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전방 밝아, 업황 회복 기대
조선업 수주, 일감까지 공백기 1년
[미디어펜=김태우 기자]수주 절벽으로 위기에 몰렸던 조선업계가 지난달부터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이며 글로벌 수주 점유율 1위를 탈환했다. 하지만 수주가 실제 생산으로 이어지기까지 공백기가 있는 업계 특성상 안심하기 이르다는 지적이다. 

4일 글로벌 조선해운 조사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조선소의 수주량(6월 28일 기준)은 256만 표준화물선환산톤수(CGT)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올해 전 세계 발주량의 34%로, 우리나라 조선업계가 중국, 일본의 추격을 물리치고 다시 수주점유율 세계 1위에 올랐다.

   
▲ 대우조선해양 거제조선소에 정박중인 LNG 운반선/ 사진=대우조선해양 제공


우리 조선업계가 세계 수주점유율 1위를 차지한 것은 2012년 중국에 1위를 내준 이후 5년 만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이 수주 증가세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3사(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는 올 상반기에만 72척(42억달러)을 수주하는데 성공했다. 지난해 상반기 수주 물량(13척·10억달러)보다 무려 6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13척(48억달러)을 수주했다. 현대중공업그룹보다 수주물량은 적지만 금액은 조선 '빅3' 가운데 가장 많다. 부유식원유생산설비(FPU), 부유식LNG생산설비(FLNG) 등 해양플랜트 두 척을 총 37억7000만달러에 수주한 덕분이다.

대우조선은 같은 기간 7척(7억7000만달러)을 수주했다. 이와 함께 올해 말까지 자구목표인 2조7100억원(전체 5조3000억원) 가운데 2조650억원을 달성해 76.2%의 자구안 이행률을 기록했다.

특히 상반기 조선업황 회복은 유조선이 주도했다.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3사의 경우 72척 가운데 60척이 유조선이다. 특히 30만t급 이상의 초대형유조선(VLCC) 시장에서는 전세계 발주물량 27척(클락슨 집계 기준) 가운데 14척을 휩쓸어갔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은 VLCC를 각각 8척, 5척 수주했다.

최근 친환경 연료로 LNG가 각광받으며 LNG운반선 수주도 증가했다. 조선업계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올해 글로벌 LNG운반선 수주를 독식하고 있다. 상반기 발주 12척 가운데 10척을 국내 조선업체들이 수주했다.

문제는 업황이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수주잔량이다. 6월 초 기준 세계 수주 잔량은 연초 대비 12.7% 감소한 7618만CGT다. 또 국내 선박 수주 잔량은 더 많이(-14.3%) 줄어 1749만CGT로 나타났다. 

당장은 일감이 없어 국내 조선사들이 도크를 폐쇄하는 곳도 늘고 있다. 조선업계에서는 수주한 것이 일감으로 풀리는데 최소 6개월에서 1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수주실적이 늘어도 체감은 내년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뜻으로 선박, 플랜트 인도가 끝나는 올 하반기가 최악의 보릿고개가 예고된 상황이다. 

도크 폐쇄는 기술직 이탈과 협력업체 도산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해서 조선업 시황이 회복되더라도 국내 조선사들의 경쟁력이 예전만 못할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무급휴직과 순환근무 등을 통해 고통분담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정부의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한국 조선업을 국가적인 차원에서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수주가 늘었는데도 도크 가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것은 수주산업의 특성 때문"이며 "보통 상선의 경우 계약을 맺고 1~2년 후 건조에 들어가기 때문에 올해 도크 가동이 중단된다는 것은 2015년 하반기와 지난해 수주를 못했다는 의미와 같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하반기부터 대부분 조선소의 생산능력이 감소될 수 밖에 없을 것"이며 "내년까지의 '보릿고개'를 버텨야 올해 수주한 물량이 내년 하반기 혹은 내후년부터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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