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은행사를 하는 것처럼 소비자들 오인...1mm 고지 '부정한 수단을 통한 개인정보 동의'
   
▲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지난 2016년 1월 1심 무죄 판단이 난 이후 "판사님은 이 글씨가 정말 보이십니까"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실제 1mm 크기 글자로 배포해 항의했다./사진=참여연대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1㎜'의 깨알 같은 글씨로 개인정보 제공 동의를 받고 이를 보험사 등에 판매해 수익을 챙긴 홈플러스와 전·현직 임원들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한 원심이 파기환송됐다.

7일 대법원 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경품행사 등을 통해 입수한 연락처 등 고객 개인정보 2400여만건을 건당 80원에 불법 판매한 혐의(개인정보보호법 위반)로 기소된 홈플러스와 도성환 전 사장 등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통상적으로 경품행사엔 성명과 연락처만 쓰면 됐지만 홈플러스는 생년월일과 자녀 수, 부모 동거 여부까지 적도록 요구했다. 검찰은 이 같은 혐의로 홈플러스 법인에 벌금 7500만원과 추징금 231억7000만원을, 도 전 사장에게는 징역 2년을 구형했다.

그러나 2016년 1월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부상준 부장판사)는 무죄를 선고했다. 홈플러스가 개인정보보호법에서 요구하는 개인정보 제3자 유상고지 의무를 다했고, 고객들도 자신의 개인정보가 보험회사 영업에 사용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제공한 것으로 판단했다. 

2016년 7월 2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부(부장판사 장일혁)도 무죄를 선고했다. 장일혁 판사는 "응모권 뒷면에 '보험사에 개인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내용이 들어간 1㎜ 정도 글자 크기는 현행 복권이나 의약품 사용설명서 등의 약관에서도 통용되고 있고 실제 정보 제공에 동의하지 않은 응모자도 상당히 있었다. 응모자들이 충분히 읽을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대법원은 유죄라고 판단해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그러나 대법원은 "피고인들이 이 사건 광고 및 경품행사의 주된 목적을 숨긴 채 사은행사를 하는 것처럼 소비자들을 오인하게 한 다음 경품행사와는 무관한 고객들의 개인정보까지 수집해 이를 제삼자에게 제공했다"고 밝혔다다.

이어 "이는 (법이 금지한)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수단이나 방법으로 개인정보를 취득하거나 개인정보 처리에 관한 동의를 받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개인정보 활용 고지사항 글자 크기가 1㎜에 불과한 점 역시 사회 통념상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정한 수단을 통한 개인정보 동의'라고 말했다.

대법원은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로부터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고자 하는 개인정보 보호법의 입법목적을 충분히 고려했다"며 "향후 소비자 보호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이와 함께 공정거래위원회가 홈플러스에 부과한 4억3500만원의 과징금 역시 취소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홈플러스가 응모자 개인정보가 보험사에 제공되는 사실을 명확히 알리지 않는 등 기만적 광고를 했다며 2015년 4월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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