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원망을 신뢰와 자부심으로…모두가 김연아·박세리의 꿈은 꾼다
장기화되는 불황 속에 가족과 사회에서 소외되고 심지어 자기자신을 버리기까지 하는 노숙인들은 심리적·경제적인 면에서 누구보다 힘겨운 삶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알코올 의존증·우울증으로 건강을 해치는 이는 물론이고 사업 실패로 생계를 꾸리지 못해 거리로 나앉은 이, 실패 후 대인기피증에 누구와도 관계를 맺지 못하는 이 등 사회적으로 고립된 노숙인은 무수히 많습니다. 이에 미디어펜은 재기에 성공해 반전의 삶을 살고 있는 노숙인들의 사례와 이들의 걱정을 덜어준 정부·지자체 지원정책을 상세히 소개하는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노숙인들이 혼자가 아닌 더불어 사는 사회를 통해 밝은 미래를 바라보며 자립의 의지를 다짐으로써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편집자주]

[미디어펜 연중기획-아름다운 동행]- "더불어 사는 세상 함께 만들어요"

[노숙인③]-조세현 작가가 노숙자들에게 사진 가르치는 이유

[미디어펜=김규태 기자]"첫주, 둘째주 시간이 지나다 보면 자신감을 갖고 점차 사진을 찍는 영역이 넓어집니다. 급기야는 완전히 새로운 걸 찍어와요. 이에 대해 물으면 '그러게요, 저도 못 봤는데 보이더라고요'라고 답합니다. 교육하는 첫 날엔 보이지 않지만 결국 사진을 통해 자기의 아름다움과 자존감을 찾아갑니다."

입양아·장애인·이주여성 등 소외된 취약계층과 관련해 18년째 활발한 사진활동을 벌이고 있는 조세현 작가(59·중앙대 석좌교수)는 노숙인들에게 사진을 가르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피력했다.

조세현 작가는 지난 2012년 9월 사단법인 '조세현의희망프레임'을 설립한 후, 서울시를 필두로 하여 삼성꿈장학재단·코카콜라·보건복지부·GKL사회공헌재단과 함께 희망아카데미·드림프레임·나의사진문화유산답사기 등 사회취약계층을 위한 사진교육 재능기부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조 작가는 매년 서울시와 협력하여 희망아카데미 사진학교를 열고, 노숙인들을 사진 작가로 키우는 교육과 전시회를 병행하며 이들에게 자립과 재활의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조 작가는 지난 1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이에 대해 "배우가 화장하지 않은 채 평범한 옷을 입고 사진을 찍으면 배우 아닌 것처럼 보이듯이 노숙인 또한 아름다움이 없어보이지만, 나는 사진을 가르쳐서 노숙인들의 자긍심과 심리적 자존심, 자존감을 찾고자 한다. 그게 파인딩이고 사진의 본질"이라고 설명했다.

조 작가는 이어 "노숙인 상당수는 지난 인생에 대한 패배와 가족들에 대한 버림, 사회에 대한 원망이 있었을지 몰라도 조세현이 가르친다 하면 신뢰감과 자부심이 생기게 되고 타인이든 그 누구에게든 자신감을 갖고 피사체에 다가가게 된다"고 덧붙였다.

   
▲ 조세현 작가는 입양아·장애인·이주여성 등 소외된 취약계층과 관련해 18년째 활발한 사진활동을 벌이고 있다./사진=사단법인 조세현의희망프레임 제공


조 작가가 재능기부 사회공헌 활동의 통로로 삼고 있는 사단법인 희망프레임은 사진교육을 통해 노숙인 등 사회 각 소외계층에게 사회를 바라보는 긍정적인 시각을 제공하고, 문화예술의 접근 기회를 평등하고 폭넓게 제공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삼고 있다.

다음은 조세현 작가와의 일문일답이다.

-노숙인 사진교육 재능기부의 배경은 무엇인가.

"SNS 및 아이콘의 시대, 이미지의 시대인 현재 영상언어인 사진은 점차 고급문화에서 보편화되어가고 있다. 문화적으로 배고팠던 노숙인들이 사진을 배우면 격이 달라보이고 전문가적으로 보인다. VR과 드론, 포토샵 등 다양한 교육커리큘럼을 보다 심화시키고 있다.

사진교육의 성공 비결은 CEO 마인드에 있다. 단발성이 아닌 서울시 노숙인들의 연쇄적인 성공 사례를 통해 시의 글로벌 브랜드 이미지와 시민들의 품격을 올릴 수 있다.

노숙인들이 김연아나 박세리와 뭐가 다른가. 노숙인 사진사들의 맹활약으로 일반사진관에서 볼 멘 소리가 나왔으면 좋겠다. 그들의 자신감 되찾기라는 성공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줬으면 좋겠다."

-사진교육에서 노숙인들에게 어떤 점을 특히 강조하나.

"본질과 자신감. 사진 찍는 법을 몰랐던 이들이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노숙인 동료의 웃는 모습을 찍어온다. 본질에 더 가까이 간다. 나는 요령을 가르쳐주고 칭찬만 하는 등 불만 지피고 있다.

사진가에게 필요한 덕목이 자신감이다. 그런데 교육 초기 노숙인들이 수많은 피사체 중 사람을 찍지 않는 것은 위축되어 그런거다. 인생에 대한 패배감과 가족으로부터 버려진 마음. 사회에 대한 원망 등 오죽하면 홈리스를 하겠냐.

그랬던 그들이 열심히 일하는 상인들에게 가서 정중하게 사진 하나 찍어드리겠다고 10명에게 말하기 시작하면 1명은 듣는다. 그게 노력의 시작이다. 이 사회에 대해 한 스텝 넘어간 것이다. 머리로 이해했으나 몸은 위축되었던 그들이 이제는 사진을 찍기 위해 남에게 말을 붙인다. 디지털 시대에 사진의 효과가 빠르다."

   
▲ 희망아카데미 사진학교에서 조세현 작가가 수강생들에게 촬영법을 가르치고 있다./사진=사단법인 조세현의희망프레임 제공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인연은 어떤지. 함께 어떤 비전을 공유하는지.

"2011년 시장출마 보궐선거 당시 지인을 통해 연락이 왔다. 2000년부터 입양아를 찍어왔었고 아름다운가게를 통해서도 연이 닿았었다. 인권 쪽에도 관심이 있었다. 원래 사진을 찍기 전 상대방과 2시간 이상 얘기하는 습관이 있다. 그날도 두세시간 정도 그분과 얘기했다.

공감이 됐다. 그 사람의 얘길 들어보니깐 맞는게 있는 거다. 문화분야를 비롯한 보편적 복지, 문화부흥을 초점으로 하는 도시정책에 관심이 갔다. 당시 선거 전이었고 출마를 표방하기 전이었지만 자기한테 아이디어가 있다며 꺼낸 얘기가 노숙자다. 지금도 그는 나에게 선배다. 마음을 터놓고 사는 선후배로 지낸다."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