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투자 권유도 나와 우려 가중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코스피가 기록적 활황을 기록하면서 증권사들의 고객 쟁탈전도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그러나 신규 고객 유입보다는 타 증권사 고객을 빼앗아오는 마케팅이 대부분이라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증권사는 투자자들에게 사실상 신용투자를 권유하고 있어 우려가 가중된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피 ‘랠리’ 양상이 장기화되면서 고객유치를 위한 증권사들의 마케팅 전쟁도 점입가경이다. 현재 업계 다수의 증권사들이 경품을 내걸고 리테일(소매) 영업전쟁에 돌입한 상황이다. 수수료 인하, 자동차 등 고가경품을 내건 마케팅은 기본이고 ‘현금지급’ 마케팅을 내건 회사도 있다.

   
▲ 사진=미디어펜


문제는 증권사들이 신규고객 유치보다는 ‘대체입고’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대체입고는 고객 요청이 있었을 경우 기존 거래 증권사 계좌를 가격‧수수료 변동 없이 타사로 옮길 수 있는 서비스다. 

NH투자증권은 대체입고로 유입된 고객에게 5만원 상품권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키움증권 역시 1억원 이상 타사 대체입고 시 현금 10만원을 지급하는 행사를 진행 중이다. KTB투자증권은 대체입고 계좌가 1000만원 이상이면서 계좌이전 뒤 100만원 이상 주식매매거래를 하는 고객에게 1만~50만원 현금 지급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다.

증권사들이 이처럼 대체입고 전쟁에 몰입하는 이유로는 크게 두 가지 꼽힌다. 우선 증시 랠리를 맞아 리테일 영업 기반을 확대해야 한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문가들 다수가 하반기 증시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전망을 하고 있지만 상황이 언제 바뀔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는 인식이 업계에 존재한다”면서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총력전을 펼치는 모양새가 펼쳐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두 번째 이유는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국내 증시에 개인고객(개미) 유입속도가 상당히 더디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개인 투자자들의 증시 거래대금(코스피+코스닥)은 일평균 5조 640억원으로 전년 동기 5조 5336억원보다 8.5% 감소했다. 특히 개미 비율이 높은 코스닥의 하락률은 12.2%나 됐다. 

정황상 최근 증시 랠리에서 수익을 거둔 개미는 실상 그리 많지 않다는 결론이다. 설상가상으로 대선 광풍까지 겹치면서 테마주에 투자한 개미들의 손해도 컸다. 금융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올해 정치테마주에 투자한 개미들은 평균 61만 7000원의 손실을 봤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랠리의 특징은 지수 견인을 외국인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짚으면서 “주변에 주식으로 큰 돈을 벌었다는 속칭 ‘개미신화’가 전혀 없어 신규고객 유입이 더딘 편”이라고 말했다. 결국 개인고객들을 상대하는 증권사들 다수가 ‘레드오션’ 상황에 직면해 있는 셈이다.

일부 증권사들은 고객에게 사실상 ‘신용거래’를 권유하는 제스쳐를 취하고 있어 논란의 조짐마저 보인다. 일례로 삼성증권은 지금까지 종목별로 45~50%로 적용하던 신용보증금률을 지난 10일부터 일괄 45%로 통일했다. 이로써 투자자는 주식 매수액 대비 45%만 보증금으로 내면 나머지 55%를 증권사에서 빌릴 수 있게 됐다. 

결론적으로 최근 영업활동에 열을 올리고 있는 증권사들은 신규자금 확보보다는 타사 고객자금이나 기존 고객의 빚을 늘리는 데 치중하고 있어 국내증시의 질적 건전성 제고에는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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