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공판은 지난 4월7일 시작한지 2개월반이 지났으나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명확한 혐의 입증 없이 공회전을 지속하고 있다.

특검은 당초 20여명의 증인을 채택해서 고판을 시작했고 현재까지 35명을 법정에 세웠으나 '부정한 청탁' 등 뇌물죄 핵심요건에 대한 입증이 부재한 실정이다.

향후 특검의 증인 물량공세는 50명을 넘길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재용 부회장 구속기한인 8월27일까지 재판부가 1심 판결을 내지 못하고 9월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부회장 재판 상황은 특검에게 녹록치 않다.

법정에 선 핵심 증인들이 재판 주요 쟁점 모두에 관한 진술조서 내용을 뒤집어 특검의 애를 태우고 있다. '증거가 차고 넘친다'며 호기롭게 재판에 임했던 특검의 호언장담은 빛이 바랜 모양새다.

당장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31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홍완선 전 국민연금관리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당시 합병에 찬성하도록 강요한 적이 없다"고 밝혀, 특검의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특검은 "삼성이 청와대를 통해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관리공단을 압박해 합병 찬성을 결정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에 대해 최원영 전 청와대 고용복지수석비서관은 "대통령이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를 챙겨보라'고 했으나 합병에 대해 어떻게 하라는 지시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당시 박 전 대통령에게 부정한 청탁을 했다는 것이 재판의 핵심 쟁점인데 특검은 이에 대한 입증에 곤혹을 겪고 있다.

지난달 26일 열린 19차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김학현 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은 "검사가 본인의 생각을 자신의 진술인 것처럼 적었다"면서 특검 진술조서의 신뢰성을 무너뜨렸고, 지난달 31일 열린 21차 공판에 증인으로 참석한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는 "최순실이 삼성 합병을 얘기한 적 없다"며 특검의 추정을 뒤엎는 진술을 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재판은 지난 4월7일 시작한지 2개월반이 지났다./사진=연합뉴스

삼성이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공정거래위원회를 압박하고 삼성생명 금융지주사 전환과 관련해 금융위원회를 로비하고 박 전 대통령에게 청탁했다는 특검의 주장도 마찬가지다. 

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청와대가 삼성 금융지주사에 관심이 없어 오히려 섭섭했다"고 밝혔고, 정재찬 전 공정거래위원장 또한 "순환출자와 관련한 삼성 합병의 주식처분 수에 대해 청와대의 지시를 받은 바 없다"고 증언했다.

특검이 재단과 정유라 승마지원 등을 통해 430억 원대의 뇌물을 제공했다는 판단도 입증이 여의치 않다. 

삼성 측은 20일 재판에서 "최순실 씨에게 소유권을 넘겨줬다고 특검이 주장한 말 '라우싱'이 19일 한국으로 들어왔다"면서 관련 자료를 제출해 특검의 승마지원 시나리오를 정면으로 반박해버렸다.

지난달 12일 열린 13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박재홍 전 한국마사회 승마팀 감독은 "(다른 선수들을) 들러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삼성이 전체를 지원하려고 했는데 중간에서 최순실이 장난 치면서 삼성도 어쩔 수 없이 끌려간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해 승마지원은 정유라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증언도 나왔다.

지난 31차례의 이 부회장 재판에서 정황을 짜맞추기 위한 특검의 무리한 유도신문과 진술조서 내용에 대한 신빙성 논란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특검이 채택한 증인이 실제 법정에서 조서와는 다른 내용을 증언하는 사례가 허다했다.

특검이 뇌물죄를 성립시키기 위해 제기했던 상당수 의혹들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고 그에 따라 증인신문 기간이 늘어나면서, 법원이 이 부회장의 8월말 구속기한 전에 1심 판결을 선고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잃고 있다.

특검이 신청한 증인에 대한 신문은 최소 다음달 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후 변호인단이 신청한 증인신문과 피고인 신문, 재판부 심리기간 및 결심공판-선고공판의 일정을 감안하면 8월말 선고는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의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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