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뇌물혐의' 입증 분수령
수사 장기화에 불확실성 가중…"기업활동 제약"
[미디어펜=김세헌기자]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에 출석하면서 재계도 잔뜩 긴장하고 있다.

   
▲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비선 실세' 최순실 관련 재판들이 집중 심리를 이어가는 가운데 핵심 쟁점인 뇌물 및 강요 혐의 여부가 이날 박근혜 전 대통령 소환조사를 기점으로 일대 분수령을 맞이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앞서 검찰은 박근혜 전 대통령 대면조사를 마치고 최순실씨의 혐의 가운데 삼성그룹으로부터 받은 돈이 뇌물인지 아니면 강요로 압박해 걷어낸 돈인지 가려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재계 안팎에서는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인용 이후 이재용 부회장을 총수로 두고 있는 삼성그룹 이외에 대기업 전반에 대한 검찰 수사의 강도가 다소 무뎌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현재는 이와 대조적인 기류가 흐르고 있는 만큼 긴장을 끈을 바짝 조이고 있는 모양새다.

이날 법조계와 재계에 따르면 박근혜 전 대통령 소환을 기점으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등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연루 대기업 총수와 고위 임원들에 대한 검찰의 사정은 정점을 향하고 있다. 

21일에는 김창근 전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김인회 KT 비서실장 등이 주요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황창규 KT 회장 증인신문도 예정돼 있었지만, 법원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바 있다.

대기업 고위 임원들이 대거 증인으로 나오는 만큼 강요와 뇌물 혐의를 둘러싼 검찰과 증인들 간 대립도 예측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삼성그룹과 같이 앞으로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될 가능성이 있어 답변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어서다.

김창근 전 의장은 지난 16일 검찰에 소환돼 청와대와 SK그룹 간 '부당 거래' 의혹 관련 조사를 받았는데, 검찰은 SK그룹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111억원을 대가성 있는 뇌물로 의심하고 있다.

포스코와 KT의 경우는 뇌물 수사 대상에서 제외돼 있으나, 최근 검찰 수사에 기업들이 몸을 사리는 만큼 두 재단에 출연금을 낸 경위에 대한 증언은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검찰은 이번 수사의 최대 고비가 될 박근혜 전 대통령의 소환조사 이후 최태원 회장의 신병처리 및 기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어서 SK그룹과 재계의 이목이 집중시키고 있다.

   
▲ 검찰이 최근 SK그룹을 시작으로 대기업 뇌물 수사 재개를 본격화하자 관련 대기업에서는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검찰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를 밝히는 차원에서 지난 18일 최태원 회장을 불러 13시간이 넘는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인 바 있다.

검찰은 최태원 회장이 2015년 광복절 특별사면, CJ헬로비전 인수·합병 등 여러 경영 현안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도움을 받는 대가로 미르·K스포츠재단에 111억원의 거액을 출연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앞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삼성그룹이 미르·K재단에 출연한 204억원을 '제3자 뇌물'로 규정한 바 있는데 같은 맥락에서 SK그룹과 롯데그룹의 두 재단 출연금도 제3자 뇌물로 볼 가능성을 검토 중인 것이로 풀이된다.

검찰은 또 최순실씨가 운영과 설립에 깊숙이 개입한 K스포츠재단·비덱스포츠(코레스포츠의 후신)가 SK그룹과 80억원의 별도 지원 문제를 성사 직전 단계까지 논의한 사실에도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지급 방식 등 세부 조율 과정에서 최종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SK그룹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80억원을 지원하는 큰 틀의 의사 결정을 내리고 구체적인 협의에 들어간 점에 집중하고 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SK그룹이 재계 차원에서 53개 대기업이 동시에 참여한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외에 박 전 대통령이나 최순실씨 측에 돈을 건넨 적은 없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례와는 달리 볼 측면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런 가운에 재계에서는 탄핵 정국 동안 대기업에 대한 국민 반감이 더 커졌는데 박근혜 전 대통령 소환 이후 이런 분위기가 더욱 악화할 수 있다는 점도 걱정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경제 정책 공백' 상태가 이어지면서 경제 관련 이슈가 국정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는데다, 대기업에 대한 검찰 수사 압박이 거세지면 그룹 현안 결정 등 경영활동에 제약이 따를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한미 FTA 재협상 등 각종 이슈가 불거지고 있는데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있어 어려운데, 대기업에 대한 검찰의 사정이 가속화하고 있는 이런 상황이 앞으로 더 계속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불안해 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