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성 마스터프랜차이즈 중 1개만 남아...중국 매장 철수 중국 업체 탓으로 돌려
   
▲ 2015년 2월 6일 서울 가락동 설빙 본사에서 정선희 설빙 대표(왼쪽)와 남성길 상해아빙식품무역유한공사 대표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있는 모습./사진=설빙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이단공단(以短攻短)'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자기의 결점을 생각지 않고 남의 잘못을 비난하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지난 12일 본지에서 '[단독]상표권도 해결 못한 설빙, 중국서 철수?' 기사를 내보낸 이후 설빙 측과 수차례 전화 통화를 하면서 이 사자성어가 떠올랐다. 

설빙 측은 이 기사와 관련해 수차례의 전화와 함께 해명 자료를 메일로 보내왔다. 

그 주요 내용은 "중국에서의 철수는 사실이 아니다"라는 점과 "광동성과 절강성 마스터프랜차이즈 대표가 로열티 등 미수금 등을 성실 납부할 의무를 위반해 계약을 해지한 것"이라는 거다. 

즉 한국 설빙은 중국에서 영업을 잘 하고 있는데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을 맺은 중국 기업들이 로열티 등을 성실히 납부하지 않아 계약을 해지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한국 설빙은 중국에 진출할 당시 '절강성 지역에 2020년까지 160개 매장을 오픈', '상해에 2017년까지 150개 매장을 오픈' 등 장밋빛 전망을 쏟아냈다. 

하지만 2017년 6월 현재 그나마 26개 정도 운영하던 중국 설빙 매장은 18개로 줄었다. 상해·광동성·절강성 등에서 한국 설빙과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한 중국 기업들 중 현재 남아있는 곳은 섬서성이 유일하다. 심지어 상해 기업은 한국 설빙을 상대로 소송까지 걸어온 상태다. 

상황이 이런데 한국 설빙은 '철수'에 유독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중국에서의 실패를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을 맺은 중국 현지 업체 탓으로만 돌리고 있다.  

심지어 설빙의 법무 담당 임원은 상해에서 소송을 걸어온 배경에 대해 "짝퉁 업체의 난립과 사드문제로 사업 전망이 불투명해지자 가맹사업을 포기한 채 소송을 제기한 것"이며 "소송을 통해 승소하면 이익이고 패소하면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소송을 걸어온 것"이라며 마치 한국 설빙이 피해자인 것처럼 포장했다.

특히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 당시 "충분히 마스터프랜차이즈쪽에 고지하고 계약 진행한 사실"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한국 설빙이 상표권 문제만 잘 해결했다면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고지는 했겠지만 상표권 해결에 대한 긍정적 시그널은 과연 없었을까. 

중국 기업 입장에서 한국 설빙에 상표권이 없기 때문에 로열티를 지급할 의무는 없다. 자신들은 한국 설빙과 공식적으로 계약을 체결했는데 수많은 '짝퉁 설빙'의 난립을 해결하지 못한 한국 설빙이 원망스러웠을 것이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 중 '상표권'을 두고 대부분 고생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중국 기업이 '상표권'을 먼저 출원 및 등록해 뒤늦게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자신의 브랜드인데도 어쩔 수 없이 비싼 돈을 지불하고 상표권을 사는 경우가 많았다. 중국은 상표법상 먼저 상표를 출원하는 사업자에게 우선권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한국의 브랜드를 중국에 먼저 출원 및 등록하는 중국 기업들을 비판할 수도 있겠지만, 불법은 아니다. 오히려 장기적 경영 전략을 가지지 못하고 상표권 등록을 하지 못한 한국 기업들의 문제가 더 클 수 있다. 

설빙은 중국 상표권 분쟁에서 가장 이슈가 되는 기업이자 브랜드이다. 설빙은 중국에 진출하기에 앞서 상표권 문제를 우선 해결했어야 했다. 한국 설빙은 상표권을 비싼 비용을 주고서라도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도 이 기회마저 놓친 적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설빙의 상표권 문제는 중국 기업들이 발 빠르게 상표권을 출원 및 등록한 탓도 있지만 장기적인 경영 전략 및 안목을 가지지 못한 경영자들의 탓도 크다. 설빙은 '철수'라는 단어에 유독 민감하기 앞서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는 지속가능 경영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