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세상을 살다 보면 쉽게 납득되지 않는 '상관관계'들이 눈에 띈다. 예를 들어 통계학자들은 초콜릿 소비가 많은 국가일수록 노벨상 수상자를 많이 배출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뉴욕에서 아이스크림 판매가 올라갈수록 살인율이 함께 올라갔다거나, 케임브리지 대학교 단과대학들의 와인 구매액수와 시험성적이 비례했다는 관찰 결과도 있다.

누군가 진지하게 초콜릿과 노벨상을, 아이스크림과 살인을 결부 짓기 시작하면 모양새가 우스워진다. 상관관계가 반드시 '인과관계'를 암시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에서는 상관관계와 인과관계가 뒤틀리는 사례가 끝도 없이 이어진다. 정치테마주가 기승을 부리는 선거철이면 그 정도가 더 심해진다.

최근 있었던 가장 황당한 사례는 '반기문 테마주'로 분류됐던 파인디앤씨다. 반기로 파인아시아자산운용 대표가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의 사촌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주가가 급등했지만 헛소문이었다.

흥미로운 건 한순간 '테마주'로 묶이면 사실 여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아진다는 점이다. 파인디앤씨는 반기문 전 사무총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는 그 순간까지 '진짜 테마주'들과 생사고락(?)을 함께 했다. 실체 없는 연관성에서 시작됐지만 겉만 보면 진짜 테마주와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전문가들은 설령 '진짜 테마주'로 알려진 종목이라 해도 실체가 불분명하긴 마찬가지라고 입을 모은다. 단순히 어느 정치인과 아는 사이라는 것만으로 그 회사가 수혜를 입을 거라는 기대감 자체가 황당하다는 의미다. 심지어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안희정 충남지사 테마주의 경우, 단순히 충남에 위치해서 관련 종목으로 묶인 경우가 적지 않다. 

   
▲ 한진해운이 상장폐지 전 정리매매를 앞두고 있어 시장의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자아내고 있다. /한진해운


테마주의 진실에 대해서는 투자자들도 어느 정도 눈치를 채고 있다. 어차피 테마주 주가는 해당 정치인의 당선‧낙선 이전 어느 시점에 급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허상에서 시작된 아사리판의 끝에는 '폭탄 돌리기'가 있을 뿐이다. 그리고 폭탄 돌리기의 끝은 언제나 '폭발'이다.

최근엔 한진해운이 상장폐지 전 정리매매를 앞두고 있어 시장의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자아내고 있다. 정리매매의 경우 일일 가격제한폭마저 없기 때문에 시각에 따라서는 영락없는 도박판처럼 보인다.

앞서 정리매매에 들어간 프리젠의 경우 정리매매 첫날인 지난 15일 주가가 무려 454.35% 뛰었다가 이틀 만에 51% 빠지며 반토막이 났다. 한진해운 역시 이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아 보여 우려가 크다. 대한민국 해운업의 아이콘이었던 거대 기업의 뒷모습치고는 애잔하다는 생각도 든다.

금융당국에서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기승을 부리는 뇌동매매‧부정거래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살아있는 정보를 얻기 위해 흡사 탐정과 같은 활동을 하는 경우도 있다는 후문이다. 

누군가는 가짜 정보를 만들고, 다른 누군가는 거기에 승부를 걸었다 진짜 실패를 맛보며, 이 와중에 정의를 구현하려는 사람들은 거짓의 뒤를 쫓아 고군분투한다. 이 미묘한 진실과 거짓의 '상관관계' 때문에 주식시장을 인생의 축소판이라고들 말하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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