모 등이 포함되어 있다고 전해졌다. 특검은 이를 안 전 수석의 보좌관을 통해 지난달 26일 입수했다. 수첩들은 청와대 경내에 보관되어 있었다고 한다.

수첩들의 증거능력을 다투고 있는 안 전 수석의 변호인은 지난 16일 “특검은 지난 1일 안 전 수석에게 '수첩 임의제출에 동의한다'는 취지의 조사를 진행했는데 이런 조사 자체가 수첩 임의제출 절차의 위법성을 방증한다”고 밝혔다.

특검의 ‘안종범 수첩’ 입수가 적법한 절차에 의한 것이라면 별도의 본인 동의 절차가 불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변호인은 “수첩에 정상회담 내용 등 공무상비밀에 해당하는 내용이 많아 규정에 따른 절차를 준수하지 않고 제출하는 것이 위법의 소지가 있다”며 보좌관의 임의제출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보좌관이 안 전 수석과 상의 없이 수첩을 자유롭게 제출했다는 특검 측의 설명은 상식에 비추어 납득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안 전 수석의 변호인은 “수사과정에서 특검 검사들은 ‘보좌관을 구속시키겠다’, ‘보좌관은 혼나야 한다’는 발언을 안 전 수석에게 자주해 보좌관 역시 구속영장 청구 등의 압박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특검이 스모킹건 ‘안종범 수첩’을 입수하기 위해 안 전 수석의 보좌관에게 일종의 협박(?)을 가한 것으로 보일 수 있는 정황이다.

변호인은 또한 “또다시 적법성에 의문이 있는 절차로 수첩을 압수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특검이 이미 압수했던 기존 11권 수첩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해 다투고 있다고 밝혔다.

   
▲ 이재용 부회장 구속수사…스모킹건 '안종범 수첩'의 위법 논란./사진=연합뉴스

지난 6일 안 전 수석 측은 수첩의 증거능력에 대한 의사를 담아 ‘임의제출 부동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이에 따라 이재용 부회장 구속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안종범 수첩’의 증거능력은 법정에서 다투어야 할 문제로 비화됐다. 이 부회장 구속은 이미 결정되었으나 그 근거였던 증거의 능력에 대한 법리 다툼이 끝나지 않은 것이다.

특검의 구속영장 청구를 심사했던 법원은 이를 간과했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한편, 이에 대해 이규철 특검보는 지난 16일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안 전 수석 측의 임의제출 부동의의견서 제출여부는 특검에서 판단할 때 증거능력여부와는 상관없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이어 이 특검보는 “부동의의견서 제출은 사후 사정이라 참작되겠지만 본인이 작성한 수첩의 내용에 대해 사실을 확인하고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고 한 진술에 비춰볼 때 부동의의견서를 제출하더라도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안종범 수첩’은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특검의 혐의 입증 및 기소, 더 나아가 향후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할 경우 박 대통령의 형사사건에까지 여파를 끼칠 수 있는 스모킹건이 되리라 관측되고 있다.

하지만 안 전 수석 측이 수첩의 증거능력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향후 치열한 법정공방이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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