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소통강화 시스템 구축 절실
변수 확대 정부와 기업 협업 필요한 상황
[미디어펜=조한진 기자]문재인 정부와 재계의 불안한 ‘허니문’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기업에 대대적인 혁신과 개혁을 주문하고 있지만 정부가 무서운 기업은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고 숨을 죽이는 상황이다.

특히 재계는 정부와 소통의 창구가 막혔다며 답답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일 정부가 발표한 ‘일자리 100계획’에서도 기업들의 목소리는 반영되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일자리 100일 계획'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한국경영자총연합회가 비정규직과 관련한 기업들의 입장을 대변했다가 정부와 청와대로부터 꾸지람(?)을 들었다. 여기에 경제단체들이 정부의 정책을 반박하는 자료를 만들었다는 오해가 불거지면서 재계의 입지는 더욱 위축되고 있다. ‘말 한마디 잘못하면 찍힐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문제는 정부와 재계의 골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개혁에 대한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재계는 몸을 사리는데 급급하다.

일부 기업들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일과 가정의 양립’ 제도 등을 강화하며 정부 정책에 보조를 맞추는 모습이다. 그러나 ‘경제민주화’ 재벌개혁‘ ’고용확대‘ 등 중요 사안과 관련해서는 정부와 재계의 시각차는 여전히 뚜렷하다.

정부와 기업들이 계속 평행선을 달릴 경우 우리 경제 전반이 침체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대응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정부와 기업의 갈등은 서로에게 좋지 않다.

정부는 스타트업(신생벤처기업)과 중소기업 육성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들 만으로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대규모 투자와 인프라 구축을 위해서는 대기업과 재계의 역할이 필요하다.

그러나 대기업들은 최근 상황을 주시하며 안전경영에 더 집중하는 모습이다. 불확실성이 사그라지지 않으면서 섣불리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기업관련 정책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상황에서 곳간 열기를 주저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경제 강대국들은 정부와 기업의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부터 정보기술(IT) 최고경영자들(CEO)들을 한자리에 불러 놓고 의견을 나웠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신임 대통령 역시 취임 9일 만에 경제단체, 노조단체와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정부와 기업’ ‘기업과 노동자’가 ‘윈-윈’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방안으로 읽힌다.

   
▲ /사진=연합뉴스

우리 정부는 가능한 빠른 시간 내에 많은 것을 바꾸겠다며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급하게 서두르면 탈이 날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는 기업들에게 이미 정해진 틀이 있으니 그 속으로 빨리 들어오라는 듯한 제스쳐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수십년 넘게 이어진 시스템을 단기간에 바꾸기는 쉽지 않다. 점진적인 개선과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기류가 심상치 않다. 북한의 잇단 미사일 발사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중국 ‘G2’의 힘겨루기에 우리가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시장 흐름에 대응하지 못하면 기업의 경쟁력은 순식간에 나락을 떨어질 수도 있다. ‘MADE IN KOREA’의 영향력이 반감되면 결국 국가 경쟁력도 훼손될 밖에 없다. ‘위기는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 갈등을 풀고, 대한민국의 브랜드 가치를 더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의 긴밀한 소통과 협업이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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