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이 부회장 부정청탁 증거 못 내놔
법조계, 무죄나 집행유예 가능성에 무게
[미디어펜=홍샛별 기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공판이 끝을 향해 가는 가운데 명확한 증거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오는 7일 결심공판에서 특검의 구형에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미 특검의 논리가 1심 재판부를 설득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무죄나 집행유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3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4월 7일 첫 발을 내딛은 이 부회장의 공판은 4일 기준 약 4개월간 52차례나 열렸다. 이날 오후 2시 시작된 제52차 공판은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변호인단의 '마지막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오는 7일 결심공판을 앞두고 벌어지는 마지막 '공방 기일'이기 때문이다. 

공방 기일은 재판부가 구형을 하기 전 검찰측과 변호인단 각각의 의견 및 법적 논리를 최종적으로 듣는 자리다.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데다 사건 내용이 복잡한 점을 고려한 재판부의 배려다.  

120여일에 걸친 긴 공판 여정에서는 관계 인물 100명에 대한 진술 조서 및 서류 증거 조사가 진행됐다. 법정에 불러 세운 증인만 해도 60여명에 달한다.  

그러나 '혐의 입증'에 자신했던 특검은 공판 기간 내내 명확한 증거나 정확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 채 허송세월을 했다. '여론 재판'이라는 비난이 일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검이 이 부회장 등의 유죄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경영권 승계를 위해 부정한 청탁을 했는지 △청탁을 대가로 삼성이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에 승마지원을 했는지 등의 핵심 쟁점을 밝혀야 한다. 

이 부회장, 박 전 대통령에 부정한 청탁했나?

특검은 2014~2016년 세 차례에 걸친  박 전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이 부회장이 부정한 청탁을 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특검 팀은 "부정한 청탁이 두 사람의 독대 때마다 개별적으로 이뤄지지 않았고 1차 독대(2014년 9월)에서 최초 합의가 이뤄졌고 이후 강화되는 구조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공판에서는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부정한 청탁'을 했다는 직접 증거는 단 한 개도 나오지 않았다. 

이 부회장도 지난 3일 진행된 피고인 신문에서 "박 전 대통령이 2015년 7월 25일 면담 과정에서 승계 작업을 언급한 사실이 있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없다"라고 단호히 대답했다. 

이어 변호인단이 "특검팀은 대통령이 합병 성사를 도와준 것을 포함해 승계 작업 현안을 정부가 도와주는 대가로 정유라 (승마)지원을 요구했다고 하는데, 대통령의 이런 요구가 있었느냐"고 물었고, 이 부회장은 "없었다"고 답했다.
 
재판부 또한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현안이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간 독대에서 거론됐는지 명확하지 않다"며 "특검측이 제시한 대통령 말씀자료를 보면 대통령과 이재용 피고인 사이에 실제 언급이 있었는지 알기 힘들다"며 특검측에 설명을 요구했다.

'부정한 청탁'과 '승마 지원' 대가성 여부 증명 어려운 '특검' 

특검이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독대 자리에서 '부정한 청탁'이 있었음을 주장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삼성 승마 지원'의 대가성 여부를 연결짓기 위한 핵심 고리이기 때문이다.  

특검이 이 부회장의 죄를 묻기 위해선 '승마 지원'과 '대가성' 말고도 부정한 청탁에 대한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양측의 인식이 있었음이 증명되야 한다. 

그러나 지난 2, 3일 이틀 동안 열린 피고인 신문에서는 특검의 주장과는 상반된 진술만이 쏟아져 나왔다. 

특검은 삼성의 부정 청탁 이유로 "이건희 회장 유고를 대비해 최대한 지배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었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나 삼성 측 변호인단은 "'승계작업은 가공의 틀'에 불과하다"며 맞받아쳤다. 

사장단 회의에서 추대하면 그룹 회장이 될 수 있는데, 위험을 무릅쓰고 대통령에 청탁할 필요가 있겠냐는 게 변호인단의 주장이었다. 

지난 2일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부회장) 역시 피고인 신문을 통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문제가 왜 대통령과 관계되는지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이 부회장은 이미 안팎에서 삼성의 후계자로 인정받고 있다"고 밝혔다. 

   
▲ 삼성전자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이 지난 2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 전직 임원들의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승마 지원은 이 부회장 결정 아냐…미전실 주도 

치열한 법리 다툼 속 '승마 지원 결정 권한이 누구에게 있었냐'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정유라 지원에 대해 인지하고 깊이 관여하고 있다'고 여겼지만, 최 전 부회장을 비롯한 다수의 피고인은 "이 부회장은 해당 내용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최 전 부회장은 "미전실장으로 근무할 당시 삼성그룹의 현안에 관한 주요 의사 결정은 자신의 책임 아래 있었다"며 승마 지원 및 재단 출연도 자신이 결정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최 전 부회장이 소속된 미전실이 지난 3월 해체되기 전까지 삼성 그룹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했다는 점도 그의 주장에 설득력을 더한다. 

이 부회장 본인도 3일 진술에서 자신이 '삼성전자' 소속임을 밝히며 그룹 현안에 대한 결정권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그룹) 미전실에 한 번도 소속된 적 없다"며 "(최씨의 딸) 정유라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으고 승마 지원과 관련해 보고를 받지도 지시를 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즉 국정농단 사태가 발생하기 전에는 해당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얘기다. 

법조계에서는 특검의 빈약한 혐의 입증이 삼성 측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예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근대형사소송법의 대원칙은 '증거재판주의'다"라며 "특검이 그간 뚜렷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여론에 기대 재판을 이끌고 온 점 등이 자신들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여러 변수는 있겠지만 이 부회장과 박 대통령의 독대시 오간 내용을 정황만으로 입증하는 일은 쉽지 않다"며 이 부회장의 형이 '무죄' 또는 '집행 유예' 정도에 그칠 가능성까지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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