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항일 기자] <3편에 이어서>평택 지역에서 나오고 있는 아파트 미분양의 핵심적인 원인은 '고분양가'다.

최근 2년 정도 전개된 분양시장 호황을 빌미로 건설사들이 분양가를 올렸는데, 이것이 수요자들로부터 외면받게 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사실 평택은 분양시장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하던 지역으로 10년 이상된 노후 아파트가 80%가 넘을 정도로 신규공급이 드물었다. 

그런데 삼성전자 반도체 산업단지 입주와 지제역SRT, 평택 미군기지 이전 등의 호재가 잇따르면서 시장 상황이 반전됐고, 건설사들도 평택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 지난해 평택에서 분양한 단지들의 평균 분양가는 900만원대였다. 이번 고덕신도시에 분양하는 '고덕 동양 파라곤'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1140만원이 책정됐다.

그러나 과유불급이라 했던가. 단기간에 약 2만여가구가 쏟아지면서 미분양 물량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개발 호재, 미래가치 등을 내세우며 분양가도 높게 책정했다. 늘어난 물량에 가격마저 경쟁력을 잃으면서 외면을 받게 된 것이다.

평택 소사벌지구에 위치한 D중개업소 관계자는 "고덕신도시 계획이 알려지면서 일부 아파트들의 가격이 1억원 이상 오른 것은 맞다"면서도 "현재 평택에 분양하는 아파트의 경우 대부분 '미래 프리미엄'을 염두에 두고 가격을 책정하고 있는데 향후 큰 폭으로 오를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비전동에 위치한 효성 '백년가약'(2012년 입주)의 경우 분양 당시 3.3㎡당 분양가가 700만원대였지만 현재는 900만원대에 육박하고 있다. 즉 고덕신도시 '프리미엄'을 반영해도 1000만원이 넘기 힘들다는 반증이다.  

실제 지난해 평택에 분양한 단지들은 평균 900만원대 가격을 책정했는데 현재는 일부 단지에서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고덕신도시의 분양가 적정성에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다. 

평택에서 분양을 준비하고 있는 건설사와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올해 고덕신도시에서 공급 예정인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1100만원대 중반 정도로 점쳐지고 있다.

최근 분양에 들어간 '고덕 동양 파라곤'의 경우도 84㎡ 기준 1177만원 수준인데, 현지에서는 "너무 비싸다"는 얘기를 쉽게 들을 수 있다.

지난해 청약열기가 뜨거웠던 남동탄이 최근에서야 3.3㎡당 1100만원대 분양가에 진입한 것과 비교하면 고덕신도시의 가치는 더욱 떨어진다. 

동탄2신도시 반석동 K중개업소 관계자는 "남동탄의 경우에도 1100만원대 분양가는 이르다는 의견이 나오는 상황에서 신도시라고는 하지만 (고덕의) 가격이 너무 높다"며 "첫 분양성적이 향후 고덕신도시의 흥행 여부를 결정지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평택 동삭동 N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해 평택 분양 당시 인근 거주민들은 900만원대 분양에 등을 돌렸다"며 "고덕신도시는 이보다 200만원 정도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평택 내 미분양 아파트가 소진된 이후에나 찾는 사람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 고덕신도시에 전국의 투기꾼들이 몰려들고 있다. 이에 대해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일시적인 눈속임에 불과하기 때문에 신중한 자세로 시장을 바라볼 것을 조언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일 분양한 '고덕 동양 파라곤' 견본주택 인근의 이동식 중개업소.

그러나 한 번 오른 분양가는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고 있다. 11·3 대책의 미적용 지역인데다 고덕신도시라는 좋은 '먹잇감'을 찾아 전국의 업자들이 고덕신도시로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비전동 P중개업소 관계자는 "11·3 대책을 적용받는 지역의 경우 사실상 전매제한이 금지된 상황에서 고덕신도시는 투기세력꾼에게 좋은 먹잇감"이라며 "실질적인 주거가치와 상관없이 일단 호가를 높게 불러보자는 업자들이 많다고 들었다"고 귀띔했다. 

이어 "벌써부터 업자들끼리 분양권 프리미엄을 3000만원에 형성하기로 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며 "올해 분양시장 침체가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고덕신도시의 신기루 현상을 꿰뚫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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