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로 정치목적 세월X 제작, 거짓의 역사화 언론 참회 급선무
   
▲ 조동근 명지대 교수

세월호가 인양됐다.

세월호 인양의 의미를 굳이 찾는다면 침몰 원인을 과학적으로 밝힐 수 있다는 것이다. 세월호 침몰을 둘러싸고 가장 뜨겁게 달궈진 의혹은 '잠수함 충돌설'이었다.

2014년 침몰 직후에도 잠수함과 충돌했다는 말이 나왔지만 그리 오래 가진 않았다. 그동안 잠잠하던 잠수함 충돌설이 작년 말에 재차 확산되었다. '자로'라는 이름의 네티즌이 8시간 49분짜리 동영상을 통해 "레이더 영상 등을 보면 세월호가 좌현 밑바닥 쪽이 잠수함 등과 충돌해 침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 의혹이 급속도로 퍼진 것이 계기가 됐다.

급기야 작년 12월 25일 JTBC는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를 통해 '세월X' 제작자인 자로의 인터뷰와 세월X의 일부 내용을 방송했다. 자로의 조사에 자문을 한 김관묵 이화여대 나노과학부 교수는 "괴물체가 레이더에 잡히려면 쇠붙이 물체여야 하고 상당한 크기였을 것"이라며 "선박 정도 되는 것이다. 사실 잠수함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자로는 세월X를 제작하게 된 동기에 대해 "더 강력한 세월호 특조위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자로는 진실규명이 아닌 특정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세월X를 제작한 것이다.

잠수함 충돌설이 재차 확산되자 정부는 강하게 차단했다. 국방부는 "사고 지점인 맹골수로는 조류가 빠른 데다 어선의 이동이 잦아 잠수함이 다닐 수 없는 해역"이라며 "해군전술정보처리체계(KNTDS) 기록에도 당시 세월호에 접근한 다른 접촉물이 없다"고 설명했다.

   
▲ 세월호가 인양됐다. 자로와 이대 김모교수등은 잠수함충돌설등의 의혹을 제기했다. 국방부는 터무니없는 유언비어라고 비판했다. 자로는 세월호특조위를 확대시키려는 정치적 목적으로 잠수함충돌설을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 JTBC는 억측에 불과한 자로의 이야기를 장황하게 보도했다. 세월호와 천성산 인천공항 한미FTA 등에서 언론의 무책임한 유언비어와 아니면 말고식의 의혹제기가 심각했다. 언론의 통렬한 자기반성이 필요하다. /연합뉴스


그럼에도 잠수함 충돌설은 가라앉지 않았다. 인양된 세월호에서 찢긴 자국이나 구멍, 충돌로 인한 함몰 부위 등이 발견되지 않고서야 비로소 잠수함 충돌설은 근거 없는 낭설이 됐다.

상식적인 판단으로도 또한 군 당국의 납득할 만한 설명이 있었음에도 잠수함 충돌설을 꾸준히 제기한 것은 분명 국익에 치명적 손해를 끼치는 범죄행위이다. 잠수함 충돌설은 우리 군을 모독하는 것이다. 군이 민간인을 살해한 셈이기 때문이다.

잠수함의 국적이 미국으로 둔갑할 수도 있다. 또한 간과해서 안 될 대목은 잠수함 충돌설이 재(再)점화된 시점이다. 탄핵정국에 올라타 파급효과를 극대화하려 했다.

심각한 문제는 아니면 말고식의 언론 관행과 행태이다. 잠수함 충돌설을 주장한 자로는 자신의 페이스 북에 "세월호를 똑바로 세워 좌현을 보고 싶다"는 말을 남긴 뒤 침묵하고 있다. 김관모 교수도 "잠수함이라고 할 수 없는 거죠. 현재로서는... 흔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게 확실하지 않으니까"라고 말을 흐렸다. 현재로서는 이란 단서는 앞으론 모르겠다는 것이다.

나노학부 교수가 해상사고 전문가는 아닐 것이다. 잠수함 충돌설을 방영한 방송국도 말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자로와 김관모 교수 그리고 방송국은 말꼬리를 내리고 침묵하는 것으로 면죄부가 주어진 것이다.

2014년 세월호 침몰 당시 상황으로 돌아가 보자. "선내 에어포켓이 있으면 다이빙 벨로 구조하면 된다"는 일부 주장을 언론이 경쟁적으로 내보내며 거짓 희망을 촉발했다. 문제는 에어포켓의 존재 가능성이 아니라 다이빙 벨에 대한 과신이었다.

전문가라면 다이빙 벨이 강한 조류에 무력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숨긴 채 실종자 가족의 정서에 편승하는 보도로 일관했다. JTBC는 다이빙 벨 왜곡보도를 통해 희생자 가족의 분노를 무한대로 촉발시켰다. 사실보도라는 취재윤리는 이미 방기되었다.

세월호 침몰을 둘러싼 왜곡된 보도는 한국사회를 병들게 했다. 아마추어가 전문가를 압도하고 진영논리가 거짓을 권력화했다. 그리고 정파성이 한국사회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세월호 인명 피해와 아무 관련 없는 '세월호 7시간'이 왜 탄핵사유여야 하는지, 마땅한 비정치적 논거는 없다.

문제의 본질을 따진다면, "부도난 세모그룹이 어떻게 재기를 했는지 그 과정에서 정치인의 도움은 없었는지, 그리고 폐 선박을 수입해 여객선으로 불법 개조하는 데 위법은 없었는지"를 조사했어야 했다.

유언비어가 이 땅에 창궐하는 이유는 허위 사실이나 유언비어를 퍼뜨렸을 때 형사 처벌은 개인 명예가 훼손됐을 때만 가능해 처벌의 공백이 있기 때문이다. 허위 사실을 명예훼손죄로 다스릴 수는 없다. 거짓의 역사화를 차단하려면 언론의 환골탈태하는 처절한 자기반성이 요구된다.

최소한 공중파 공영방송은 편견과 당파성을 전문가라는 이름을 빌려 국민을 호도한 주제를 잡아 백서를 작성하거나 진실위원’를 구성해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광우병 파동, 한미FTA 반대, 영종도 공항 반대, 도롱뇽사건 등이 그 사례다.

광우병 파동은 '뇌송송 구멍 탁'이, 한미 FTA를 체결하면 한국경제가 미국에 예속된다는 '예속화론'이, 영종도 공항은 '지반 침하설'이, 천성산 터널 공사는 '도롱뇽 집단폐사설'이 괴담이었다. 괴담에 흔들리고 거짓에 관대한 사회를 정상국가로 볼 수 없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이 글은 하이에크소사이어티홈페이지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미디어펜=편집국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