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계란' 파동·'릴리안 생리대' 논란에 따라 화학약품 사용에 대한 우려 증가
[미디어펜=나광호 기자]'살충제 계란' 파동에 이어 '생리대 부작용' 논란 등이 불거지면서 '무엇을 먹고 쓸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살충제 계란' 파동에 이어 '릴리안 생리대' 부작용 논란이 발생하면서 화학약품을 사용하는 것 자체에 대해 우려하는 '케미컬 포비아'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21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농림축산식품부가 "'살충제 계란' 중 피프로닐이 최대로 검출된 계란을 성인 기준 126개를 먹어도 건강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위해평가를 발표했음에도 소비자들의 계란에 대한 불신은 여전하다.

서울 강서구에 거주하는 이 모씨(28)는 "다른 전문가들이 정부 발표와 반대되는 목소리를 내는 것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식약처가 국내산 계란에서 살충제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했다가 말을 바꾼 뒤로 신뢰도가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껏 먹어온 계란에 살충제 성분이 포함됐다면 '만성 독성 영향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겠냐"며 "'친환경 인증'도 '농피아' 사태 이후로 믿기 어렵게 됐다. 식품과 관련된 걱정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친환경'·'오가닉'도 못 믿겠다"

또한 릴리안 생리대를 사용한 뒤 생리주기 변화·생리통 심화·생리량 감소 등 부작용을 겪었다고 주장하는 소비자들이 증가함에 따라 '릴리안 생리대 부작용'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강서구에 거주하는 임 모씨(30)는 "'친환경'·'오가닉'이라는 단어를 보고 믿었는데 이젠 그런 단어들도 믿지 못하게 됐다"며 "화학물질이 안 들어간 제품이 없을텐데 뭘 믿고 쓸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 릴리안 생리대/사진=옥션 캡처


릴리안 생리대를 판매하는 깨끗한나라는 이에 대해 "부작용과 제품 사이의 인과관계에 대한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면서도 "소비자들의 우려를 감안해 환불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지난 4~5월 진행된 식약처의 검사에서 릴리안 생리대는 '적합' 판정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생리대를 속옷에 고정하는 접착제 부분은 관련 규제 항목에 포함되지 않아 당시 휘발성유기화합물 관련 조사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식약처는 이에 따라 릴리안 생리대에 대한 조사를 당초 예정된 4분기보다 앞당겨 조사에 착수했다. 다만 휘발성유기화합물의 유해성은 시험법 확립을 위한 연구가 끝나는 내년 이후에나 확인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러한 상황 가운데 최근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동물복지 계란·면 생리대 관련 주문이 늘어나는 등 '논(non) 케미컬'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올가홀푸드 관계자는 "올가 매장에서 판매하는 계란은 무항생제보다 한 단계 더 높은 동물복지까지 생각하는데 고객들이 이를 알고 찾는 것 같다"며 "먹거리에 대한 불안감으로 비용이 더 들더라도 안전한 제품을 먹자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도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동물복지형 농장을 오는 2025년까지 30%로 확대하고, 기존 산란계 농장에 대해서도 EU기준에 부합하는 사육밀도 확보 의무화 등의 내용을 포함한 안전관리 대책을 내놓았다.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22일 열린 국회 상임위 전체회의에서 "앞으로는 동물복지 농장만 친환경 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그 비중을 30%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유기농 원단을 사용해 화학물질 노출을 줄인 면 생리대의 매출도 증가하고 있고, 일부 제품은 품절 사태를 빚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면 생리대에 대해 "지속적으로 삶거나 빨면 화학물질 노출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다른기사보기