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평우의 22일 명변론에 힘입어 상황 대반전
조·중·동이 비판한 '내란' 발언은 지엽말단
   
▲ 조우석 주필
22일 헌재 변론을 기점으로 대통령 탄핵재판의 분위기는 완전히 바뀌었다. 공정한 재판 대신 촛불 민심에 속절없이 끌려가던 헌재의 상황에 의미있는 브레이크가 걸린 것도 당연하다. 졸속재판-여론재판으로 줄달음치는 위험성도 상당 부분 줄었다는 조심스러운 예측도 가능해졌다.

달리 말해 헌재 자체가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변질된 재판 분위기가 어제를 기점으로 바로 잡혔으며, 본격적이고 공정한 법리 공방을 이제부터 기대해도 좋다는 뜻이다. 최종 선고 예정일은 3월13일 이전. 이에 따라 남은 기간은 보름 전후에 불과하지만, 조금은 느긋하게 지켜볼 여지까지 생겼으니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조중동 엉터리 보도에 속지마라

어제 서울 안국동 헌재에 무슨 일이 있었던가? 무엇이 이런 대반전을 가져왔는가? 22일 헌재 변론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측 변호인단의 맹활약이 너끈히 통했는데, 일등공신은 역대급 명변론을 펼친 김평우 변호사다. 미국에서 건너와 뒤늦게 변호인단에 합류한 그의 활약은 실로 반가운 일이다.

그의 활약 덕분에 이번 재판의 주심(主審)이면서도 석연치 않은 불공정 재판을 진행해온 강일원 재판관에게 어제 급제동이 걸린 것도 다행인데 문제는 이 나라의 언론이다. 다음 날자(23일자) 조중동을 포함한 언론을 보면 22일 명변론은 자취도 없다. 외려 정반대의 이미지를 덮어 씌우고 있다.

그가 "내전", "시가전" 발언에 "섞어찌게 탄핵사유" 등 황당한 궤변을 거듭했고, 때문에 재판부 모욕이라는 지적을 이정미 소장 권한대행으로부터 세 차례나 들었다고만 되어있다. 그건 조중동 세 매체가 거의 동일한 논조다.

요즘 날뛰는 지면으로 악명 높은 중앙일보는 사설을 통해 그걸 "몽니"라고 표현했다. "헌재를 부정하고 판을 깨자는 것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눈치 보는 지면을 만들던 영악한 조선일보도 그날따라 김평우 변호사를 세게 두드려 팼다. 이날 사설 제목이 유독 우악스러웠다. "대통령 측 '아스팔트에 피', 경악할 법치 거부 선동".

독자들은 조용히 웃고 있다. 조중동의 이런 반응이 침소봉대 내지는 꼬투리 잡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익히 알기 때문이다. 어제 실시간으로 헌재 동영상을 통해 그날 변론을 지켜본 사람도 적지 않고, 김평우 변호사의 100분 명변론 전문(全文)도 구해 읽으며 무릎을 친 분도 수두룩하다.

   
▲ 22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6차 변론이 끝난 후 대통령 대리인단 소속 김평우 변호사가 헌법재판소를 나서고 있다. 이날 김 변호사는 탄핵심판 주심을 맡은 강일원 헌법재판관 재판관의 심판 진행이 국회 소추위원측에 유리하도록 편파적이라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

'내전' 발언 전혀 문제될 거 없다

조중동 주류매체가 뭐라고 하던 분명한 것은 22일 헌재 변론을 기점으로 대통령 탄핵재판의 분위기는 완전히 바뀌었다는 점이다. 그렇게 단언하는 건 세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김평우 변호사의 "내전", "시가전" 발언은 헌재가 역사적 재판의 소임을 다하지 못할 경우 일어날 불행한 사태에 대한 따끔한 경고였으니 오해의 여지는 전혀 없다.

"탄핵사건은 개인 대 개인 싸움이 아니다. 국회라면 제1위, 2위 권력기관과 대통령이란 국가원수의 싸움이다. 그걸  막기 위해 헌재를 만든 것이다. 만일에 헌재 없으면 시가전이 생기고. 우리나라는 불행히도 내전 상태에 들어간다. 말하자면 키의 역할 하는 거다. 어느 쪽 한 편을 들면 안 된다." 

그게 김평우 발언의 전후맥락인데, 뭐가 문제인가? 이토록 쉽게 명쾌한 지적이 어디 있나? 헌재의 공정성에 대한 그의 강조는 전혀 문제될 게 없다. 더 궁금하시면 그의 변론 전문을 읽고 직접 판단해볼 것을 권유 드린다.

둘째 22일 헌재 변론을 기점으로 대통령 탄핵재판의 분위기는 완전히 바뀌었다는 단언은 어제 헌재의 기류 변화  때문이다. 8명의 헌재 재판관들은 오랜 연륜과 내공에서 나오는, 그리고 애국심과 신념에 찬 선배 법조인 김평우의 명변론에 당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날의 역사적 변론을 방청했던 취재기자 한 명은 내게 "8명 재판관들이 모두 충격 받은 표정이었다. 빼도 박도 못하게 분위기가 성큼 바뀌었다"고 내게 말해줬다. 이게 무얼 뜻하는가? 알게 모르게 헌재는 이른바 촛불민심이란 유령에 가위 눌려왔는데, 그것으로부터 풀려났다는 뜻으로 나는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싶다. 그게 맞다.

   
▲ 22일 헌재 변론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측 변호인단 김평우 변호사의 명변론이 이어졌다. 냉정함을 잃어봤던 헌재 분위기 그리고 재판관 8명 개개인의 평정심을 회복해주는 건 물론 심하게 기울어진 한국사회의 지식 풍토에 죽비같은 울림이다. /사진=미디어펜

김평우 명변론은 한국사회에 큰 영향

터놓고 말하자. 촛불민심을 빙자해 지나치게 불공정한 재판을 진행해온 사람이 강일원이라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인데, 그도 기회에 그간의 지적-정서적 경도(傾倒)에서 자유로워지길 나는 권유한다. 엉터리 언론이 당신의 말을 '개념 발언', '사이다 발언'이라고 치켜세워온 것에 취하지 말라는 시민으로서의 경고다.

셋째 22일 헌재 변론을 기점으로 대통령 탄핵재판의 분위기가 바뀐 것이 헌재의 울타리를 넘어 한국사회 전체로 파급되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 좌파가 득세한 한국사회에는 보수 내지 자유민주주의자는 명함도 못 내미는 기이한 풍토가 생겼다. 그건 헌재도 마찬가지인데, 어제 김평우의 사자후 변론으로 풀린 셈이다.

사실 지금까지 대한민국 정통 세력은 매일같이 무력감 혹은 좌절감을 경험해왔다. 촛불민심은 그래서 더욱 불길하기 짝이 없었고, 대한민국 전체를 위협했다. 필자인 내가 기회가 날 때마다 반복 인용하는 경제학자 이영훈 교수의 다음 말이 진실한 고백이다.

"자유주의를 강의하기 위해서는 꼴통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쓸 각오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속으로 자유주의자이면서 입까지 자유주의자인 교수는 대학에서 희귀한 존재다. 지적 풍토가 이러해서는 이 사회를… 이끌 리더십이 생겨나기 힘들지 않을까?"('한국 자유주의의 미래', <통합, 누구와 어떻게 할 것인가> 39쪽)

결론이다. 김평우 명변론은 사자후였다. 그게 냉정함을 잃어봤던 헌재 분위기 그리고 재판관 8명 개개인의 평정심을 회복해주는 건 물론 심하게 기울어진 한국사회의 지식 풍토까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나는 기대한다. 그러저런 이유로 대통령 탄핵 재판은 한국사회의 전면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더욱 유심히 지켜봐야 하는 건 그 때문이다. /조우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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