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실적에도 커지는 미래 걱정
이재용 부회장 1심 판결 분수령 전망
[미디어펜=조한진 기자]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도 환하게 웃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애플과 인텔을 넘어섰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미래에 대한 걱정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총수 부재가 길어지면서 삼성전자의 신성장사업 확보 노력은 사실상 정체 상태다. 이재용 부회장의 1심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3분기가 삼성전자의 앞날을 바꿀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2분기에 매출 60조원 영업이익 14조원을 기록한 삼성전자는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애플을 영업이익에서 앞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 기간 애플의 영업이익 실적 전망치 평균은 105억5000만달러(약 12조2100억원)이다. 

   
▲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2분기 매출이 151억달러(약 17조3000억원)으로 예상되면서 인텔(144억달러)의 매출도 뛰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2분기에 미국 정보기술(IT) 업계 '빅 4'인 'FANG'의 실적 합산보다 더 많은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전망된다. FANG은 페이스북(Facebook), 아마존(Amazon), 넷플릭스(Netflix), 구글(Google)을 의미한다.

업계와 외신 등은 FANG의 2분기 영업이익 합계를 111억5000만달러(약 12조9100억원) 수준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번 삼성전자 최고 실적의 일등 공신은 반도체라는 분석이 나온다. 슈퍼사이클에 들어선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는 D램 메모리와 낸드플래시 경쟁력을 앞세워 승승장구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분기 실적은 반도체가 좋았고 디스플레이도 선전했다”며 “반도체는 슈퍼사이클이라 수요도 가격 모두 강세를 나타냈다”고 말했다.

하반기에도 삼성전자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분기 영업이익을 더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이 줄을 잇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평택 반도체라인을 본격 가동하며 낸드 플래시 경쟁력을 업그레이드 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3·4분기에 15조원 대 영업이익이 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2~3년 후에도 이 같은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삼성전자의 분위기다. 최근 실적을 이끌고 있는 반도체는 오랜 기간동안 준비한 결과가 빛을 발하고 있다는 것이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반도체 사업의 높은 수익이 장기간 지속될지 예단하기 어렵다. 과거 추이를 보면 반도체 시장은 변동성이 심하다. 사이클이 불규칙적이고, 경쟁사들이 증산에 나서면 삼성전자도 반도체에서의 수익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과거 몇 년 동안 삼성전자는 미래먹거리 확보에 집중했다. 미국 전장기업 하만의 인수 등이 대표적이다. 자체 기술 개발은 물론, 외부 수혈을 통해 경쟁력을 업그레이드 해왔다.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 삼성전자 경영진과 임직원들이 지난 4일 평택 반도체 단지에서 열린 제품 출하식에서 3차원 V낸드 플래시 양산을 축하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에 직격탄을 맞은 이후 6개월 넘게 삼성전자의 신성장동력 확보는 정체되고 있다. 최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에 투자 계획을 발표했지만 대규모 인수합병(M&A) 등 전략적 의사결정에서 추진력이 떨어지는 모습이다. 권오현 부회장이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이 부회장의 공백을 메우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이 부회장의 1심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3분기가 삼성전자 미래에 중요한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하면 삼성전자는 분위기를 추슬러 다시 미래 준비에 가속도를 붙일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위기론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의 구속기한은 오는 8월27일까지다. 그러나 재판부가 1심 판결을 9월로 넘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사상 최고 실적은 길게는 십여전부터 준비한 노력의 결과물이다. 총수일가의 과감한 추진력과 결단이 성장의 원동력이 된 것이 사실”이라며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강력한 리더십이 삼성전자에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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