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에 쫒겨 낙하산 무더기 기용 우려…정책 실기 막아야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금융권은 ‘적폐’가 아니라 ‘정체’가 문제입니다. 채워야 될 자리는 다른 어떤 분야보다 많은데… 자칫 잘못하면 ‘낙하산 도미노’가 일어날 판입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한 달이 넘어가고 있지만 주요 금융권 인사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특히 금융권 수장인 금융위원장 지명이 늦어지면서 여타 인사 또한 정체되는 모양새다. 시간에 쫓기다 보면 전문성을 검증받지 않은 ‘낙하산 인사’들이 무더기로 기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터져 나온다.

   
▲ '6.19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진웅섭 금감원장(사진)이 간부회의에서 "후속조치를 신속하게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신임 금감원장 인사가 언제 날지 모르는 상황이라 아무래도 발언에 무게가 덜 실릴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금융감독원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9일 대선 이후 한 달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신임 금융위원장 자리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법무부장관 낙마와 외교부장관 임명강행 등 타 분야 인사에 시선이 집중되는 동안 금융권 인사는 뒷전으로 밀려버렸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불거지는 첫 번째 문제는 금융권에 산적한 사안들이 ‘제 때’를 놓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금융권에는 녹록치 않은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굵직한 아이템만 꼽아 봐도 ‘은산분리 완화’ ‘핀테크 2단계 로드맵 마련’ ‘금융지주사 경쟁력 강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시즌2’ ‘인터넷 전문은행 정착’ 등이 대기 중이다. 금융위원장‧부위원장, 금융감독원장 등 금융권 수장들이 빨리 임명되지 않으면 정책의 최적시기를 놓칠 가능성이 높다.

이날 정부는 ‘6‧19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며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응급조치에 나섰다. 정부 관계부처 합동으로 진행되는 사안이지만 금융위와 금감원의 역할도 결코 작지 않다. 결국 진웅섭 금감원장이 간부회의에서 “후속조치를 신속하게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신임 금감원장 인사가 언제 날지 모르는 상황이라 아무래도 발언에 무게가 덜 실릴 수밖에 없다.

금융위원장의 경우 하마평이 무성하게 나오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마찰음만 거세게 나올 뿐 좀처럼 진행이 되지 않는 모양새다. 지난 주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의 ‘재등판설’이 무게감 있게 거론됐지만 반발이 만만치 않아 진행은 쉽지 않아 보인다.

‘김석동 해프닝’은 결과만큼이나 과정에 있어서도 생채기를 남겼다. 청와대-여당간 이견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김석동 전 위원장 임명에 반대하는 누군가가 하마평을 슬쩍 흘렸다는 설이 금융권에 돌았기 때문이다. 현 시점에서는 ‘허니문’을 해도 모자란 당청이 갈등을 빚는 모양새가 만들어질 경우 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금융권 인사 정체로 인해 예상되는 또 다른 문제점은 이른바 ‘낙하산 논란’과 관계가 있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권에 대해 “어떤 정부가 들어서느냐에 따라 가장 많은 자리가 변화하는 분야”이라고 지적하면서 “금융위원장 인사부터 이렇게 혼란을 빚는데 다른 수많은 자리를 임명하는 과정에서 어떤 혼란이 야기될지 너무도 불안하다”고 우려했다.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 이외에도 대통령이 임명하거나 대통령과 소위 ‘코드’가 맞아야 하는 금융권 주요 인사들은 즐비하다. 최근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을 비롯한 몇몇 자리가 임기와 관계없이 교체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장병화 한국은행 부총재 임기 또한 이달 말로 만료된다. 

이외에도 금융권의 수많은 자리가 ‘새 주인’을 기다리는 형편이지만 내각 인선이 큰 혼란을 빚고 있어 정상적인 속도로 진행될 가능성은 점차 희박해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고위인사는 “나중에 시간에 쫓겨 검증되지 않은 낙하산 인사들이 줄줄이 들어오는 사태가 오지 말란 법도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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