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조금만 생각하면 프리젠과는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는데, 정확하지 않은 예측이 힘을 얻는 것 같아서 우려가 큽니다.” (A증권사 관계자)

파산 선고를 받은 한진해운이 오는 23일부터 정리매매에 들어가면서 주식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앞선 프리젠의 정리매매와 같은 ‘대박’을 노리는 여론도 없지 않지만 프리젠과 달리 한진해운은 파산절차를 밟는 것이기 때문에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라는 지적이다.

   
▲ 파산 선고를 받은 한진해운이 오는 23일부터 정리매매에 들어가면서 주식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한진해운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상장폐지가 확정된 한진해운 주식이 오는 23일부터 7거래일간 정리매매에 돌입한다. 정리매매 중인 종목은 가격제한폭 규정을 적용받지 않아 기준가 상하단 30% 이상으로 가격폭이 움직일 수 있다. 대신 주문체결은 실시간이 아닌 매 30분 간격 단일가 매매 방식으로 진행된다.

현재 한진해운 정리매매는 이번 주 증시 최고의 화제로 떠오른 상태다. 앞서 정리매매를 경험한 프리젠이 거래 첫날 450% 이상 급등하면서 시선을 주목시킨 영향이 크다. 일부 주식 카페에서는 한진해운 정리매매 또한 ‘대박’이 될 수 있다는 억측이 나돌고 있다.

증권사와 금융당국은 심각한 표정으로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프리젠과 한진해운을 동일선상에 놓는 자체부터가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중 A증권사 한 관계자는 “투자자들 다수가 프리젠과 한진해운의 차이를 인지하지 못한 채 대박 가능성만 따지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프리젠과 한진해운의 상황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프리젠의 경우 주식상장은 폐지되지만 이후에도 영업활동이 이어진다. 반면 한진해운은 주식정리 이후 회사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에 주식 가치에도 차이가 생긴다.

청산 과정에서 한진해운 주주는 채권자보다 변제 우선순위가 낮다. 현재 법원에 신고된 한진해운 채권자는 2500곳이 넘어 사실상 주주들이 얻을 이익은 전무하다고 보는 게 상식적이다.

이 관계자는 “정리매매 이후 한진해운 주식이 휴지조각이라는 말이 있지만, 사실상 휴지보다도 못하다고 보는 게 상식적”이라면서 “가급적 (정리매매 자체에) 관심을 안 갖는 편이 낫다”고 조언했다.

앞서 정리매매를 경험한 종목들의 선례를 살펴봐도 정리매매 거래는 위험천만하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2015년 하반기 이후 상장 폐지된 16개 종목의 정리매매 기간 평균 수익률을 거래소가 분석한 결과 –85.4%라는 충격적인 수치가 집계됐다. 

작년 4월 말 상장 폐지된 제이앤유글로벌의 경우에도 한때 주가가 331%까지 폭등했지만 결국 첫날보다 92% 떨어진 채로 상장 폐지됐다. 프리젠 역시 정매 첫날 454% 폭등한 이후 연일 50%에 육박하는 하락을 이어가며 현재 주가는 1500원선까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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