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문재인 신정부 출범으로 여야가 바뀌었어도 국회의 인사청문회 무용론은 여전히 정치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야3당은 청문회를 이용해 정국 주도권을 잡으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문 대통령 역시 높은 지지율을 등에 업고 타협은 없다는 식이다.

청와대는 청문회 과정에서 결정적인 낙마사유가 나오지 않고 여론도 우호적인 후보조차 보고서 채택을 거부하면서 국회가 고위직 인사에 발목만 잡는다고 토로하고 있다.

인사청문회가 야권의 정치적 공세용이나 일부 야당의 국회 캐스팅보트 주도권으로 악용된다는 입장이다. 

청문회 무용론을 먼저 제기한 야권도 할 말은 많다. 흠집내기 식이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이 선언했던 5대 인사원칙을 청와대가 스스로 파기했다는 지적이다. 낙마한 안경환 법무부장관 후보자나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등 자질 외의 기본 검증이 부족해 인사청문회가 망가졌다는 주장이다.

청문회 무용론은 처음이 아니다. 전 정권에서도 비일비재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3년 현오석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당시 야권의 반대와 보고서 불채택에도 임명하자, 민주통합당은 청문회 결과와 상관없이 무조건 임명한 것은 국회에 대한 모독이라고 반발했다.

여야가 뒤바뀌어도 인사청문회 무용론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국회 반대에도 대통령이 고위직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어서다. 국회가 청문보고서를 채택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지만,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요식행위에 불과하다.

   
▲ 사진 좌측부터 이낙연 국무총리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와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사진=미디어펜

2000년 인사청문회법이 제정되면서 미국의 장관 임용 절차를 참조해 도입되었지만 이를 운용하는 알맹이는 다르다. 한국에선 헌법기관인 헌법재판소장은 필수지만 국무총리와 장관 등 국무위원에게는 국회 동의와 비준이 필요치 않다.

1787년부터 청문회제도를 도입한 미국은 한국과 다르다. 백악관이 FBI와 공직자윤리국, 국세청과 함께 6개월 사전검증을 하고 이를 통과한 후보자만 청문회에 나갈 수 있다. 청문회 대상자 전원 국회 동의가 필수며 이중 2% 미만만 낙마한다.

문재인 정부는 전 정권들과 다른 출발선에 서있다.

탄핵정국으로 인해 몇 개월 간의 정부인수위 기간 없이 바로 시작했다. 이를 고려치 않고 추경안 보이콧 등 인사청문회와 예산을 연계한 국회의 정치투쟁은 신정부에 대한 발목잡기다.

야3당에게선 일사불란한 협력이 이뤄지지도 않는다. 국민의당은 여차하면 캐스팅보트를 쥐려고 하며 자유한국당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내홍이 이어지고 있다.

차후에 청문회에 대한 근본적인 제도 보완책을 마련하면 된다. 미국식으로 사전검증을 강화하거나 도덕성 검증 및 정책 역량을 비공개·공개로 선별해 청문회를 여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국민이 원하는 건 정상적인 국정운영이다. 인사청문회 마다 벌어지는 청와대의 인사 난맥과 야당의 발목 잡기에 피해보는 것은 결국 국민이다.

16일 오전과 오후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기자회견과 이날 늦은 저녁 전격 이뤄진 후보사퇴 선언에 따른 첫 낙마 사례에서 여론의 추이를 살핀 청와대의 복심도 비춰진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18일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 강행을 하는 수순을 앞두고 야당의 반발도 예고돼있다. 문 대통령의 다음 행보는 물론 여야간 협상력에 귀추가 주목된다.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