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와 줄다리기로 양산 늦어진 코나
쌍용차, 티볼리 '기어 에디션' 생산
[미디어펜=김태우 기자]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대전 첫달 성적표에서 현대자동차의 '코나'가 쌍용자동차의 '티볼리'의 아성을 무너트리지 못했다. 

주문건수에서는 코나가 티볼리에 뒤지지 않았다. 코나는 생산에 차질이 생기며 기를 펴지 못하면서 티볼리에 내민 첫번째 도전장에서는 판정패를 당했다. 이에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쌍용차 노조와 달리 생산 차질까지 일으키고 있는 현대차 노조의 판이한 행보에 희비가 갈렸다는 평가다.

   
▲ 현대자동차 소형SUV 코나/ 사진=미디어펜

8일 현대차에 따르면 코나는 지난 7월 3145대가 판매됐다. 결코 적은 물량은 아니지만 올해 월간 판매목표였던 4300대에는 1000대 이상 부족한 실적이다. 코나의 계약 물량은 지난달 말 이미 1만대를 넘어섰다. 월 판매목표 두 달을 채우고도 남을 물량이다. 하지만 생산량 부족으로 출고에 한계가 있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코나는 6월 말에 출시했지만 양산에 들어간 것은 7월 둘째주부터라 물량이 부족했다”면서 “계약은 밀렸지만 출고가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코나는 지난 6월 13일 정의선 부회장이 직접 글로벌 시장에 처음으로 공개한 이후 15일 파일럿 생산을 거쳐 6월 27일 정식 양산과 함께 출시할 예정이었다. 실제 현대차는 이날 정식 판매 개시를 발표하고 1호차 전달식도 진행했다.

하지만 이때까지도 정식 양산은 이뤄지지 않았고, 7월 첫째 주까지 출고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노조와 투입 인원 및 시간당 생산물량, 일부 공정의 외주화에 따른 근로자 전환배치 등을 놓고 갈등을 빚느라 정식 양산이 늦어진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당초 6월 15일 파일럿 생산을 거쳐 6월 말 정식 양산 예정이었으나 노조와의 합의가 늦어지면서 파일럿 생산(19일)이 늦어졌고 정식 양산도 7월 둘째주부터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현대차 노사는 신차가 나올 때마다 양산 합의를 한다. 공정 투입 인원을 비롯해 설비 개선, 투자 규모, 투입 인원, 공정 방식 등에 합의해야 양산에 들어갈 수 있다.

인원 투입이 많은 의장 라인의 경우 기존 생산하던 차종이 신차로 바뀌면 새로운 작업방식에 적응해야 하고 생산 계획에 따라 작업 속도도 달라지는 등 생산직 근로자 입장에서는 불편한 부분이 많다. 이 때문에 현대차는 매번 신차가 나올 때마다 노조를 설득하느라 상당한 진통을 겪어야 했다.

현대차는 올해 부진했던 판매실적 회복을 위해 코나의 성공에 사활을 걸고 있다. 승용과 SUV 전 라인업에서 판매가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코나가 물량을 받쳐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신차 출시 초기는 소비자의 관심이 집중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이때 생산 차질로 제대로 판매를 못한다면 손해가 심각하다. 즉 타이밍이 중요한 순간에 노조를 설득하는데 시간을 빼앗기며 골든타임을 놓친 형국이다.

   
▲ 쌍용자동차 티볼리 기어에디션/ 사진=쌍용자동차 제공

이는 최근 쌍용차의 상황과 상반된다. 쌍용차는 최근 소형 SUV ‘티볼리 아머’를 출시하며 주문제작형 모델 티볼리 ‘기어 에디션’을 내놓았다. 이는 기존 티볼리의 상품성 개선 모델에 불과하지만 생산직 근로자 입장에서는 상당히 손이 많이 가는 모델이다. ‘기어 에디션’이 소비자가 다양한 내·외장 사양을 일일이 골라 주문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쌍용차에 따르면 ‘기어 에디션’은 아웃사이드미러, 리어 LED 윙로고 엠블럼, 도어스팟램프, 블랙휠, 루프컬러, 데칼 등 조합을 통해 수십만 가지 서로 다른 모델을 만들 수 있다. 생산직 근로자들은 이 모델을 생산하기 위해 주문표를 일일이 대조하며 수십만 가지 경우의 수에 대응해야 한다.

현대차와 같이 노조와의 양산 합의 절차가 까다로운 상황이라면 이런 방식의 모델 판매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쌍용차 관계자는 “수십만 가지 조합이 가능한 주문 제작형 모델 ‘기어 에디션’을 내놓을 수 있었던 것은 회사의 재도약에 힘을 보태겠다는 노동조합의 적극적인 협조 덕분이었다”면서 “작업 현장에서 어려움이 많을 텐데 (기어 에디션 생산을) 수용해준 노조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쌍용차 노사는 지난달 27일 완성차 업계 최초로 올해 임금협상을 무분규로 마무리한 상태라 향후 생산차질 우려도 없는 상황이다. 무려 8년 연속 무분규 타결이다.

회사가 어려움에 처하면 자신의 일자리도 위태로워진다는 것을 과거에 뼈저리게 경험한 쌍용차 노조가 현재 위기에 놓인 자동차 업계의 모범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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