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12월 결산법인 정기주주총회 시즌이 다가오면서 각 기업에 대한 개인주주(개미)들의 배당요구가 구체화 되고 있다. 이른바 ‘슈퍼개미’들이 앞장서 주주 요구사항을 전달하면서 배당률은 물론 이사·감사선임건에 대해서까지 영향을 줄 조짐이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총 시즌이 다가오면서 종목별 주요 주주들의 경영 관련 요구사항들이 하나둘 나오고 있다. 같은 개미주주라 해도 이른바 ‘슈퍼개미’에 해당하는 큰손 주주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회사 입장에서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 사진=금융투자협회 제공


전동 엑츄에이터 전문업체이자 코스닥 상장기업인 에너토크의 지분 6.45%를 보유 중인 개인투자자 장원영 씨는 최근 “회사가 글로벌 경쟁사와 견줄 만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영업 확대 정책을 쓰지 않아 매출이 정체되고 있다”면서 “이사 해임안과 신규 선임안을 제시한다”고 공시했다.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주주의 이사진 해임안이 현실로 다가온 것.

국내 3대 슈퍼개미 중 한 사람으로 손꼽히는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의 경우 이미 14개 기업에 주주제안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보증권에 대해서는 배당성향 확대, 디피씨에는 자회사 상장, 태양에는 세안산업과 합병 등을 적극적으로 요구했다. 

비단 슈퍼개미만이 아니라 소액주주들이 연합전선을 구축해 제안에 나서기도 한다. 이엠텍의 경우 소액주주들이 현금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을 위한 주주제안을 제출했다. 이 안건은 내달 23일 주총에서 정식으로 다뤄진다. 넥센테크 또한 회사와 주주들의 배당안이 달라 주총에서 표 대결이 예정돼 있다.

주주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건 아직까지는 한국에서 다소 생경한 풍경이다. 기업 투자문화 선진화를 위해 필연적인 수순이라는 원칙론이 있지만 자칫 경영권 침해의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존재한다.

박영옥 대표가 ‘배당성향 확대’를 요구한 교보증권은 주요주주 박 대표의 요구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의 배당성향은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을 높이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논리다. 

업계 한 관계자는 “주총 시즌이 다가오면서 주주들의 요구사항이 가시화 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말하면서 “기업 경영진 측이 추구하는 방향성과 상충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주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주주 자본주의의 이념에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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