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4차 산업혁명 관련주들이 ‘대선 정책주’로 한 차례 시장의 관심을 받은 가운데 펀드시장의 판도마저 바꿀 태세다. 단순히 ‘IT 테마주’ 차원을 넘어 자율주행차부터 로봇산업까지 투자 분야가 전문화‧세분화되는 추세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펀드시장에서 ‘4차 산업혁명’이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 투자 분야 또한 자율주행차, 로봇산업 등 전문화‧세분화가 진행되고 있다. 아직까지 장기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정도는 아니지만 조금씩 관련 테마가 펀드시장에서 자리를 잡는 모양새다.

   
▲ 사진=금융투자협회


사실 4차 산업혁명은 지난 19대 대선 전부터 투자자들 사이에서 소위 ‘핫한’ 주제였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물론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등 당선 가시권에 있는 후보들이 전부 관련 테마를 공약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누가 당선돼도 4차 산업혁명은 뜬다’는 판단 하에 상당수의 주식 투자자들이 관련 종목에 투자를 시도했다.

통상 인맥테마주‧정책테마주는 대선 전 모종의 시점에 급격히 주가가 빠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번 대선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아 4차 산업혁명 테마주 또한 선거일을 전후로 주가 조정을 받았다. 적어도 3년 뒤 21대 총선 전까지는 특별한 변동은 없을 것처럼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것은 펀드시장에서부터였다. 지난 22일 동부자산운용은 자율주행차 관련 주식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동부글로벌자율주행펀드를 출시해 업계 화제가 됐다. 자율주행차 산업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중 하나지만 자율주행차에 특화해 투자하는 펀드는 이번에 업계에서 처음 나왔다.

삼성자산운용 또한 작년에 업계 최초로 ‘로봇기업’에 투자하는 픽테로보틱스 펀드를 출시했다. 세계 최대 산업용 로봇 제조회사인 일본의 화낙(Fanuc), 소비자용 로봇을 만드는 구글 알파벳(Alphabet), 수술용 로봇 전문회사인 인튜이티브 서지컬(Intuitive Surgical) 등이 주된 투자종목으로써, 역시 4차 산업혁명이라는 테마로 움직이는 펀드다.

한국투신운용의 경우에는 아예 기존 펀드를 4차 산업혁명 테마로 ‘리모델링’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원래 국내 업종 대표주에 투자하는 한국투자정통적립석 펀드를 4차 산업혁명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로 전환하기로 결정한 것. 한국투신운용 관계자는 “조만간 펀드명과 포트폴리오 구성을 변경해 4차 산업혁명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까지 맹아(萌芽) 단계라고 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긴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을 테마로 한 펀드들은 좋은 분위기 속에서 돛을 올렸다. 삼성자산운용의 픽테로보틱스 펀드의 경우 6개월 수익률이 16%를 넘어섰다. 픽테글로벌메가트렌드펀드 역시 수익률이 14% 선에서 선방 중이다. 피델리티운용의 글로벌테크놀로지펀드의 경우 6개월 수익률은 15%, 1년 수익률은 30%를 훌쩍 넘어서며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종목에 직접 투자하기 부담스러웠던 투자자들은 이처럼 각 자산운용사들이 출시한 테마펀드에 투자함으로써 리스크는 줄이면서 수익 극대화를 추구할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새로운 테마에 해당하는 만큼 어느 정도 변동성에 노출돼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미래사회에 가장 확실하게 부각될 테마에 해당하는 만큼 장기투자를 염두에 두고 전략을 짠다면 다른 어떤 방식의 투자보다도 성공률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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