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정광성 기자]국민의당이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룰을 놓고 안철수 전 대표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간에 벼랑 끝 대치를 벌이고 있다. 

국민의당은 8일까지 대선후보들 간에 경선룰 합의를 마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안 전 대표와 손 전 대표간의 갈등이 극심해 지면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안 전 대표 측과 손 전 대표 측이 현장투표와 여론조사 등 핵심쟁점을 놓고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손 전 대표가 주장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경선 불참까지 불사하며 배수진을 쳤고 안 전 대표도 물러서지 않으며 대치가 격화하고 있다.

안 전 대표 측은 ‘합리적인 방안으로 서로 협의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며 선거인 명부 없는 투표는 존재 할 수 없다며 선거인 명부가 있는 상황에서 현장 투표를 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안 전 대표 측의 이러한 주장은 손 전 대표 측이 주장하는 선거인단 없는 현장투표를 거부하고 경선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에 대해 손 전 대표 측은 애초 합의한 오픈 프라이머리(개방형 완전국민경선제) 방침을 뒤엎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손 전 대표 측 김유정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제 와서 다시 선관위 위탁을 내세워 현장투표에 흠집을 내려는 시도를 계속하는 것은 결국 현장투표 없이 여론조사로만 경선을 실시하겠다는 속내가 아닌지 의심할 수 밖에 없다"며 반발했다.

김 대변인은 또 "당을 사당화하는 경선 불공정행위가 국민의당 안에서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전날 충북도당여성위원회 발대식에 안 전 대표의 부인인 김미경 교수가 참석한 것 등을 문제 삼았다.

이에 당 선관위는 핵심쟁점인 현장투표에 대해 중복·대리투표 및 외부 해킹 방지 방안에 대한 기술적 보고를 받는 동시에 각 후보자 측 대리인과 협의를 계속하면서 룰 접점 찾기를 모색하고 있다.

대선후보 경선룰로 인해 갈등이 심화되자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9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내일 탄핵선고가 인용됐을 때 우리당은 아직도 룰도 합의하지 못하느냐는 비판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며 "거기에 굉장히 부담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어 박 대표는 안 전 대표 측이 전날 당 중재안을 반영한 수정제안을 내놓은 것에 대해 "상당히 진전된 안, 굉장히 큰 양보"라고 평가하면서 "손학규 전 대표 측에서 반대 의사를 즉각 표명한 것에 대해 제가 뭐라 할 수는 없지만 좀 성급했지 않는가"라고 지적했다.

   
▲ 국민의당 대선후보 경선룰에 관해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의 팽팽한 기싸움이 계속 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9일 오후 6시 경선의 1차 선거인단 모집이 종료되는 더불어민주당에서도 경선 룰 협상을 두고 후보간의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대선 경선 2차 선거인단 모집 기간을 탄핵심판 후 7일로 권고하기로 의결한 상태다. 이 경우 2차 선거인단 모집은 17일까지 이뤄진다.

이에 대해 문재인 전 대표 측은 당과 다른 후보들의 조율 결과를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당 지지율 2위로 달리고 있는 안희정 충남지사 측은 2차 선거인의 모집 기간을 늘려달라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안 지사 측은 8일 논평을 통해 "국민의 참여열기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며 "당 최고위원회에서 2차 선거인단 모집기간을 7일간으로 권고 의결한 것은 국민의 선거인단 참여 열기를 떨어뜨릴 뿐이다"고 말했다.

논평에는 "최대한 많은 국민이 참여하는 열띤 분위기 속에서 당내 경선이 진행되어야 본선에서 확실한 정권교체를 보장할 수 있다"며 "후보 대리인도 경선 흥행을 위해서는 최대한 기간을 연장해야한다는데 의견일치를 보았다. 후보 대리인들 사이에 이견이 없는데도 최고위원회가 일방적으로 권고 의결한 것은 적절하지 않고, 기존의 관행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가 선거인단 모집기간을 단축하기로 한 것은 200만명 이상으로 수가 늘어날 경우 문 전 대표 측의 세몰이가 약해질 수 있다는 해석이 있기때문이다. 이때문에 기존에 결정된 모집기간이 문 전 대표 측에게 유리할 게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재명 성남시장 측도 당의 결정에 불만을 쏟아내며 2차 선거인단 모집 기간을 늘려 줄 것을 요구하며 안 지사 측과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들도 경선 룰 협상을 두고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민주당은 탄핵이 인용 될 경우 19일부터 이틀간 본경선 후보자 등록을 받고 20일에 본경선 주자들이 정해진다. 22일에는 전국 250곳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전국동시투표가 치러진다.

25일부터 이틀간 호남 지역을 시작으로 충청(27∼28일), 영남(29∼30일), 수도권·강원제주(31일∼4월1일) 지역의 당원과 일반 국민을 상대로 ARS 투표가 진행된다.

4월 3일에 누적 기준 과반을 득표한 후보자가 나오면 경선은 마무리된다. 그러나 과반 득표 후보가 나오지 않으면 결선 투표를 치러야 한다. 4월 4일부터 나흘간 1, 2위 후보를 두고 ARS, 인터넷, 투표소 투표를 치르고 8일에 전국대의원 현장 투표로 민주당 대선 후보를 가린다.
[미디어펜=정광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