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규제하면 살기 좋아진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눈물 보이지 않나
자유한국당의 경제인식 비판 : 유통산업 정지시키는 편의점 심야영업금지

또 병이 도진 듯하다! 골목상권이 어려운 게 모두 대기업 탓이라는, 그래서 대기업을 규제하면 자영업자와 영세 상공인들이 살기 좋아진다는 '중증 망상’ 말이다. 지난 16일 자유한국당의 '편의점 심야영업(자정~오전 6시) 금지추진’ 발표는 그러한 망상이 초래한 '발작’에 다름 아니다. 자유한국당은 편의점 가맹본부가 심야영업으로 적자를 보는 일부 가맹점주들의 상황을 고려치 않고 무작정 심야영업을 강제하고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해 심야영업을 금지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참으로 황당한 논리다. 자유시장경제의 근간인 '계약의 자유’와 '기업경영의 자유’를 공공연히 깨부수는 선동이다. 자유한국당은 어느 누구도 가맹점주들에게 그러한 계약을 체결하라고 강요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가맹본부는 자신들이 수익을 창출하고 브랜드 파워를 유지하려면 심야영업이 필요하다는 '경영적 판단’ 하에 그를 의무사항에 포함했고, 가맹점주들은 심야영업에 나서더라도 마진이 남으리란 판단 하에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가맹점주들이 계약서에 서명한 것은 '그들 스스로’의 선택이었고, 가맹본부가 사후에 제 멋대로 계약 내용을 바꾸지 않은 이상 가맹본부를 욕할 수 없다. 

만약 심야영업으로 가맹점주들이 적자를 봤다면, 그건 '전적으로’ 가맹점주들의 책임이다. 심야영업으로 인한 적자가 걱정되었다면 가맹 계약을 체결하면 안 되는 것이었고, 굳이 계약을 체결했다면 어떻게든 흑자를 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어야 하는 것이다. 냉혹하지만 그게 시장이다. 한 동네에만도 편의점이 몇 군데나 되는 요즘 상황에서, 일단 유명 프랜차이즈의 편의점만 내면 흑자가 날 것이라 생각한 건 그들의 잘못이다. 여기에 정부가 개입해 심야영업을 금지하는 것은 가맹점주들 스스로가 안이한 생각으로 초래한 손실을 보상해주기 위해 가맹본부의 경영 자유를 제약하는 '불공평하고' '반시장적인’ 행위다. 심야영업으로 흑자를 보는 가맹점주들도 있을 터인데, 이들은 또 어쩔 셈인가.

   
▲ 지난 16일 자유한국당은 편의점의 심야영업(자정~오전 6시) 금지추진을 발표했다./사진=연합뉴스


사실 편의점에 대한 심야영업금지는 편의점업의 존립 근간을 뿌리째 흔드는 것이기도 하다. 편의점업이 한국에 진출한 지 20여 년도 채 안 되어 연 매출 10조 원 규모로 성장한 데에는 '24시간 영업’이 크게 기여했다. 야식이 먹고 싶을 때나 늦은 회식 후 담배 한 대 피고 싶을 때처럼 다른 가게들이 문을 닫는 시간에 수요가 발생하는 상황을 수익 창출로 연결해 성장해 온 것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심야영업금지는 가맹본부에 '더 이상의 성장은 꿈도 꾸지 말라'고 협박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여기에 심야영업이 만족시켜 온 수요가 더 이상 충족되지 않으면서, 소비자들은 그에 따른 후생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한편 편의점 알바는 대학생과 취업준비생, 노년층 등 당장 양질의 일자리를 가질 수 없는 사람들의 주요 생계수단이 되어 왔다. 그런데 심야영업을 금지시키면, 이들에겐 그만큼 일자리가 줄어드는 결과가 초래된다. 특히 낮에 공부하고 밤에 일해야 하는 요즘 청년들에게 심야영업금지는 그야말로 '돈 벌지 말라'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심야영업금지에 따라 가맹본부의 성장이 둔화되면, 본부에서 창출되는 마케팅, 상품개발, 점포관리, 물류개발, 회계 등 다양한 양질의 일자리 또한 그 양적/질적 성장세가 둔화될 수밖에 없다.

결국 편의점 심야영업금지는 '실패한' 가맹점주들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성공한 가맹점주와 가맹본부, 소비자, 노동자를 희생 제물로 삼아 경제에 대한 '저주의 굿판'을 벌이는 일이다. 대체 무엇을 위해 그리해야 하나. 정치가 어설픈 정의감에 사로잡혀 실패한 자들을 구제하려 할수록, 경제는 더 효과적으로 파괴되는 것이다. '자유시장경제'를 추구하겠다며 새누리당에서 이름까지 바꾼 자유한국당이다. 그런데 당명을 바꾸자마자 이런 정책을 내놓았다는 것은, 자유를 도통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걸 시인하는 꼴밖에 안 된다. 소비자를 즐겁게 해주며 일자리도 창출하는 편의점보단, 천문학적 세금을 받아먹고도 국민들을 괴롭히기만 하는 자유한국당의 존재 가치가 훨씬 떨어지지 않겠나. 애먼 편의점은 그냥 좀 내버려 두고, 자유한국당이 영구영업중지를 선언하는 편이 더 나아 보인다. /박진우 리버럴이코노미스트 편집인

   
▲ 한 동네에만도 편의점이 몇 군데나 되는 요즘 상황에서, 일단 유명 프랜차이즈의 편의점만 내면 흑자가 날 것이라 생각한 건 그들의 잘못이다./사진=GS리테일 제공



(이 글은 자유경제원 자유주의정보 '오해풀기' 게시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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