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율 상승…고가폰, 고가 요금제 이용자에 더 큰 혜택
선택 약정 할인 제도 도입 취지 '이용자 차별 금지' 어긋
[미디어펜=홍샛별 기자]정부가 22일 오전 11시 통신비 인하 방안을 전격 발표함에 따라 통신업계는 정부의 안을 두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통신비 절감대책 브리핑이 열린 가운데, 관계자들이 '선택 약정 할인율'을 25%로 올리는 내용 등을 포함한 통신비 인하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이날 제시한 통신비 인하 방안의 핵심은 '선택 약정 할인율 상향'이다. '지원금 상향제 폐지', '분리 공시제 도입', '보편적 요금제 신설'도 포함됐다. 

정부는 2개월의 준비 기간을 거쳐 요금 할인이라고도 불리는 '선택 약정 할인'의 할인율을 기존 20%에서 25%로 상향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통신업계는 '이통사에 과도한 짐 지우기'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할인율을 25%로 올리겠다는 것은 '선택 약정 할인' 제도의 도입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의 최대 정책 목표로 '이용자 차별 금지'를 꼽고 있다. 선택 약정 할인 제도 역시 이동통신 서비스 가입 유형에 따른 차별을 막기 위해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 할인'을 목적으로 만들어 졌다. 

선택 약정 할인 제도는 통신비에서 일정 비율을 할인해 주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소수의 고가 요금제, 고가폰 이용자에게만 혜택이 돌아간다는 지적이 있었다. 

할인율 20%를 예로 들면, 10만원 요금제 사용자는 한 달에 2만원 가량을 요금이 줄어들지만 3만원대 요금제에선 약 3분의 1 수준인 6000원만이 할인된다. 할인율이 높아지면 이 같은 이용자 차별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즉 정부가 단통법의 최대 정책 목표로 삼은 '이용자 차별 금지'에도 어긋난다는 얘기다. 결국 지원금 규모와 연동없는 정부의 인위적 할인율 조정은 시장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업계는 또 '통신사 옥죄기를 통한 정부의 강압적 통신비 인하 정책이 외국 기업인 애플의 배만 불려주는 꼴'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소비자가 받는 단말기 보조금 대부분은 제조사와 통신사가 함께 부담하는 형식이지만, 애플은 아이폰 단말에 보조금을 지원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아이폰 유저 80~90%가 '선택 약정 할인' 제도를 이용하는 실정이다. 

지원금 한 푼 쓰지 않고도 국내 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자랑하는 애플에 국내 통신사들이 출혈을 감수해 가며 고객 유치에 힘을 보태는 형국이라는 것.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용자들이 내는 통신 요금 중 이통사가 가져가는 건 전체 50~55% 수준이다"라며 "지원금 규모 조정 등 추가 조치 없이 요금 할인율 상승만을 고집하는 건 통신사에게 일방적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미디어펜=홍샛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