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영진 기자] 유통담당을 맡기 이전부터 신세계백화점 본점을 고객 입장에서 자주 다녔습니다. 신관을 오픈하면서 다녔으니 나름 꽤 오래전 기억들도 남아 있습니다. 넓은 쇼핑 공간에 사람들도 많지 않아 조용하게 쇼핑 다니기 좋았습니다. 

그런데 신세계백화점 본점을 지날 때마다 한 아이스크림 가게가 계속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 가게는 경리단길이나 가로수길 등 로드샵에서 인기를 끌어 백화점에 입점한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백화점 내에서도 줄을 서서 먹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지도 못합니다. 이 가게를 알리기 위한 마케팅도 거의 없고 공격적으로 매장을 확장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조용히 가게를 운영할 뿐입니다. 매출도 많이 나올 거 같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이 가게는 몇 년째 조용히 신세계백화점 본점 내에 한 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마치 부모 잘 만난 자식들이 공부 대충하는 거처럼 보였습니다. 저에게는 '수상한' 아이스크림 가게였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일반 개인 사업자가 백화점에 입점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많은 검증도 거쳐야 하고 입점한 이후에도 매출이 부진하면 가차 없이 철수해야 합니다. 백화점 MD개편은 수시로 이뤄집니다. 

몇 년 전 갤러리아백화점이나 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 등은 식품관을 리뉴얼하면서 가로수길이나 경리단길 맛집을 비롯해 전국을 누비며 맛집들을 백화점에 입점 시키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쳤습니다. 물론 이런 경쟁은 현재도 진행중입니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2014년 본점 식품관을 대대적으로 리뉴얼하면서 변신을 꾀했습니다. 이런 평지풍파 속에서도 이 가게는 백화점 한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습니다. 

바로 '크레마디몬타냐(이하 몬타냐)'라는 아이스크림 가게입니다. 이 가게는 신세계백화점 본점 베키아에누보 옆에서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 아이스크림 브랜드에는 이태리 냄새가 나기는 하지만 국내 브랜드라고 합니다. 이 브랜드의 실소유주가 누구인지 궁금해 아이스크림을 사먹으며 영수증도 확인해 봤고 여러 검색을 통해 알아보려 했습니다. 하지만 실패했습니다. 이 가게 본점 주소지는 신세계백화점 본점으로 돼 있었고 영수증에도 장재영 신세계백화점 대표로 찍혀 있었습니다. 

현대백화점에 입점한 '밀탑' 영수증에는 밀탑의 실소유주가 찍히고, 롯데백화점 본점 '마가렛트' 영수증에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에 있는 서미경씨가 운영하는 유기개발이라고 찍히는 것과 비교됩니다. 

신세계 측은 수수료 매장의 경우 영수증에 백화점으로 찍히고, 임대 매장인 경우 실소유주로 찍힌다고 하는데, 신세계백화점 영수증을 보면서 실소유주로 찍히는 경우는 거의 못 봤습니다. 

이 '몬타냐' 아이스크림 가게를 처음 본 것은 식품관 리모델링 이전부터였습니다. 당시에도 백화점 지하 식품관 에스컬레이터 바로 옆에 위치해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에스컬레이터 근처는 백화점에서 명당자리로 꼽히죠. 

그렇다고 이 가게가 맛집으로 소문이 나면서 고객들이 줄을 서는 것도 아닙니다. SNS를 뒤져봐도 이 가게에 대한 고객들의 열광적인 인증샷이 올라온 것도 아닙니다. 현대백화점이 밀탑을 입점시키면서 큰 시너지를 냈고 남양유업이 백미당 아이스크림을 내며 큰 인기를 얻어 매장을 확대한 것과 크게 비교가 됩니다.  

이 낯선 아이스크림 가게가 왜 신세계백화점에 '안정적으로' 입점해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신세계 측의 답변은 과거 본점 식품관에 레드망고라는 아이스크림 가게가 있었는데 그 사장님과 관계가 좋아 그 사장님이 신규 브랜드를 런칭하면서 입점하게 됐다는 것입니다. 당시에도 회현역 나가는 길에 있었던 레드망고는 그렇게 큰 인기는 없었던 기억이 납니다. 또 관계가 좋으면 매출에 상관없이 모든 가게들이 백화점에서 장수 영업을 할 수 있나요.

신세계 계열에는 신세계푸드에서 '오슬로'라는 아이스크림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이 가게는 최근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도 매장을 냈다고 합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롯데백화점 본점 매출을 넘볼 정도로 매출이 잘 나오는 곳이죠. 

물론 이런 저의 의구심이 오해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글을 쓰기 전, 여러 백화점 MD들에게 문의를 해봤습니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냄새가 난다'였습니다. 신세계 측은 이 매장이 매출이 잘 나오고 인기가 많은 곳이라고 대답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가게의 실소유주와 매출, 수수료 등도 공개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 이전까지 저는 이 가게를 수상하게 볼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