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포용책으로 인한 '한미관계' 주의깊게 보도
[미디어펜=백지현 기자]미국 현지 유력 언론들은 9일 실시된 한국 19대 대통령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당선된 사실을 비중 있게 보도하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 문재인 대통령 당선인이 9일 밤 서울 세종로공원에서 열린 시민들과 함께하는 개표방송에서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특히 문재인 정부의 대북 포용책으로 한미 관계가 어려워 질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문재인 당선인이 한국이 북한에 대해 더욱 유화적인 접근법을 취한다면, 강도 높은 대북 압박을 이어가고 있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충돌이 불거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아울러 전임 박근혜 정부와 미군이 합의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국 배치 문제를 둘러싸고도 복잡해질 수 있다는 시각을 드러냈다.

그동안 문재인 후보 진영의 대북관에 대해 비판적 논조를 보였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더 가까운 대북관계 옹호자가 승리했다'(South Korean Advocate for Closer Ties With North Wins Election)이라는 제목의 온라인판 톱기사를 실었다.

WSJ은 서울과 워싱턴 사이의 마찰(friction)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 "전임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극적인 변화가 예상된다"고 전했다.

WSJ은 특히 지난 1월 출간된 저서에서 한국이 "미국에 '노(no)'라고 할 줄 알아야 한다"고 밝힌 사실을 언급하면서 "한국이 미국의 대북 공조에서 이탈할 가능성도 있다"고도 주장했다.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서울발 기사를 통해 "문재인 후보의 당선은 북핵 이슈로 대치 중인 (한반도의) 지정학을 뒤흔들 수 있다"면서 "전임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대북 정책과는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는 남북 대화와 이산가족 상봉, 경제교류 재개 등을 추구할 수 있다"면서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핵심 동맹국이 대북 화해정책을 추구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워싱턴포스트(WP)도 한미 관계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관측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에 대한 압박과 제재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문재인 당선인은 북한에 대한 포용정책 재개를 원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미국 CNN방송은 문재인 정부가 남북 대화 재개를 추진하고 미군의 한반도 사드배치에 도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관측했다. 이는 박근혜 정부의 강경 보수 정책과는 상반된 것으로 한국의 기존 대북정책을 흔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미 언론에선 '달빛정책'(Moonshine)이 펼쳐질 것이라는 표현도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문재인 당선인의 성(姓.Moon)에 빗대 과거 햇볕정책을 계승하지 않겠느냐는 의미다. 문재인 정부의 달빛정책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과는 달리 더 현실적인 성격을 띄게 될 것이란 평가다.

한국특파원을 지낸 영국 언론인 마이클 브린은 '한국, 달빛정책의 시대에 접어들다'라는 제목의 WSJ 기고문에서 "과거 김대중 대통령을 미국의 대북 정책을 방해하는 존재로만 여겼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잘못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해 문재인 당선인과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WSJ은 문재인 대통령이 재벌을 상대로 대대적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고 전하며 문재인 대통령의 재별개혁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 

시사주간지 타임도 "한국에서 부의 55%를 차지하지만 고용은 5%밖에 담당하지 않는 재벌을 개혁하고자 하는 의지가 확고하다"면서 "81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한 공약도 지켜볼 일"이라고 전했다. 

한편, 멕시코 일간 엑셀시오르와 엘 솔 데 메히코는 방송 3사의 출구 조사 결과를 인용해 문재인 후보의 당선 소식에 관심을 가졌다.

허핑턴 포스트 멕시코는 문재인의 대선 승리로 한국은 10년 만에 정권 교체를 이뤘다고 언급하면서 이번 대선이 북한과의 관계에서 중요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새 대통령은 앞으로 경제위기·불평등·실업문제 등의 과제를 풀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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