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KB지주 계열사인 KB증권이 그간 라이벌로 손꼽히던 신한‧하나 등에 월등한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금융투자업계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증권업계 새로운 강자로 부상함은 물론 ‘비은행 자회사의 반란’을 일으킬 조짐마저 보인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지난 1분기 1088억원의 순익을 달성했다고 공시했다. 작년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의 합병으로 탄생한 KB증권이 대형 증권사로서 업계 판도를 바꿀 것이라는 전망은 이미 우세한 터였다. 이번에 발표된 작년 1분기 실적은 그 전망이 실제 숫자로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 윤종규 KB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은 매년 신년사마다 '비은행 계열사 비중 제고'를 역설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KB증권은 국내 대표적인 은행계열 지주회사인 KB지주의 계열사(자회사)다. 국내 은행 지주사들은 대부분 은행 수익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매년 초마다 ‘수익 다변화’를 목표로 삼는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신년사 단골메뉴가 바로 ‘비은행권 수익 제고’이기도 하다. 

증권이든 보험이든 은행이 아닌 계열사의 비중을 높이겠다는 복안이지만, 국내 금융권에선 은행의 존재감이 워낙 큰 상황이라 현실이 쉽사리 변하지는 않고 있다.

이번 KB증권의 분기 실적은 비은행 자회사로서 눈에 띄게 훌륭한 실적을 기록했다는 데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번 실적으로 KB증권이 KB금융지주의 전체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기여도는 작년 약 3% 수준에서 올해 1분기 7.3%로 2배 이상 커졌다. 

KB증권의 존재감 확대는 신한금융지주 산하의 신한금융투자가 여전히 4%대, 하나금융지주 산하의 하나금융투자가 3%에 머무르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KB증권은 순익 면에서도 신한보다는 약 1.5배, 하나보다는 약 4배 이상의 성과를 내며 격차를 벌렸다.

이번 KB증권의 선전은 은행-증권의 협업체제 공고화, 수익 포트폴리오 다각화 등이 주효한 결과로 분석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증권 인수 시너지가 발생해 KB증권 자산관리(WM) 부문 자산이 1년 만에 30% 이상 확대됐다”면서 “기업투자금융(CIB) 부문의 협업 수익도 작년 대비 180% 이상 커졌다”고 말했다.

이미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종합금융투자회사로 거듭난 KB증권은 이제 막이 오른 초대형 투자은행(IB) 경쟁에서도 유리한 입지를 점유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지적이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그동안 KB증권이 은행지주계열 증권사끼리 경쟁을 해왔다면, 앞으로는 업계 전체의 경쟁에서 두각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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