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정규직 보호 완화 등 '하르츠 개혁'으로 실업률 감소·고용률 증가 달성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가장 먼저 찾았던 곳은 인천공항공사의 비정규직 현장이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일자리 창출은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약속이자 현안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의 '2016년 비정규직 노동통계'를 보면 지난해 8월 기준 비정규직 노동자는 644만4000명으로 전체 임금노동자 1962만7000명의 32.8%를 차지, 2003년(32.6%)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하지만 15~24세 남성 임금노동자 중 비정규직 비중은 2003년 45.6%에서 52.5%로 6.9%포인트 높아졌다. 여성 비정규직 비중 역시 36.4%에서 47.1%로 10.7%포인트 높아졌다. 즉 청년 일자리의 '비정규직화'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청년실업률은 올해 4월 11.2%로 98년 외환위기(11.8%)이후 최고를 찍었고 체감실업률도 24%로 청년 4명 가운데 1명이 실업자인 상황이다. 이에 본지는 '청년 일자리' 기획을 통해 일자리 창출 정책의 '허와실'을 따져보고 해외의 성공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의 바람직한 일자리 창출 정책의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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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①]청년일자리 창출, 노동시장 유연화가 출발점이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199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게리 베커는 청년실업률의 감소 비결을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라고 주장했다.

게리베커는 고용보호의 경직성 수준이 높으면 사용자가 해고비용에 부담을 느껴 신규 채용을 꺼리는 경향성을 보여 결국 고용률이 감소하게 되고 특히 청년들의 노동시장 진입을 늦춰 청년실업률이 악화된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이유로 일반적으로 저성장기조에서는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 독일·영국·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가들의 고용률/자료=OECD
지난 5월 진행된 프랑스 제25대 대선에서는 노동시장 유연화를 주장한 에마뉘엘 마크롱이 대통령에 당선되고 집권당이었던 사회당은 재기불능에 가까운 타격을 입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결과에 대해 프랑스의 경제사정을 원인으로 꼽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프랑스의 청년 실업률은 25%를 넘어섰고 높은 최저임금과 고용보호 수준으로 인해 계약직 근로자 비율이 전체 근로자의 9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는 앞서 2000년 근로시간 단축을 단행했지만 도입 취지와 다르게 고용 창출로 이어지지 않았다. 노조의 반대를 감안, 임금은 유지한채로 근로시간이 줄어들었던 것이 원인이었다. 오히려 기업들이 체코·폴란드 등으로 이전, 고용률과 실업률에 악영향을 끼쳤다.

반면 독일은 정규직 보호 완화·시간제 일자리 확대를 골자로 하는 '하르츠 개혁'을 통해 실업률 감소와 고용률 증가를 달성,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2016년 기준 독일의 고용률은 74.7%로 유럽 최고 수준이고 실업률은 '완전고용'에 가까운 5%인 것으로 드러났다.

   
▲ 한국·OECD의 고용 보호 수준 추이/자료=OECD

반면 한국정부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노동시장을 경직시키는 정책들을 선보였다. 

우선 김대중 정부 시절 '정리해고법'이라 불리는 근로기준법 제24-26조 및 관련 시행령이 도입됐다. 정리해고법에는 정규직 해고의 요건으로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가 있을 것·노조와의 성실한 협의·고용노동부 장관의 허가·고충수당 지급·해당 근로자에게 50일 전 통보를 규정하고 있다.

또한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도입된 비정규직 보호·정년 연장 등의 정책들도 노동시장 경직화에 일조했다. 그 결과 OECD 평균 고용보호의 경직성 수준은 지난 2008년 2.17에서 2009년 2.16, 2011년 2.12, 2013년 2.04 등으로 하락하는 동안 한국은 2.37 수준을 유지했다. 

한국의 청년실업률은 지난해 11.2%로 4.2%인 전체실업률의 3배에 가깝고 체감실업률은 5월 말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인 22.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후보 시절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최저임금 1만원 등을 공약으로 내결었다. 

취임 후에는 인천공항 공사 비정규직 1만명 정규직 전환을 약속하고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가 '민간기업들의 비정규직 사용 제한'과 징벌적 성격의 '고용부담금 도입'을 예고하는 등 세계적인 추세와 정반대의 정책을 취하고 있다.

인천 공항공사의 비정규직 1만명은 이미 노동시장에 진입한 상태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함에 따라 추가로 소요되는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청년들에게 신규일자리를 제공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성일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에 대해 "현 정부의 일자리 정책들은 경직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공공부문은 세금을 투입해 정책 목표를 실현할 수 있을지 몰라도, 민간부문에서는 신규채용을 더욱 줄이는 등의 방향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재계 관계자는 "선의로 만들어진 정책이 청년실업을 완화시킬 수 있는지, 왜 유럽은 해고요건을 강화하는 등 높은 고용보호 수준을 유지하던 것에서 노동시장 유연화 국면으로 돌아섰는지 등 생각해 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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