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소액‧장기연체 채무 소각' 실무 검토 돌입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금융당국이 문재인 대통령의 ‘소액‧장기연체 채무 소각’ 공약 추진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에 돌입하면서 이에 대한 금융권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금융당국이 문재인 대통령의 ‘소액‧장기연체 채무 소각’ 공약 추진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에 돌입하면서 이에 대한 금융권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경제 전문가들은 저소득층에게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준다는 정책취지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무조건 빚을 탕감해주기 보다 빚을 갚을 수 있는 근본적인 여건을 마련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2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최근 문 대통령의 ‘소액‧장기연체 채무 소각’ 공약을 추진하기 위한 본격적인 실무 검토 작업에 돌입했다. 공약이행에 따른 재원 조달과 도덕적 해이 등 부작용을 막기 위한 여러 방안들이 논의 테이블에 오를 전망이다.

소액‧장기연체 채무 탕감은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가계부채 해법으로 내놓은 공약이다. 국민행복기금이 보유한 10년 이상 연체, 1000만원 이하 채권을 소각하는 게 주요 골자다. 공약이 실현될 경우 총 채무 1조9000억원이 탕감되고, 43만7000명의 신용이 회복될 것으로 추산된다.

역대 정부에서 ‘빚을 감면해주겠다’는 공약은 단골메뉴로 등장했었다. 하지만 이번처럼 ‘전액 빚을 탕감해주겠다’는 사례는 전례가 없어 경제 전문가들은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게 중론이다.

다만 소득층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준다는 측면에선 대체적으로  공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10년 이상 부채는 상환 불능한 상태이기 때문에 경제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탕감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가 획일적으로 빚을 탕감해 주는 방법에 대해 도덕적 해이나 형평성 문제가 제기 될 수 있어 이 같은 부작용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10년 이상 빚을 갚지 못한 연체자라면 이미 경제활동은 거의 어렵다고 봐야 한다”면서 “이 같은 환경에 처한 저소득층에게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 주기 위해 정책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공약이 빛을 보기 위해서는 제도운영에 있어 세부요건이 잘 정비돼야 한다”며 “무조건 빚을 탕감해주는 것이 아니라, 가령 10년 동안 빚을 갚아온 의지를 보인 채무자 또는 소득증빙 등 심사기준을 엄격히 정해야 도덕적 해이를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필상 서울대 초빙교수는 “단순한 채무 탕감을 넘어서 서민들이 자립할 수 있는, 근본적인 상환능력을 길러주는 방향으로 정책이 시행돼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일자리 사업과 연계해 빚을 갚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