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개인의 시각 진실로 비춰질까 우려
기준 모호한 경영능력 평가도 부적절 지적
[미디어펜=조한진 기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증언에 대한 적절성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제3자인 김 위원장의 사견이 마치 진실로 호도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또 공정위 수장으로 특정 기업과 총수를 매도하면서 앞으로 공정한 시각에서 기업정책을 이끌 수 있겠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5일 법조계와 재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서울지방법원에서 열린 이 부회장의 39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삼성과 이 부회장에 대한 비판을 쏟아 냈다.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4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삼성의 경영권 승계 △이 부회장의 경영능력 △삼성의 지배구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등에 대해 증언했다.

공정위원장으로 임명되기 전 김 위원장은 경제학 교수로 사회단체에서 활동하며 반재벌 시각을 견지했다. 이 때문에 ‘재벌저격수’라는 별명도 얻었다.

이 부회장 재판에서 김 위원장은 삼성 변호인단과 설전을 펼쳤다. 김 위원장은 “삼성의 출자구조가 취약하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청와대가 관여했을 것”이라고 했다. 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을 예로 들며 이 부회장의 경영 능력을 꼬집기도 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증언이 사실관계 보다는 개인적 의견과 추측에 기반을 두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조계와 재계에서는 이 같은 김 위원장의 의견이 사실처럼 비춰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전문가 증인인 김 위원장은 관련 쟁점들을 경제학자 시각에서 설명했다. 현재 공정위원장으로 경제‧기업관련 정책을 조율하는 고위 공직자로서 편향적인 시각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에서는 기업 관련 정책이 자칫 편향적으로 흐를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김 위원장이 공정위원장 취임 후 ‘재벌은 우리 경제의 자산’ 속도 조절‘ 등 상생을 강조했지만 결국 반기업 기조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강조해온 김 위원장이 특정 기업을 작심하고 비판한 것처럼 보였다”라며 “공정거래위원회를 책임지고 있는 수장으로서 나무가 아닌 숲을 봐줬으면 한다”고 했다.

아울러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과 정 부회장의 경영능력을 단순 비교한 것은 김 위원장의 무리수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 부회장은 몇 년 전부터 삼성전자 등의 밑그림을 설계하면서 기업의 한 단계 도약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올해 2분기 영업이익 14조원으로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한 삼성전자의 성적표는 이 부회장 결단력과 회사 수뇌부의 실행력이 결합된 작품이라는 분석이 줄을 잇고 있다.

그동안 넘어설 수 없을 것처럼 여겨졌던 애플, 인텔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을 삼성전자가 뛰어 넘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오랜 기간 삼성전자 의사결정을 주도해온 이 부회장의 판단과 능력이 부족했다면 이 같은 결과가 가능했겠냐는 것이 재계의 시각이다.

이건희 회장이 3년 넘게 와병으로 자리를 비우고 있는 가운데 이 부회장은 구속 수감전까지 세계 곳곳을 누볐다. 미국 전장기업 하만, 인공지능(AI) 플랫폼 기업 비브랩스 인수 등 기업 현안과 미래먹거리 확보에 전력을 기울였다. 시장도 이 같은 이 부회장과 삼성전자의 방향성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최근 삼성전자의 실적을 견인하고 있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경쟁력은 하루아침에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다. 이건희 회장부터 이재용 부회장까지 총수일가의 결단력이 밑거름이 됐다”며 “삼성 총수 일가가 평택 반도체라인과 같은 대규모 투자, 핵심 기업의 인수합병 등에서 주도적 역할을 한 것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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